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못지않게 망설임 없이 싸우겠다”

입력 2024. 04. 22   17:41
업데이트 2024. 04.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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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0주년 스페셜 리포트
국가 총력전, Ready to Fight?

역전의 용사들, 내공은 달랐다

전차 사격훈련장서 만난 그들 
기본적으로 쌓아온 전문지식 덕분
긴장은 했지만 곧바로 자신감 드러내
“여전히 완벽한 호흡…앞장서겠다”
강인한 전의 현역도 체감할 정도…


의지와 결기 넘치는 훈련현장 가보니
현대전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첨단 무기체계 간 싸움이 핵심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현재진행형의 실전(實戰)을 보면 여전히 ‘국가 총력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 군이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 등 첨단 무기체계 획득에 집중하면서도 ‘예비전력 정예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예비전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육군, 그중에서도 동원전력체계 관리를 책임지는 육군동원전력사령부(동원전력사)의 고민은 그만큼 깊다. 동원전력사를 중심으로 한 동원부대들은 전쟁의 핵심 축이 될 예비군의 실전 감각을 높이고자 다양한 방식의 훈련을 펼치고 있다. 동원전력사 예하 73·75보병사단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5군단 동시통합훈련과 연계한 ‘쌍룡훈련’을 했다. 이 현장에서 비상근예비군·동원예비군들이 현역과 함께 ‘전장에서 싸우는 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기획팀 

화염을 내뿜으며 포탄을 발사하는 M48A5 전차.
화염을 내뿜으며 포탄을 발사하는 M48A5 전차.



몸이 기억하는 전차 다루는 법

M48A5 전차가 적을 향해 돌진한다. ‘포수’ 임무를 맡은 자영업자 손영진(27) 씨가 전방의 적 전차를 발견하자 블록체인 개발자인 ‘탄약수’ 김지수(27) 씨가 105㎜ 탄을 장전했다. ‘조종수’ 로 핸들을 잡은 건 도로포장 기술자 이규원(26) 씨. 그는 최대한 은폐 기동했고, 그사이 목표 거리·방향 계산을 끝낸 손씨는 결괏값을 탄도계산기에 입력했다.

“사격 준비 끝.” 손씨의 우렁찬 보고에 취업을 준비 중인 ‘전차장’ 이건우(28) 씨가 “쏴!”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동시에 손씨는 반사적으로 사격을 했다. 발사된 포탄은 표적 일대를 정확히 타격했다. 전차가 적을 발견해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초에 불과했다.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군 박승일사격장에서 73사단에 동원된 예비군들의 전차포 사격훈련 장면이다. 각기 다른 일상을 보내던 예비군들은 현역 때처럼 전차에 탑승해 ‘주특기’를 숙달했다. 그간 전차를 잊고 살았고 현역 때와 같은 기종도 아니었지만, 예비군들의 몸은 ‘전차 다루는 법’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날 사격장에는 120여 명의 비상근·동원예비군이 모였다. 이들은 사격을 위해 오전 5시30분 기상했으며, 아침 식사는 전투식량으로 갈음했다. 실제 전시처럼 부여된 훈련 상황에 따른 것이다. 앞서 동원전력사 동원자원호송단은 군단·병무청과 연계해 훈련 참가 예비군들을 집결지부터 전방지역까지 안전하게 증파하는 ‘호송작전 야외기동훈련(FTX)’을 했다.

사격장에서 만난 예비군 대다수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실사격이기 때문이다. 전날 직책 수행 훈련의 하나로 전차 승무 이론·실습 교육을 받았지만,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역전의 용사들’의 내공은 달랐다. 예비군들은 막상 전차에 탑승하자 편안한 모습이었다. 예비역 중사 이건우 씨는 ‘M계열’ 전차를 난생처음 봤음에도 전차장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냈다. 이씨는 현역 시절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전차대대에서 K1A2 전차를 조종했다. 이씨는 “기본적으로 쌓아온 전차 전문지식이 있다”며 “더 강력한 K1A2였으면 좋겠지만, M48A5 전차로도 전장에서 싸우는 데 무리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편의점 유통업체 점포개발팀에서 근무 중인 예비역 중위 박유한(31) 씨는 군을 떠난 지 5년이 흘렀지만 M48A5 전차가 매일 타는 자가용만큼 익숙하다고 했다. 박씨는 12보병사단 전차대대에서 같은 계열의 전차를 운용했다. 그가 M48A5를 다루는 데 능숙한 이유는 또 있다. 박씨는 73사단 소속 비상근예비군이다. 그는 주기적인 교육·훈련으로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옷을 입고 각자 터전에서 지낸 우리가 같은 옷을 입고 한 곳에 모였습니다. 싸울 준비는 이미 됐습니다. 우리는 예비군입니다.
다른 옷을 입고 각자 터전에서 지낸 우리가 같은 옷을 입고 한 곳에 모였습니다. 싸울 준비는 이미 됐습니다. 우리는 예비군입니다.



실제 전시상황 가정 주특기 숙달

예비군들은 전차 승무원 직책(전차장·포수·탄약수·조종수)에 따라 4명씩 조를 이뤄 M48A5에 탑승했다. 교육과 안전상의 이유로 현역 간부 1명이 함께 탔다.

사격 이후에는 현역의 기동·사격 훈련을 보며 전차를 활용한 전투기술을 배웠다. 장병들은 적 경계부대 식별부터 장애물 극복, 조우 적 전차 궤멸 등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시범을 보였다.

같은 날 예비군들이 주축이 된 75사단 포병부대는 현역으로 구성된 군단 포병부대와 통합 실사격을 했다. 75사단은 “전시 화력증원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목적의 사격”이라고 설명했다.

전날인 18일에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주야 연속으로 다중통합 레이저 교전체계(MILES·마일즈)를 활용한 전술훈련과 대량 전상자 처리 훈련을 했다.

73사단 예비군들은 현역 때와 다르지 않은 장비로 훈련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였다. 예비역 병장 임윤수(25) 씨는 “마일즈 장비로 전술훈련을 하니 마치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장비에서 사망·부상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은·엄폐, 기동 등 전술적인 행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일보가 만난 예비군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싸울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빠짐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예비역 병장 김지수 씨는 “망설임 없이 싸우겠다”면서 “현역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현역 때 선·후임으로 맺은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예비역 병장 이규원 씨와 손영진 씨는 ‘팀워크’를 강조했다. 이씨는 “여전히 완벽한 호흡을 보이는 우리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라가 부르면 앞장서 참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장을 찾은 김경일(준장) 73사단장도 예비군들의 열정에 반했다. 김 사단장은 “최근 전쟁에서 예비군 활약상이 대단하다”며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안전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경일(준장) 육군73보병사단장이 전차포 사격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예비군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경일(준장) 육군73보병사단장이 전차포 사격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예비군들을 격려하고 있다.



효율적 동원계획 등 전투력 강화에 최선

예비군들의 강한 전의(戰意)는 현역도 체감할 정도였다. 73사단 전차대대 권준모(대위) 중대장은 “‘노후 장비를 갖고 싸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훈련에서 예비군들의 저력을 확인하고 전시에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권 중대장의 말처럼 예비군들의 싸울 의지는 대단하다. 그렇지만 장비가 오래된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 군의 예비전력 실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예비군은 고도의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비군이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 전차를 잡아냈을 정도다. 우크라이나 예비군은 현역과 같은 무기를 운용하고, 나토(NATO) 회원국 군대와 연합훈련에도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예비군은 현역 시절 최신 무기를 다루다 예비군이 되면 수십 년 전 장비로 훈련을 받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도 군은 동원사단 전투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동원전력사 예하 모든 동원사단의 보병여단 핵심 무기체계를 상비사단 수준으로 보강키로 했다. 2026년부터는 동원사단에서 운용하는 M계열 전차와 견인포를 K계열로 교체할 방침이다. 상비사단과 같은 신규 전력을 동원사단에도 전력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더욱더 효율적인 동원계획도 필요하다. 이날 만난 예비군 중에는 집결지와 70여 ㎞ 떨어진 지역 주민이 여럿 있었다. 동원 계획상 해당 지역 예비군이 73사단에 포함돼서다. 한 예비군은 “동원령이 선포되면 교통지옥과 같은 도심을 뚫고 가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부대는 병무청 등 유관기관과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한 팀…어떤 도발에도 적극 대응 가능 ” 

동원사단 자체적으로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예비전력 내실화’다. 무엇보다 현역과 예비군이 한 팀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군단 예하 19개 부대가 참여하는 동시통합훈련에 예비전력이 참여하는 쌍룡훈련이 대표적인 예다. 전쟁이 일어나면 현역과 예비군은 함께 싸워야 하는 ‘한 팀’이기에 훈련의 실전성과 예비군의 역량을 높이자는 취지다.

동시통합훈련은 전시 군단으로 편제되는 예비군을 현역과 함께 배치해 임무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이다.

73사단은 올해 쌍룡훈련에서 인도·인접, 호송작전, 부대 증편·창설, 작계시행, 사격 등 전시 이뤄지는 시간 순서로 훈련을 했다. 특히 동원사단 최초로 전투참모단까지 동원했다. 이를 통해 예비전력의 전시 운용성을 높이면서 군사력 보강 요소를 찾는 성과를 거뒀다.

김 사단장은 “전쟁이 나면 현역과 예비군은 한 팀”이라며 “예비군들이 훈련장에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지금 이곳에 적 포탄이 떨어지면 현역보다 더 잘 싸울 것”이라고 신뢰했다. 그러면서 “적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하는 전투 수행 능력을 갖추도록 고강도 훈련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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