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은 숙명 우리는 운명

입력 2024. 05. 20   18:00
업데이트 2024. 05.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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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家 든든한 軍 - 둘이서 하나되는 ‘부부의 날’ ‘애정 뿜뿜’ 특전 군인 부부

삶의 동반자, 인생의 조력자, 가장 가까운 사람. 부부를 해석하는 수식어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다양한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이 여러 역경을 같이 헤쳐 나가며 애정을 키워간다는 의미일 터.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귀성부대 김정아 원사-박성화 원사(진) 부부와 고다은 상사-배병현 상사 부부의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에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글=배지열/사진=양동욱 기자

 

조력자이자 삶 안내자 존경합니다 … 김정아 원사·박성화 원사(진) 부부
조력자이자 삶 안내자 존경합니다 … 김정아 원사·박성화 원사(진) 부부

 

지지하며 지지고 볶고 잘 삽니다 … 고다은·배병현 상사 부부
지지하며 지지고 볶고 잘 삽니다 … 고다은·배병현 상사 부부



임무 수행도 완벽한 ‘대체불가 특전사’

지난 17일 인천에 있는 귀성부대. 부부의 날을 앞두고 부대 대표 부사관 부부 두 쌍이 한곳에 모였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이들도 가장 가까운 ‘내 편’이 옆에 있다는 안정감 때문인지 시간이 갈수록 편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부부는 가정뿐만 아니라 임무에서도 ‘대체불가 특전사’ 위용을 뽐내고 있다. 김 원사는 30년 넘게 군에 몸담으면서 자이툰·동명·아크 해외파병 부대를 모두 거쳤고, 여군 최초로 천리행군을 완주하고 부중대장 직책까지 수행한 ‘특전사 여군의 전설’로 불린다. 박 원사(진)는 군 관사에 있는 군 가족지원시설을 관리·운영하면서 영업이익을 높이는 등 전반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남기고 있다.

고다은·배병현 상사 부부는 지난해 있었던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행사에서 함께 합동태권도 시범단으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 상사는 특수전사령관배·국방부장관배 태권도 대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배 상사는 지난해 합참과 특전사에서 주최한 탑팀 선발대회에서 모두 입상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전 부부 군인’은 주변에서도 신기하게 바라보는 타이틀이다. 배 상사는 “일반인이 봤을 때는 강인하고 거칠어 보이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알아가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김 원사도 “먼저 결혼한 선배 특전 부부가 ‘우리가 가정생활을 모범적으로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바뀌는 인식, 일-가정 양립 제도 확대 큰 도움

두 부부는 아들 한 명씩을 키우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배 상사는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합류했다.

특히 배 상사는 오는 7월 아크부대 23진으로 해외파병을 간다. 고 상사의 ‘독박육아’가 예정돼 있지만, 군 관사 어린이집에서 야간보육 등 탄력적 여건 보장을 해주는 덕분에 큰 걱정은 없다고 한다.

이들은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성과를 남길 수 있었던 건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통해 다양한 대책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상사는 “예전 선배들은 출산 이후 다양한 활동을 꺼렸는데, 제도가 확장되면서 저나 남편 모두 눈치 안 보고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다른 점”이라며 “그 덕분에 엄마와 군인의 정체성을 다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 두 부부의 특징은 한때 유행처럼 번진 아내 연상-남편 연하 부부라는 점. 김 원사가 박 원사(진)보다 9살 연상이고, 고 상사는 배 상사보다 3살 많다. 나이 차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나 주변 시선을 의식하게 되지 않느냐는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제 소신이 옳고 곧다면, 주변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차이는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박 원사·진)


 
“내 인생의 조력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아침에 함께 눈을 뜨고, 일과를 마치면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나누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부부. 매일 가까이에서 보기 때문에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지는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이자 삶의 동반자인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는 요청에 이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람을 바로 옆에 두고 못다한 말을 하려니 어색했을 터. 그러나 이내 속에 있는 말을 터놓으면서 서로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데는 시대의 도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선후배 군인들이 복지 향상에 힘써주신 덕분입니다. 그중에서도 배 상사와 결혼하지 않았으면 지금 제가 군에서의 경력을 이어가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군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늘 감사합니다.”(고 상사)

“처음에는 동기였고, 지금은 동료이자 전우 그리고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는 걸 곁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선택과 집중의 기로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줘서 항상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아내가 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게 항상 지지하겠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저를 위해 살아온 시간에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지고 볶으면서 잘 삽시다. 사랑합니다 .”(배 상사)

“남편이 제게 ‘조력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옆에만 있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걸 세심하게 잘 들어주는데, 그래서 남편이 그렇게 느낀 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친구 같기도, 또 오빠·동생처럼 느껴지는 우리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당신.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제 옆에서 같이 눈 감을 때까지 있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도 잘 살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 확신합니다.”(김 원사)

“돌아보면 제 인생은 결혼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았는데, 결혼 후엔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커졌습니다. 업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대인관계에도 아내가 명확한 길을 안내해 주는 덕분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한 날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존경할 수 있는 아내를 맞게 돼 스스로도 자랑스럽습니다. 제 아내 김정아 원사님 너무 사랑합니다.”(박성화 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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