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지는 제2인생 꿈을 굽습니다

입력 2024. 05. 02   17:04
업데이트 2024. 05. 02   17:07
0 댓글

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⑧ 정홍기 예비역 해군대위

하얀 정복 반해 7년간 해군 장교의 길
제빵 관심 가지며 예비 사업가 새출발
군 생활 영향, 최고의 결과물 위해
매일 반죽과 씨름하며 경험·성장
자신만의 브랜드 만들고자 고군분투
“전역 앞둔 후배들 주도적으로 행동하길”

누구나 한 번쯤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홀린 듯 제과점에 간 적이 있을 것이다. 판매대 위 노릇노릇하게 갓 구워진 빵들을 보고 있자면 허기와는 상관없이 침샘을 자극한다. 그런 빵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득한 판매대와는 다르게 조리실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제빵사는 각기 다른 재료와 모양의 빵을 쉼 없이 빚는다. 저마다 다른 온도와 시간으로 오븐에서 구워지기에 잠시 쉬거나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그러나 제빵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일(Job) 출근합니다’의 여덟 번째 주인공 정홍기(예비역 해군대위) 씨는 제빵사를 넘어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글=임채무 기자/사진=보훈부 제공

정씨가 오븐에서 갓 구워진 빵들을 꺼내고 있다.
정씨가 오븐에서 갓 구워진 빵들을 꺼내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인터뷰에서 현재의 일에 만족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사촌 형의 새하얀 해군 정복에 반해 해군에 입대했고, 7년 간 장교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 제빵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진로를 바꿔 전역하게 됐다. 지금은 초보 제빵사이자 예비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무래도 같이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누나와 매형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매장도 원래는 누나와 매형이 운영하던 곳이었습니다. 누나랑은 어렸을 적부터 스스럼없이 대하는 친구 같은 사이인데요. 평소에도 자영업에 대한 꿈과 전역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고민 끝에 전역을 결심하게 됐죠.”

정씨는 곧바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기초라 할 수 있는 제과제빵기능사 취득을 목표로 뒀다. 주말 또는 휴가를 활용해 매형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일을 도우며 경험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전직지원 제도도 큰 힘이 됐다. 이러한 노력으로 아직은 ‘초보’라는 이름이 붙지만, 제빵사라는 명함을 갖게 됐다.

“빵이라는 음식을 직접 만들다 보니 굉장히 어렵습니다. 날씨·습도 등 변수에 따라 발효 시간, 오븐 온도, 굽는 시간이 모두 달라져 손이 많이 갑니다. 짧지 않은 군 생활의 영향인지 항상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매일 반죽과 씨름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제도 순간 잊어 빵을 태웠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돼가는데 아직도 매일 혼나고 있습니다.”

정씨의 가게는 일반 제과점과 달리 대형 쇼핑몰 안에 있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 잠시도 쉬지 못하고 빵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정씨의 하루는 바빴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신만의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눈코 뜰 새도 없어졌다.


해군에서 7년간 장교로 복무 후 전역한 초보 제빵사 정홍기 씨.
해군에서 7년간 장교로 복무 후 전역한 초보 제빵사 정홍기 씨.



“아침 7시 기상해서 8시까지 출근합니다. 12시30분까지는 부지런히 빵을 구워내죠. 식사하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다시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는 일을 반복합니다. 퇴근하면 매형이 운영하는 피자집으로 이동합니다. 밤 11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것을 매일 반복하고 있어요. 한 달에 이틀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 없이 쳇바퀴 돌 듯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누나, 매형, 저 셋이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데요. 프랜차이즈가 아닌 우리의 힘만으로 브랜드를 만들려고 합니다.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서로서로 이끌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합을 맞추다 보니 공통의 목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보듬고 독려하며 나간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저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요. 이 목표는 좀 미뤄두고 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군 생활을 하며 제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에서의 경험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향후 10년 안에는 번듯한 회사의 임원이자 사장으로서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을 살 수 있겠죠?” 

꿈을 위해 자신이 가진 젊음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정씨는 전역 예정인 장병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무언가 선택의 갈림길에 있을 때마다 상황에 이끌려가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해서 가고자 했습니다. 군대에서 장기를 지원할 때와 전역할 때도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많은 선택지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현재도 흐름에 이끌려가기 보다는 제가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전역을 앞둔 후배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본인 스스로 선택지를 만들어 주도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끝이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