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실험하는 군 … 육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입력 2024. 04. 25   20:33
업데이트 2024. 04. 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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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전장 담대하게 준비한다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 가보니…

장비 시연부터 부대 통폐합 시뮬레이션까지…
아미타이거 부대 등 미래 전장 승리 위한 실험 거듭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 과학적 검증 
민간기술 도입도 적극 검토 ‘윈윈’ 관계 모색 

모든 것이 놀랍도록 빠르게 변하는 시대. 우리 군도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투력을 내실 있게 가꾸되, 미래 전장을 담대하게 상상하지 않으면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현재의 전투수행 방식을 각인하는 훈련과 미래를 대비하는 ‘전투실험’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전투실험은 군의 비전이 한낱 ‘상상’인지 ‘현실’인지 되묻게 만든다. 미래 전장에서도 싸워 이기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를 소개한다.   글=조수연 기자/사진=부대 제공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적용한 아미 타이거(Army TIGER)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 중인 아미타이거 여단 전투실험에서 참가 장병들이 정찰드론의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적용한 아미 타이거(Army TIGER)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 중인 아미타이거 여단 전투실험에서 참가 장병들이 정찰드론의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군대도 실험을 한다

“5, 4, 3, 2, 1 실험 시작!” 실험통제반 방송과 함께 대항군 부대의 전차·병력이 분주히 움직인다. 각종 드론, 아직 미개발 상태거나 전력화 중인 장비들도 훈련장을 누빈다.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전투실험처)가 진행 중인 ‘아미 타이거(Army TIGER) 부대’ 실기동 실험의 한 장면이다. 실험이라고 하면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가 비커에 용액을 따르거나 칠판 한가득 난해한 수식이 잔뜩 적혀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우리 군의 실험은 조금 다르다.

훈련이 현재라면 실험은 미래다. 전투실험처는 여러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고 미래 육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미군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투실험을 통해 사단 편제를 검증했다. 1950년대 이후로는 다양한 형태로 전투실험 분야를 발전시켰다. 이런 전투실험을 통한 미군의 발전에 영향을 받은 우리 육군도 전투실험 제도와 업무수행 체계를 도입, 발전시켜 왔다. 1998년 11월 3일 당시 육군참모총장에 전투실험 사업 추진계획 보고가 이뤄진 뒤 1999년 12월 1일부로 육군교육사령부 예하에 전투실험처가 창설됐다. 2023년까지 조직이 여러 번 개편을 거치다가 지금은 4개 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차륜형(차량 탑재형) 105㎜ 자주 곡사포 운용 실험 장면. 
차륜형(차량 탑재형) 105㎜ 자주 곡사포 운용 실험 장면. 

 

전투 실험 실기동 실험 중 다목적 무인차량을 운용하는 모습. 
전투 실험 실기동 실험 중 다목적 무인차량을 운용하는 모습. 



데이터화·과학적 의사결정 지원 등 임무

실험은 연구자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진다. 전투실험은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전투실험처는 육군의 각 부대와 민간 업체·기관의 비전을 눈에 보이는 ‘데이터’로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무기·장비·물자 전력화 과정에서도 과학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래 부대구조·장비 등의 현실성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투실험처의 실험은 365일 쉼 없이 가동된다. 실험 방식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실기동실험’, 모의 시뮬레이션을 적용하는 ‘워게임 실험’, 가상상황을 연출하는 ‘가상현실실험’, 특정 과제를 전문가가 수개월 동안 연구해 결론을 도출하는 ‘연구분석’, 민간의 첨단과학기술이 군사적으로 유용한지 장비 시연 등을 통해 확인하는 ‘기술시범’ 등 다양하다.

각 실험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고도화돼 있다는 게 부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워게임 실험은 시뮬레이션이지만 개인화기 종류와 방탄헬멧 두께 등 다양한 조건은 물론 변화하는 전장의 각종 변수까지 적용된다.
 

군단급 무인항공기(UAV) 전투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군단급 무인항공기(UAV) 전투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아미타이거 부대’ 완성 위한 발걸음

전투실험처의 실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각종 장비의 시연뿐만 아니라 부대의 각 임무를 보며 통폐합 여부를 시뮬레이션해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구절벽 등 군이 맞닥뜨린 갖가지 문제의 대안에 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육군은 미래 지상 전투체계의 지향점을 기동화·네트워크화·인공지능화해 미래 다양한 불특정 위협에 최소 병력·최대 효율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고안해낸 돌파구 중 하나는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군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 전투실험처도 최적의 부대구조 완성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미래 향토사단, 미래 보병사단 등 부대실험 중심의 전투실험을 추진해왔다. 2019년부터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적용한 ‘Army TIGER 부대’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미타이거 보병여단’의 임무수행 능력 검증에 들어갔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이뤄진 실기동실험도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니라 5차례의 자유교전으로 실전성 있게 진행했다. 전투실험처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실험을 진행해 아미타이거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미래 전투발전 소요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군종병과의 존재 목적과 무형전력 강화의 필요성을 검증하는 ‘회복탄력성 강화훈련’ 전투실험, 헬기 조종사들의 맞춤형 귀마개의 편의성을 검증하는 전투실험 등도 전투실험처가 진행한 대표적인 전투실험으로 꼽힌다.

전투실험처는 현재 민간에 문을 활짝 열어 첨단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첨단 신기술 전투실험 분야를 최초 실시, 다음달 공고를 통해 방산기업·연구기관·학교 등을 대상으로 전투실험 모집을 한다. 전투실험처는 심의를 통해 장비를 선정하고 업무 협약을 맺은 뒤 비예산으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방산업체·기관에는 개발 장비를 군 시설에서 운용해 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군에는 민간의 첨단 과학기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나아가 전력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윈윈’ 관계를 이어갈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투실험은?
전투 발전 분야에 공학적인 실험 방법을 적용하는 방법론으로 운용 개념과 요구 능력을 충족하는 신기술·신체계·신교리·신조직 등의 대안을 반복적으로 실험, 성숙시켜 성공이 보장되도록 하는 소요 제기 과정이다.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인터뷰 - 육군교육사령부 전투실험처장 육중관 (군무이사관)

“실패 넘어 도전 격려… 전투실험 가속페달 밟을 것”


“아직 전투실험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군에선 생소합니다. 하지만 미군은 일찌감치 전투실험을 해왔죠. 전투실험이 육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 가속페달을 밟을 각오입니다.”

지난 1월 부임한 육중관(군무이사관) 전투실험처장은 “앞으로 전투실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육 처장은 “전투실험은 육군의 비전·개념·아이디어가 과연 타당한지 살펴보고 실현하기 위한 ‘사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투실험 영역들은 사실 생소하고 어렵지만, 진부해도 안 되고 너무 허황돼서도 안 된다”며 “전투실험처는 육군의 비전이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부대”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투실험은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장비나 부대구조를 보완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투실험은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격려하는 과정입니다. 긍정적인 면을 보완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지금도 실기동 실험은 4번 이상, 워게임은 30여 차례 반복하면서 부족한 병력·무기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육 처장의 설명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민간 첨단기술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민간 영역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 군에서 먼저 요구하지 않아도 국방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건의가 많다”며 “민간의 첨단 신기술 중 군용으로 쓸 수 있는 기술들도 적극 발굴하고 실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육 처장은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래 작전요구 능력과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해 전투발전 분야별 소요를 도출하고 미래 전투 수행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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