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팝아이

입력 2024. 04. 18   17:08
업데이트 2024. 04.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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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0전비 153대대 ‘F-4E 마지막 실사격’ 현장에 가다

마지막까지 당당했다…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최강 전략무기 ‘AGM-142’ 공대지미사일 역사 속으로
55년 핵심전력 ‘팬텀’ 6월 퇴역 앞두고 마지막 사격 성공
베테랑 정비·무장사들 “군 생활 함께한 전우” 아쉬움
20년 탑승 조종사도 “팬텀맨들의 가슴에 영원할 것”

1969년 F-4 팬텀(Phantom)Ⅱ전투기 도입은 우리 공군이 '전술공군'에서 '전략공군'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였다. 도입 당시 첨단 기술이 집약된 팬텀은 공군의 질적 전투력을 수직 상승시켰다. 특히 2002년 AGM-142 팝아이(Popeye) 공대지미사일 장착으로 팬텀은 우수한 공대지 폭격 능력과 종심 정밀타격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곧 하늘을 떠나는 팬텀이 최근까지 대북 억제의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도 팝아이의 위력 덕이다. 오직 팬텀만이 팝아이를 운반·발사할 수 있다. 팬텀은 이제 무거웠던 임무들을 하나둘 내려놓고 있다. '라스트 팬텀부대' 공군10전투비행단 153전투비행대대(153대대)의 마지막 실사격 현장을 소개한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공군10전투비행단 F-4E 팬텀 전투기가 18일 마지막 실사격 훈련을 위해 AGM-142 팝아이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채 활주로로 향하고 있다.
공군10전투비행단 F-4E 팬텀 전투기가 18일 마지막 실사격 훈련을 위해 AGM-142 팝아이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채 활주로로 향하고 있다.



마지막 실사격…정비·무장도 ‘베테랑’

18일 오전 6시, 이른 아침이었지만 수원기지 153대대 격납고에는 분주함이 가득했다. 사격 임무를 부여받은 F-4E 팬텀Ⅱ의 정비가 한창이었던 것. 이륙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30분경이었으나 그보다 훨씬 일찍 정비에 돌입했다. 해당 기체 정비기장 이혁재 원사는 “사격이 있는 날에는 최소 4시간 전에 비행 전 점검(Pre-Flight Check)을 수행한다”며 “점검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정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여유로운 시간이라 볼 수 있지만, 무장 장착 등을 고려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전 7시를 넘어가자 무장사들이 KMHU-83 중무장 장착 장비를 이용해 1.3톤의 육중한 팝아이를 조심스럽게 항공기로 가져왔다.

이어 팝아이 외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앞서 무장사들은 전날 기능점검을 통해 정상적인 운용 여부를 파악했다. 기능과 외부 이상 유무를 세밀히 살핀 후에야 본격적인 무장 장착에 들어갔다. 거대한 팝아이를 F-4E 날개 쪽 파일런(Pylon)에 장착하고, 비행 방향을 조정할 날개를 달았다. 반대쪽 날개에는 데이터 링크 파드(Data Link Pod)가 부착됐다.

무장진행담당 강동화 상사는 “팝아이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팬텀 무장 중에는 ‘최신급’”이라며 “가장 중요한 만큼 자랑스러운 무장이었다”고 말했다.

 

비행 전 점검 … F-4E 전투기가 격납고에서 출격을 위해 정비를 받고 있다.
비행 전 점검 … F-4E 전투기가 격납고에서 출격을 위해 정비를 받고 있다.

 

팝아이 운반 … 무장사들이 F-4E 전투기 기체에 장착할 팝아이를 옮기고 있다.
팝아이 운반 … 무장사들이 F-4E 전투기 기체에 장착할 팝아이를 옮기고 있다.

 

날개 쪽 파일런에 장착 … F-4E 전투기에 부착되고 있는 팝아이.
날개 쪽 파일런에 장착 … F-4E 전투기에 부착되고 있는 팝아이.

 

집중에 집중을… 153대대 조종사들이 매스 브리핑을 하는 모습.
집중에 집중을… 153대대 조종사들이 매스 브리핑을 하는 모습.

 

이륙 준비 완료 …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F-4E 전투기 조종사들.
이륙 준비 완료 …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F-4E 전투기 조종사들.

 

표적 명중 … 팝아이가 목표물에 명중한 모습. 공군 제공
표적 명중 … 팝아이가 목표물에 명중한 모습. 공군 제공



20년은 기본…아쉬움 가득한 팬텀맨들

팝아이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비 인원들의 무수한 땀방울이 필요했다. 1시간가량 무장을 장착하는 동안 이 원사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원사는 1993년 임관 후 원사 계급장을 달 때까지 쭉 F-4E 정비를 맡았다. 정년을 3년 앞둔 그는 “나는 팬텀과 군 생활을 같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아쉬움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오전 8시20분, 153대대 건물 내부에서는 조종사들의 브리핑이 이뤄졌다. 먼저 김태형(중령) 153대대장 주관으로 모든 조종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비행 계획을 파악하는 ‘매스 브리핑(Mass Briefing)’을 했다. 김 대대장은 마지막 실사격의 의미를 각인시키며, 조종사들에게 집중을 요구했다. F-4E 비행시간이 1800시간에 달하는 김 대대장은 “항공기가, 그것도 내가 20년 동안 조종한 기종이 퇴역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훌륭한 정비 덕에 아직도 조종석에 앉으면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더욱더 그렇다”고 감정을 누르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마지막 실사격에서 팝아이를 표적에 명중시킨 조종사들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F-4E 전방석에 탑승한 김도형(소령) 비행대장은 “한 때 최강의 전략무기였던 팝아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이 미사일의 강력한 위용과 이를 운용하며 가졌던 자신감은 팬텀맨들의 가슴 속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후방석에서 무장통제를 맡은 이동열 소령은 “‘마지막’ 비행, ‘마지막’ 사격, 계속 ‘마지막’이 붙는 게 섭섭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F-4E는 퇴역을 앞두고 운용 무장의 마지막 사격을 지속하고 있다. 두 달 전에는 AIM-7M 스패로 공대공미사일을, 지난 5일에는 MK-82 폭탄을 사격했다. 이번 팝아이 사격까지 모두 F-4E만이 운용할 수 있는 무장이다.

북한 도발에 맞서는 즉응 전력이자, 치명적인 응징을 가할 수 있는 공군 핵심 전력으로 55년간 자리매김해온 팬텀은 오는 6월 공식 퇴역식을 한다. 팬텀 덕분에 55년간 대한민국이 안전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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