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을 떼신 적 있으신가요?

입력 2024. 04. 25   19:10
업데이트 2024. 04. 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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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우 소령 국군의무사령부 감염병대응과
정창우 소령 국군의무사령부 감염병대응과

 

‘학을 떼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통상 질릴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때 쓰는 표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한 번쯤 학을 떼 봤거나 본 적은 있을 터.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학’이 말라리아의 한자어인 ‘학질’을 뜻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필자도 가까운 사람이 학을 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학생 시절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친구가 어느 날 40도의 고열과 오한 등으로 고생하다가 혈소판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떨어져 결국 병원에서 항말라리아제를 투약받고야 회복할 수 있었다.

친구는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복무했는데, 전역하면서 받은 말라리아 예방약을 잘 먹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말라리아는 열원충에 속하는 혈액 기생충에 의한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열원충 기생충은 모기가 흡혈해 전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흘 단위로 고열과 발한 등 몸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주로 발생한다.
특히 모기 활동이 왕성해지는 4~10월에 집중적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생기는데 통상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발현된다.

놀랄 만한 사실은 이 기생충이 우리 몸속에서 1년 이상의 잠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참 고약한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4월 25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말라리아의 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50초당 한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감염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670여 명의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그중 약 13%는 우리 장병으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려면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방역 활동 외에도 모기 유충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등 원천적으로 모기 수를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를 착용하거나 기피제를 뿌리는 등 신경 써야 한다.

군에서도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 근무하는 장병을 대상으로 말라리아 예방약을 선제적으로 복용하게 하는 등 예방화학요법을 시행 중이다. 예방약 복용은 말라리아 감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 군은 질병관리청과 말라리아 퇴치사업단, 군 감염병 매개체 협의회, 말라리아 심포지엄 등 관계기관과 협력,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거 중심의 방제 활동, 역학조사 진행, 매개 모기 감시, 완치조사, 적극적인 진단검사, 예방화학요법 등 가용한 모든 방법을 적용해 ‘2024~2028 제2차 말라리아 재퇴치 실행계획’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 모두 ‘학 떼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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