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작전의 재구성] ⑧ 육군7보병사단 9·29 완전작전

입력 2024. 04. 23   16:49
업데이트 2024. 04.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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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훈련·과학화 시스템…식별부터 인계까지 완벽했다

2016년 국군의 날 이틀 전,
대기초소서 귀순자 첫 발견
지침상 30분 내 도착이지만
10분 만에 전원 배치 완료
신속하게 모든 절차 마무리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 후 
귀순자 유도작전 첫 사례
“국가에 도움됐다는 성취감”
당시 이병, 부사관의 길로…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 모든 부대가 격언처럼 새기는 문구다. 반복 숙달 훈련으로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 절차를 체득하고 있다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실전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과 맞닿은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들이 고강도 훈련과 철저한 대비태세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완전작전의 재구성’ 여덟 번째는 육군7보병사단의 9·29 완전작전을 따라가 본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육군7보병사단 불사조여단 장병들이 9·29 완전작전이 전개된 통문 근처에서 귀순자 유도작전 훈련 중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육군7보병사단 불사조여단 장병들이 9·29 완전작전이 전개된 통문 근처에서 귀순자 유도작전 훈련 중 전방을 경계하고 있다.



과학화경계시스템, 철저한 근무태세 합작품

9·29 완전작전은 2016년 9월 29일 오전, 7사단 불사조여단 작전지역 내 남방한계선 철책 통문 전방 비무장지대(DMZ)에서 귀순자 1명을 유도한 작전이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을 귀순자 유도작전에 활용한 첫 사례였다.

최초 귀순자가 통문 전방으로 진입할 당시 경계 보강을 위해 배치됐던 대기초소 근무자가 육안으로 식별했고, 동시에 영상감시병도 카메라로 상황을 인지했다.

초동조치분대와 귀순자 유도조가 급파돼 상호 유기적인 협조 아래 귀순자 유도에 나섰다. 전방을 순찰 중이던 정보처 장병도 현장에 합류해 사·여단 합동조사팀과 격리된 귀순자를 신문하고, 방첩부대에 신병을 인계하는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상황 발생 장소는 험난한 능선과 깊은 계곡, 수풀이 빼곡한 지역이라 이전에도 DMZ 수색로를 따라 귀순 사례가 있었다. 이에 사단은 2015년 7월 1일부터 관련 장비를 운용하면서 최초로 일반전초(GOP) 과학화 경계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당시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 후 첫 귀순이라는 점에서 심리전 간접 효과와 과학화경계시스템 검증 등의 성과를 거뒀다. 또 군사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군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였다. 이후 국군의 날 연설에서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사단은 지난해 9월 29일 작전을 펼쳤던 통문 앞에 기념석을 세워 자랑스러운 완전작전 역사를 기억하도록 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시 작전을 지휘한 서정열 예비역 소장과 장병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귀순자 유도작전 훈련에서 가상의 귀순자를 포박해 이동하는 모습.
귀순자 유도작전 훈련에서 가상의 귀순자를 포박해 이동하는 모습.

 

 

2016년 9월 30일자 본지에 실린 육군7보병사단의 9·29 완전작전.
2016년 9월 30일자 본지에 실린 육군7보병사단의 9·29 완전작전.



긴장의 끈 놓지 않고 완전작전 완성한 3인방

완전작전을 달성한 장병들은 여전히 작전지와 가까운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전통 계승을 다짐하고 있다.

통문장이었던 최정렬 중사는 귀순자를 가장 가까이서 인도했던 순간이 뇌리에 선명하다. DMZ와 연결된 통문을 열고 나가 처음으로 귀순자와 대화하고, 아군 지역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 최 중사였다.

“지침상 소초에서 통문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하게 돼 있는데, 그날은 10여 분 만에 전원 배치를 완료했습니다. 가파른 경사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단숨에 극복한 거죠. 신원을 밝히라는 첫 질문에 ‘귀순자입니다. 북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한 게 기억납니다.”

영상감시병으로 복무하던 안찬욱 중사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때는 전입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이병이었습니다. 상황을 인지하고 화면을 비춰보니 디지털 무늬 군복에 팔각모를 쓴 사람이 보였습니다. 보고하자마자 실제 상황 발생 경보가 울렸습니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한 사례인 만큼 그 의미도 남달랐다. 안 중사는 “여러 인원이 나눠 맡아도 봐야 하는 화면이 생각보다 많다”며 “집중력이 잠깐 흐트러질 수도 있는데, 그 사이 무언가를 놓치면 전우가 고생하고 안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경계 임무에 투입됐던 이재성 중사 역시 그때는 전입 4개월 차에 불과한 이병이었다. 탄약과 수류탄을 받으면서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한마디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처음 경험하는 실전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매일 반복한 훈련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는 가정 아래 각자 맡은 위치로 이동하고, 빠르게 임무 수행 준비를 마치는 훈련을 하루 두 번씩 했습니다. ‘훈련한 대로만 하자’고 되뇌면서 투입됐습니다. 추가 귀순자가 없는지, 귀순자가 돌발 행동을 하지 않는지 경계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안 중사와 이 중사는 완전작전을 계기로 병사에서 부사관 군복을 입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두 사람은 “완전작전을 통해 국가에 도움이 됐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거취를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꼽는 완전작전의 원동력은 끝없는 반복 훈련이었다. 현재 정신전력교육 교관인 최 중사는 신병이나 교육생을 만날 때 자신의 경험을 들어 훈련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그는 “훈련할 때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생각하는데, 완전작전을 사례로 설명하며 지금 우리가 하는 훈련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강조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계병 이재성 중사
당시 경계병 이재성 중사

 

당시 통문장 최정렬 중사
당시 통문장 최정렬 중사


“북에서 왔습니다” 지금도 선명한 그 말 - 당시 통문장 최정렬 중사
“조심히 다녀오라” 한마디에 긴장 최고조- 당시 경계병 이재성 중사


실전 같은 반복 훈련, 완전작전 되새긴다

선배 전우들의 정신을 받든 장병들은 지금도 훈련에 여념이 없다. 지난 16일 찾은 불사조여단 ○○소초에서는 철책과 통문 너머 DMZ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마냥 평화로울 것 같던 이곳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만큼 귀순자 유도작전 훈련이 진행된 것.

DMZ 너머에 귀순자가 나타나자 철책과 통문 주변에 경계 인원을 보강했다. 이어 귀순자 유도 배낭을 멘 장병이 통문을 열고 다가갔다. 배낭에는 결박도구(케이블타이)와 우의·생수·안대 등이 들어 있다. 대부분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어떤 질병이 있을지 모르는 귀순자를 접촉하기에 소독약·마스크·장갑 등도 포함된다. 장비를 갖춘 장병들이 귀순자를 포박하고, 안대·우의를 씌운 채 인도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의 눈빛은 태양보다 강렬했다. 김효성 상병은 “완전작전 전적비를 볼 때마다 ‘언제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마음을 놓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울러 언제, 어디서 적과 마주쳐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올라간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대는 귀순자 유도뿐만 아니라 월북자 발생, 적 포격 대비 대피호 점령 등 여러 상황에 따른 교육훈련을 반복 시행해 소초 근무자들의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동준(중위) 소초장은 “이곳은 실제 귀순자가 있었던 곳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 너의 가족과 친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며 “최근 국제 정세상 긴장감이 높아지는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즉·강·끝’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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