[완전작전의 재구성] ⑨ 육군3보병사단 ‘5·22 완전작전’

입력 2024. 05. 21   16:33
업데이트 2024. 05. 21   17:55
0 댓글

은밀하게 파고들어 확실하게 섬멸했다
어떠한 도발에도 물러섬없이 현장에서 ‘승리’로 작전 종결

1992년 5월 21일 밤
6보병사단 전방 관측소서 최초 관측
적 움직임 감시하며 탐색·격멸 돌입
아군 군복 착용한 3명 전원 사살 
M16 소총·수류탄 등 1043점 노획

완전작전을 수행한 부대는 대부분 지금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적이 도발해 온 지역이기 때문에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장병들은 오늘도 선배 전우들의 활약상을 되새기면서 완전작전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철저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공적인 여러 사례 중 하나인 육군3보병사단의 5·22 완전작전을 ‘완전작전의 재구성’ 아홉 번째로 소개한다.
글=배지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육군3보병사단 장병들은 5·22 완전작전을 달성한 선배 전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비태세를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장병들이 철책을 점검하는 모습.
육군3보병사단 장병들은 5·22 완전작전을 달성한 선배 전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비태세를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장병들이 철책을 점검하는 모습.

 

 

악기상 뚫고 퇴로 차단 및 수색정찰 

‘은하계곡 완전작전’으로도 불리는 5·22 완전작전은 1992년 펼쳐쳤다. 야음을 틈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투한 적 3명을 사살한 대침투작전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2년 5월 21일 밤 8시45분. 강원도 철원군 전방에서 북한군 11명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6보병사단 전방 관측소(OP)에서 최초로 관측됐다.

인접해 있던 3사단은 상황을 전파받고 열영상감시장비(TOD)로 적의 이동을 추적·감시했다. 아울러 적의 침투 징후가 농후하다고 판단해 경계를 강화했다.


군사분계선 쪽으로 남하하던 북한군 중 일부는 북쪽으로 돌아갔지만, 3명이 군사분계선에 접근하는 모습이 밤 11시34분 포착됐다. 이들은 17분 뒤인 11시51분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TOD로 계속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던 사단은 지체 없이 탐색·격멸작전에 돌입했다.

22일 새벽 2시50분에서 3시30분 사이 전방 감시초소(GP) 차단조가 차단 지점을 점령했다. GP 차단작전을 수행할 병력도 현장에 투입됐다. 침투한 적은 이런 우리 군의 움직임을 모른 채 안개가 자욱한 은하천을 따라 남하했다.

우리 장병들은 악기상을 헤쳐가며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군견과 함께 수색정찰을 벌였다. 오전 11시25분. 당시 김승겸 대위(전 합동참모의장)가 지휘하던 13중대가 은하계곡에서 적을 발견했다. 아군은 1차 교전 끝에 적 3명 중 2명을 사살했다.

오후 4시8분에는 16중대 행정보급관 하경호 상사가 도주 중이던 적 1명을 발견했다. 적이 사격하기 위해 돌아서며 멈칫하는 순간 하 상사가 방아쇠를 당겼고, 긴박했던 작전은 이로써 막을 내렸다.

사단은 아군 군복을 착용하고 침투한 적 3명을 전원 사살했다. 또 M16 소총 3정, 수류탄 3발, 적외선 야간관측경 1대 등 1043점을 노획했다. 교전 과정에서 부상자 3명이 발생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5·22 완전작전은 이런 성과 덕분에 우리 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침투작전으로 꼽히고 있다. 군은 김승겸 대위 등 40명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했고, 하경호 상사를 포함한 9명은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

김승겸 대위는 “적이 사격한 총탄이 발아래까지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중대원 누구 하나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응사했기 때문에 적을 완전히 섬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2년 5·22 완전작전에서 노획한 장비들.
1992년 5·22 완전작전에서 노획한 장비들.

 

최세창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5·22 완전작전 유공자 및 부대표창 수여식.
최세창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5·22 완전작전 유공자 및 부대표창 수여식.

 

지난해 5·22 완전작전 기념행사에서 하경호(오른쪽) 예비역 원사가 장병들에게 작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문 기자
지난해 5·22 완전작전 기념행사에서 하경호(오른쪽) 예비역 원사가 장병들에게 작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문 기자



선배 전우 ‘DMZ 완전작전 신화’ 계승
 

사단은 북한의 비열한 도발을 상기하고, 강력한 대응으로 적을 섬멸한 선배 전우들의 백골정신과 신화적 DMZ 완전작전의 전통 계승을 다짐하기 위해 매년 ‘5·22 완전작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완전작전 32주년을 맞은 사단은 22일 예하 혜산진여단 이한림대대 멸공OP에서 기념행사를 연다. 행사에는 완전작전의 주역인 하경호 예비역 원사가 함께한다. 그는 GP와 일반전초(GOP)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후배 전우들을 위해 재능기부 형식의 강연을 하고 있다.

소초를 순회하면서 5·22 완전작전과 관련된 교육을 하고 있는 김범준(중위) 이한림대대 정훈장교는 “5·22 완전작전 32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행사와 교육은 어느 때보다 장병들에게 남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 장병들과 나눈 완전작전의 다짐이 또 한 번의 완전작전 신화로 이어지도록 남은 교육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철통같은 전투준비태세 유지에 최선” 

3사단은 1947년 전군 최초의 사단급 부대인 조선경비대 3여단으로 창설됐다. 6·25전쟁 땐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 상황에서 38선을 최선봉으로 돌파해 한반도 최북단까지 진격하는 빛나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정전협정 이후에는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철통같은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5·22 완전작전뿐만 아니라 3·7 완전작전, 7·16 완전작전 등 39회의 적 침투 도발을 현장에서 승리로 종결시켰다. 이를 통해 139명 사살하면서 완전작전의 표본이 되고 있다.

사단은 오늘도 GP와 GOP, 훈련장 등 각자의 임무 현장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선배 전우들이 쌓아온 ‘신화적 완전작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장병들은 작전에 투입되기에 앞서 “살아도 백골! 죽어도 백골! 필사즉생! 골육지정! 백골! 백골! 파이팅!”이라는 ‘백골 구호’를 외친다.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현장에서 승리로 작전을 종결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완전작전이 전개됐던 은하계곡 일대의 경계를 담당하는 김대일(중령) 이한림대대장은 “32년 전 오늘 선배 전우들이 발휘한 ‘필사즉생 골육지정’의 백골정신은 지금까지 장병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며 “더욱더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사단의 DMZ 완전작전 신화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