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줄 단단히 매는 그들의 마음이 검게 타오른다...서남해역 사수를 위해

입력 2024. 04. 28   15:29
업데이트 2024. 04.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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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오지 부대를 찾아서 
③ 흑산도-해군3함대 318조기경보대대 흑산도기지

 
해군3함대 318조기경보대대는 섬으로 가득한 대한민국 서남해역을 지키는 창끝 부대다. 예하 도서기지는 우리나라 최서남단 가거도부터 흑산도·거문도·안마도·추자도·욕지도까지 광범위한 해역에 산재해 있다. 이들 도서는 전남 목포·여수·광양 등 주요 항만을 오가는 해상교통로에 자리 잡고 있다. 각 기지는 해상감시장비를 운용·관리하며 전장 감시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책임도서 방어 임무를 수행 중이다. 318조기경보대대 예하 부대 중 하나인 흑산도기지를 가기 위해 지난 17일 흑산도행 쾌속선에 올랐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지난 17일 해군3함대 318조기경보대대 흑산도기지 전진기지대에서 참수리 고속정 입항에 맞춰 홋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고속정은 전진기지대에서 유류·급식 등 군수지원을 받고 다음 날 출항했다.
지난 17일 해군3함대 318조기경보대대 흑산도기지 전진기지대에서 참수리 고속정 입항에 맞춰 홋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고속정은 전진기지대에서 유류·급식 등 군수지원을 받고 다음 날 출항했다.


바다와 산이 검은 흑산도

‘흑산(黑山)’이란 명칭은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검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걸려 흑산도에 도착하니 항구 뒤로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산세가 험준하다 보니 흑산도를 한 바퀴 휘감는 일주도로는 해안과 산을 오르내린다. 뱀처럼 구불구불 똬리를 튼 도로를 흑산도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일주도로를 따라 해발 229m의 상라봉 정상을 찾았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통일신라시대 후기 중국과의 해로를 감시하고, 해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상라산성과 봉수대가 있다. 예로부터 흑산도가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성벽 흔적을 따라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니 예리항을 비롯한 흑산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으론 서쪽 멀리 홍도를 비롯해 장도, 대둔도, 다물도 등 크고 작은 섬들도 바다 위에 줄지어 있었다.


예비군면대 김승우 일병 “흑산도 토박이 이곳서 SSU 입대 꿈도 키웠죠”
예비군면대 김승우 일병 “흑산도 토박이 이곳서 SSU 입대 꿈도 키웠죠”


윗부대 해상감시장비운용대 - 경계 조기경보 임무 수행

절경을 품은 흑산도에 자리한 흑산도기지는 크게 해상감시장비운용대와 전진기지대로 이뤄져 있다. 해안에서 떨어진 해상감시운용대는 레이다를 비롯한 감시장비를 운용하며 경계 및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고, 항구 가까이 위치한 전진기지대는 정박 함정의 군수지원을 담당한다. 흑산도 주민들은 편하게 ‘윗부대’ ‘아랫부대’라고 부른다. 이 밖에 헬리패드, 예비군면대 등의 시설이 있다. 흑산도 예비군면대는 흑산면 내 10개 유인도서 지역예비군을 관리하고, 이들 전력을 활용해 도서 방어 임무를 수행한다.

예비군면대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인 김승우 일병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흑산도 토박이다. 흑산도엔 고등학교가 없는 탓에 목포에서 3년간 ‘유학’한 때를 제외하곤 흑산도를 떠난 적이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바다가 놀이터였던 그는 한때 해난구조전대(SSU) 같은 해군 특수부대에 입대하겠다는 꿈도 가졌다.

김 일병은 “흑산도는 멋진 자연과 상쾌한 공기를 자랑하는 섬”이라며 “대학입시 준비 때문에 특수부대의 꿈은 포기했지만, 대신 복무기간 임무만큼 학업도 열심히 해 원하는 대학에 꼭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진기지대 조리장 이유미 중사 “특산물 활용 특식 가장 밥맛 좋은 기지 만들겠다”
전진기지대 조리장 이유미 중사 “특산물 활용 특식 가장 밥맛 좋은 기지 만들겠다”


아랫부대 전진기지대- 도서기지 전개 함정 군수지원

다음으로 전진기지대를 찾았다. 기지에 도착하니 마침 인근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참수리 고속정이 잠시 정박해 있었다. 전진기지대는 도서기지 전개 함정의 유류·청수·급식 등 군수지원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고속정은 군항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도 작전이 가능해진다.

전진기지대 조리장 이유미 중사는 어청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격오지 근무다. 3함대 광주함(FFG)에서 근무를 마치고 지난달 흑산도에 왔다. 특성화고에서 조리를 전공한 이 중사는 최근 군 급식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능력자’다. 새로운 조리장 덕분에 전진기지대의 밥맛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한다.

이 중사는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특식을 장병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격오지 부대의 장점으로 꼽았다. 최근엔 지역상생예산을 활용해 전복죽, 해물라면 등을 선보였다. 한식·양식·제과제빵·조주 등 조리 관련 자격증 5개를 보유한 이 중사는 장병들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 중사는 “흑산도에 있는 여러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새 메뉴를 탐색하고, 입맛에 맞으면 조리법까지 물어 가며 배우고 있다”며 “해상 근무자 사이에서 ‘가장 밥맛이 좋은’ 전진기지로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윗부대’에서는 이현철(소령·진) 기지장으로부터 흑산도를 비롯한 서남해역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서남해역 일대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영해 주권 수호와 해상 치안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여수항·광양항을 비롯한 국가 주요 항만이 위치해 화물 물동량이 많은 편이라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이 기지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흑산도기지는 탐지·감시 및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며 우리 바다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기지는 서남해역 길목에 위치해 공해상을 지나는 군함·관공선 등의 동향을 감시하고 적 침투를 탐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흑산도기지는 최근 밀항선 적발에 일조하며 빈틈없는 해상경계태세를 입증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15일. 진도에서 출항한 한 선박이 야음을 틈타 몰래 밀항을 시도했지만 흑산도기지 감시장비에 포착되며 꼬리가 잡혔다. 해군은 이 선박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지 않은 채 이동하는 사실을 포착한 뒤 해양경찰과 공조해 밀항선을 3시간 만에 검거했다.


흑산JC “민·관·군 함께 뭉쳐 족구대회 우승 목표 족발!“
흑산JC “민·관·군 함께 뭉쳐 족구대회 우승 목표 족발!“

 

주민과 화합하는 부대

흑산도기지는 민·군이 함께 화합하는 부대로도 유명하다. 군악대 콘서트 같은 행사가 있을 때면 지역주민을 초청해 축제의 장을 만들어 왔다. 족구·축구·배드민턴 등 체육활동도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마침 이날 흑산중학교 체육관에선 ‘흑산JC’ 연습이 진행됐다. 흑산도 대표 족구클럽인 흑산JC는 지역주민과 흑산도기지 장병, 관공서 직원까지 민·관·군이 함께 뭉친 연합팀이다. 흑산JC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2시간씩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팀이 운영된 지 어느덧 3년째. 탄탄한 실력 덕분에 올해 열린 신안군 족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뤘다. 팀의 구호는 무려 ‘족발!’. 흑산도 족구 발전을 위한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흑산JC 김상우 회장과 김상진 고문은 흑산도기지 장병들 덕분에 재미있게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에 젊은 층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데 젊은 장병과 한 팀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섬에 운동하는 사람이 부족한 편인데 해군 장병, 면사무소 직원과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어 좋다”며 “해군 장병과는 ‘형님, 동생’ 하며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내년 족구대회에선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서남해역 책임도서 수호 만전

318조기경보대대는 흑산도를 비롯한 책임도서를 방어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도서 방어를 위해선 경찰·해양경찰을 비롯한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각 기지에서 월 1회 합동으로 도서 방어훈련을 하고, 산불 화재에 대비한 소화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지자체와 분기별 통합방위 협의를 하며 합동성을 강화하고 있고, 도서별 기지장·해상감시장비운용대장 등이 민·관 관계관과 협의회를 구성해 소통하면서 통합방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종욱(대령·진) 318조기경보대대장은 “부대가 관할하는 서남해역은 국가 경제 핵심 교통로이자 안보 요충지”라며 “관할 해역에 다수의 국가중요시설이 위치하고 복잡한 해안선과 도서가 산재한 만큼 경계 공백구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통합방위 요소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해 경계태세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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