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⑥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의미와 1년 후 주요 성과 

입력 2024. 04. 23   16:06
업데이트 2024. 04. 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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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확대, 한·미·일 3자 훈련 강화 의의
나토·UAE 등 해외 연합훈련 참가 늘려…다국적 훈련 통해 리더십도 향상
해군→중동·아프리카, 해병대→미국 본토 ‘훈련 장소 확대’ 주목할 변화
한국 주관 다자 훈련 신설·방산 우수성 홍보·유엔군사령부와 연대 과제

2022년 12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외교·안보 정책사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수호를 위해 국제연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이에 따른 한국의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승인된 ‘한미동맹 국방 비전’에는 자유·평화·번영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과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인·태전략의 의미와 1년 후 주요 성과를 짚어본다. 조아미 기자

지난 11일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 중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힘차게 발진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11일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 중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힘차게 발진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먼저 인·태전략은 지리적 범위뿐만 아니라, 협력의 범주 측면에서 우리 정부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인·태전략을 통해 과거 한반도와 동북아에 치중돼 있던 외교의 지평을 인·태 지역 전반으로 확대하며,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역외 파트너국과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통상 등 기능적 접근과 개별 국가 및 지역 단위로 추진된 종래의 접근에서 벗어나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통합적 협력을 추구하는 상위 대외전략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둘째, 인·태전략은 보편적 가치의 수호와 증진을 대외전략의 핵심 요소로 명시한 최초 사례다. 우리나라는 오랜 투쟁과 큰 희생을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성취한 경험이 있기에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내외 우호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인·태전략 발표 1년 후인 지난해 12월 19일, 국방부를 포함한 관련 부처는 1년여 동안의 주요 성과를 담은 ‘2023 이행보고서’ 및 ‘대한민국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계획(이행계획)’을 소개했다.

인·태전략의 9개 과제 중 특히 우리 군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합훈련 확대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11일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 중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힘차게 발진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11일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 중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힘차게 발진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인·태전략에 따른 우리 군의 연합훈련 변화 

정부는 이행계획에서 “역내 주요 다자간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역내외 국가와의 연합훈련을 통해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상호 운용성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며 핵심적인 연합훈련을 열거했다.

인·태전략 발표를 전후해 우리 군이 수행한 연합훈련의 변화는 단연 한미 연합훈련의 확대와 한·미·일 훈련의 시행이다.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인·태전략의 ‘규범과 규칙에 기반을 둔 인·태지역 질서 구축’과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과제의 핵심이다.

2023년 한미는 정례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를 역대 최장기간인 11일 연속 진행했다. 이와 연계해 시행하는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5년 만에 재개하고,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쳤다.

올해는 FS 기간 중 시행하는 연합 야외기동훈련 횟수를 지난해 23회에서 48회로, 2배 이상 늘렸다.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안보협력도 대폭 강화됐다.

3국은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미사일 경보훈련,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전 및 수색구조 훈련 등 수차례의 해상 훈련과 한·미·일 공중 훈련을 최초로 시행했다.


협력국의 외연 확대, 파트너 국가 교류 활발

해외 연합훈련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해외 연합훈련 신규 참여를 통한 협력국의 외연 확대다. 특히 나토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눈에 띈다.

정부는 이행계획에서 ‘역내 대테러 논의 및 활동 활성화’를 위해 특히 나토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한-나토 연합 대테러 훈련과 연합 특수전 훈련이 최초로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중동 국가 중 최초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UAE와의 국방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UAE가 주관하는 다국적 공중 연합훈련인 데저트 플래그(Desert Flag)에 참가하고 있다. 대테러 전투기술 향상을 위한 양자 특수전 훈련이 올해 처음으로 추진된다.

또 하나의 연합훈련 변화로 ‘훈련 장소의 확대’를 꼽는다. 해군은 중동·아프리카 최대 종합훈련인 국제해양훈련(IMX/CE)에 2023년 최초 참가해 50개 이상의 파트너 국가 및 국제기구와 교류했다.

해병대는 지난해 한미 제병협동훈련(MWG)을 최초로 미국 본토에서 전개했다. 육군 특전사는 2022년부터 소수만이 참관해오던 알래스카 혹한기 훈련을 올해부터는 연합 특수작전 훈련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더불어 다국적 연합훈련에서의 리더십 향상을 들 수 있다.

우리 군은 지난해 5월 제주 해군기지에서 아·태 순환훈련을 주관함으로써 2018년 이후 중단된 해양 차단훈련을 재개했다. 올해 림팩(RIMPAC)훈련에서는 한국 해군 최초로 ‘연합 해군구성군부사령관’ 임무를 수행해 30여 개국으로 구성된 다국적군 지휘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우리 군은 이처럼 연합훈련의 참가 규모 및 범위, 역할 등을 확대함으로써 연합작전 수행 능력은 물론, 한국군의 국제적 위상과 협력 대상국과의 우호 관계도 제고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의지와 능력 면에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자 무대에서 적극적 역할 필요

한편,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에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도 있다.

첫째는 단순한 참가 및 참관을 넘어 한국이 주관하는 다자 훈련을 만드는 것이다. 비교적 손쉬운 출발점은 한미 양자훈련 중 성격과 내용을 고려해 참여국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코브라 골드, 슈퍼 가루다 실드, 탈리스만 세이버 등 모두 미국과의 양자 훈련이 확대된 것이다.

둘째, 해외 연합훈련을 한국 방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산은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며 해외 정상회담 시 방산을 안보협력 의제에 항상 포함해 왔다.

국가안보실 내 방산수출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연합훈련은 그 과정에서 탐지, 사격, 기동 등의 실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연합훈련이 기간 중 장비 공개 행사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유엔군사령부와(유엔사)의 훈련 확대다. 국방부는 2023년 11월 처음으로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11일 개최된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도 양측은 유엔사 강화를 약속했다. 한국은 유엔사 및 회원국과의 훈련, 즉 ‘행동’을 통해 평화를 구현하는 연대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숙연 교수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이숙연 교수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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