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자부심·자긍심 느껴” 미국 각지서 응원 행렬

입력 2024. 04. 23   15:55
업데이트 2024. 04. 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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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의 스포츠 in - 이정후 출전 경기장서 만난 코리안 팬

한글 피켓 든 한국인 아내·미국인 남편

이정후 유니폼 입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비행기 타고 온 동갑내기 친구 대학교수
홈·원정 구장 어디서든 “정후 리” 함성
“긴 시즌 다치지 않고 즐겁게” 한목소리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정후.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를 취재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라면 샌프란시스코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어디든지 그를 응원하는 한국 팬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들의 사연을 직접 듣고 취재하다 보면 종종 감동을 넘어 감탄에 이른다.

지난 4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구장인 론디포 파크에서 핑크색 도화지에 이정후를 응원하는 문구를 적어 넣은 부부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관중석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부부를 만났는데 한국인 아내와 미국인 남편이었고,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로 1시간40분 거리인 케이먼 섬에서 온 이정후 팬들이었다. 아내 제니 씨는 자신이 케이먼 섬에서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우연히 이정후 선수 경기를 보다 반해 케이먼 섬에 사는 지인들에게 ‘한국의 이정후가 이런 선수’라고 자랑했다. 이후 계속 경기를 챙겨 보며 응원하게 됐고, 케이먼 섬의 지인 모두가 이정후의 팬이 됐다. 곧 케이먼 섬에서 이정후 팬클럽을 결성할 예정이다. 출장차 마이애미 왔다가 남편과 이정후의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하고, 눈에 잘 띄는 핑크색 도화지에 응원 문구를 적어왔다. 지인들은 이곳까지 직접 오기 힘들어 TV를 보며 응원할 것이다. 젊은 선수가 낯선 미국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이정후의 활약은 엄청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아내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던 남편 카우프만 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했다.

“야구는 매우 긴 시즌이고 이정후는 굉장히 잘하고 있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계속 가야 하고, 그는 잘할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매 경기마다 일희일비하긴 어렵다. 이정후는 잘해 낼 것이다. 어제 아주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그 경기를 통해서 이정후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에 우린 믿고 기다리며 그를 응원해야 한다.”


케이먼 섬에서 온 제니·카우프만 부부.
케이먼 섬에서 온 제니·카우프만 부부.

 

산호세에서 온 며느리와 시어머니.
산호세에서 온 며느리와 시어머니.



이정후가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 경기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홈구장인 트로피카나필드를 방문했을 때 관중석에서 이정후의 팬이라고 소개한 2명의 대학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김민정, 유정수 씨는 텍사스와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스포츠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신이 이정후를 응원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다. 이전에는 류현진을 직접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는데 지금은 이정후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이정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팀이 텍사스까지 원정 경기를 오려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주말을 맞아 친구와 함께 2연전을 보려고 티켓을 구매했다. 트로피카나필드는 돔 구장이라 우천 취소가 될 일이 없어 마음 편하게 예매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이정후의 경기를 보려고 텍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 탬파까지 달려온 것이다. 웨스트 버지니아에 사는 유씨는 이정후에게 “팀에 대한 기여와 자신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긴 시즌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라는 조언을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처음엔 이정후가 잘 적응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역시 잘하고 있고, 팬 서비스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마칠 때까지 부상 없이 좋은 경기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씨는 이정후에게 보낼 응원의 메시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려줬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이 컸던 메시지였다.

“(팬들이) 보이지 않더라도, 들리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정후 선수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 항상 재미있게 야구하길 바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는 주말을 맞아 만원 관중을 이뤘다. 그중 도화지에 응원 문구를 적어온 2명의 중년 여성이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이정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산호세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시어머니라고 소개한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모두 이정후 때문에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다른 주에 사는 아들에게 부탁해서 이정후 유니폼을 인터넷으로 구입해 입고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인터넷에 있는 이정후 사진을 프린트해서 ‘이정후 홈런’ ‘이정후 사랑해’라고 씌여 있는 응원 문구를 만들었다. 옆에 계신 시어머니는 “이정후는 정말 잘 생겼다”면서 “야구까지 잘하니 더 멋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정후의 시즌 2호 홈런이자 홈구장이 오라클 파크에서 나온 첫 번째 홈런이 터진 날, 야구정 전체가 “정후 리” “정후 리”를 외치는 관중들의 응원 소리에 전율이 일 정도였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21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음에도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에 특별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필자 이영미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다. 추신수, 류현진의 MLB일기 등 주로 치열하고 냉정한 스포츠 세상, 그 속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필자 이영미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다. 추신수, 류현진의 MLB일기 등 주로 치열하고 냉정한 스포츠 세상, 그 속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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