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다복다복 한지붕 6남매

입력 2024. 05. 02   17:01
업데이트 2024. 05. 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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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수만큼 삶의 가치·행복도 커져” 
군인 아빠, 자녀에게 존경받아 자부심
배려해주는 부대·전우에게 늘 고마워
“북적북적 사는 재미 낳아봐야 압니다”

따가운 볕이 내리쬔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시. 흐드러지게 봄꽃이 핀 길을 지나 한 군인아파트에 들어서자 현관 밖부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육군17보병사단 승리여단 포병대대 이태한 소령(진) 부부의 집은 올망졸망 6남매의 남부럽지 않은 놀이터였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육군17보병사단 예하 포병대대 이태한 소령(진) 가족.
육군17보병사단 예하 포병대대 이태한 소령(진) 가족.



올망졸망 여섯 보물 

중학교 1학년인 장녀 은별(13)이와 둘째 태준(12)이는 카페에서 사온 음료에 빨대까지 꽂아 기자에게 살뜰하게 건넸다. 두 언니·오빠만 늠름하게 있을 뿐 셋째 한별(9), 넷째 한결(8)이는 방을 들락날락하며 온 집안을 정신없이 휘젓는다. 다섯째 로운(7)이와 두돌을 막 넘긴 로아는 엄마 품에 안겨 기자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어수선하고 칭얼대는 아이들 앞에서도 부부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여섯 아이는 부부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궁궐 같은 집은 아니지만, 여섯 남매는 한 공간을 공유하며 복닥복닥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금세 막냇동생을 번쩍 안아 든 첫째 은별이의 ‘폼’이 제법이다. 서로를 보살피며 어울려 자라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한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령(진)은 “아이 수만큼 삶의 가치와 행복이 배가 된다”며 다둥이 예찬론을 폈다. “아이들 크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재미”라고 아내도 거들었다. 특히 막내딸 로아가 애교를 부릴 땐 말 그대로 녹아버린다고.

속 모르는 남들은 ‘얼마나 더 낳을 거냐’며 미련하다고 하지만, 두 사람에게 절대 후회란 없다. 부부는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고, 나중에 커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육아도 군 복무와 비슷” 

“육아도 군 복무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니까요.”

이 소령(진)이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아이들이 여섯이나 되다 보니 밖에 나가도 늘 관심 집중이다.

“장을 보러 가도 상인 분들이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고 하셔요. 아이가 여섯이라고 하면 놀라면서 서비스를 주시곤 합니다.” 6남매를 키우며 드는 생활비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둥근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고.

이 소령(진)은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군인 아버지로 살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군이 개최하는 각종 행사는 꿈이 매번 바뀔 시기인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직업교육이 됐다.

“작년에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지상군페스티벌에 다녀왔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도 관람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부대 개방 행사에도 다녀올 계획이고요. 아이들에게 흔치 않은 경험을 시켜줄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한결이가 ‘칼 각’으로 거수경례한 뒤 “군인 정말 좋아요. 아빠, 나 군대 갈래”라며 기자를 웃음 짓게 했다.

군인이라 맘 놓고 키운다 

사단 예하 포병대대 정작과장으로 근무 중인 이 소령(진). 부대의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깨가 무겁지만, 배려해주는 부대와 전우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다자녀 가정의 부모인 간부를 위해 동일 권역 근무여건을 보장하는 제도 덕분에 이 소령(진)의 가족도 2015년 셋째 출산 이후 떨어져 산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필요한 시기에 자유롭게 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 부대 분위기도 단단히 한몫했다. 이 소령(진)은 남녀 구분 없이 가족돌봄 제도를 당연하게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자녀 출산을 ‘찬양’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결혼한 후배들에게 항상 ‘아기 몇 명 낳을 거냐’고 물어봐요. 한 명 낳으려면 두 명 낳고, 그럴 거면 세 명 낳으라고 하죠. 북적북적 살아가는 재미는 낳아봐야만 압니다.”


사단의 일·가정 양립 제도

17사단은 저출산 시대가 무색할 만큼 ‘아이낳고 싶은 부대’로 통한다. 현재 사단에는 ‘다섯 쌍둥이 아빠’ 김진수 대위 등 세 자녀를 넘게 둔 간부만 156명에 달한다. 사단은 ‘가정이 행복해야 강한 전투력이 있다’는 가치관 아래 다채로운 일·가정 양립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사단은 지난 2월 부대 인근에 거주하는 군 자녀를 위해 통학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사단 군사경찰대대 장병들도 가정의 달을 맞아 부대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단은 학교장,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연중 주기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3자녀 남성 당직근무 면제’ 시험평가부대로 선정돼 기존 4자녀 이상 남군에게 적용하던 해당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이사가 잦은 장병들이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지원하는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교육청과 협의해 ‘전·입학 신청’ ‘지자체 수당 신청 자격’ 등의 기준을 전입 신고일이 아닌 부대 인사명령 날짜에 맞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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