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도깨비, 방망이 마지막으로 쓰다

입력 2024. 04. 18   16:56
업데이트 2024. 04.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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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4E 팬텀, ‘팝아이’ 실사격
3㎞ 고도서 40㎞ 거리 표적 명중
퇴역 앞두고 임무 성공적으로 마쳐

 

18일 마지막 실사격 훈련을 한 공군 F-4E 팬텀Ⅱ 전투기가 AGM-142 팝아이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공군 제공
18일 마지막 실사격 훈련을 한 공군 F-4E 팬텀Ⅱ 전투기가 AGM-142 팝아이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공군 제공



퇴역을 두 달 앞둔 공군 F-4E 팬텀(Phantom)Ⅱ 전투기가 18일 AGM-142 팝아이(Popeye)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마지막 실사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팝아이는 공군 전투기 중 오직 F-4E만이 운용할 수 있다. F-4E의 ‘시그니처 무장’이자 20여 년 전만 해도 북한 평양의 심장부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군 전략자산이었던 팝아이는 이날 사격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늘의 도깨비’로 불리며 적들을 떨게 했던 ‘명장’이 영예로운 은퇴를 앞두고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상징적인 무기를 먼저 내려놓은 셈이다.

국방일보는 이날 수원기지에서 이뤄진 F-4E의 마지막 실사격 현장을 찾았다. 오전 10시30분께 활주로에 3000파운드(약 1360㎏)에 달하는 육중한 팝아이 미사일을 장착한 F-4E가 모습을 드러냈다. 활주로 끝자락에 선 F-4E는 이륙을 위해 엔진 출력을 높였다. 뜨거운 아지랑이가 기체 후면부를 휘감듯이 피어났고, 제트엔진의 굉음은 활주로 일대에 퍼졌다. 곧이어 강력한 쌍발엔진은 팝아이를 장착한 거대한 F-4E를 하늘 위로 밀어 올렸다. 

역사적인 마지막 실사격 임무를 맡은 F-4E의 조종간은 공군10전투비행단 153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 김도형 소령이 잡았다. 김 소령은 현재 153대대 조종사 중 가장 긴 F-4E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총 비행시간 2200시간 중 F-4E만 2000시간이 넘는다. 후방석에는 이동열 소령이 탑승했다. 이 소령은 이번 소티(Sortie·비행횟수)가 F-4E 마지막 비행이다.

F-4E와 한 몸이 된 이들은 삽시간에 1만 피트(약 3㎞) 고도에 도달했다. 이어 사격 지점에 다다르자 40㎞ 떨어진 목표물을 포착한 뒤 팝아이를 발사했다. 이 소령은 후방석 데이터 링크 파드(Data Link Pod) 화면을 통해 팝아이가 날아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화면에는 팝아이가 화염을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표적에 명중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2002년 도입된 팝아이는 우리 공군 최초의 ‘스탠드오프(Stand-Off·적 사정권 밖에서 목표물 공격) 미사일’이다. 약 100㎞ 떨어진 표적을 1m 이내 오차범위로 정밀타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80㎞ 내외로 알려져 있으나 고고도에서 발사할 경우와 임무계획 수립 시 비행경로를 단순하게 구성하면 100㎞까지 공격 가능하다. 미사일에 장착된 TV 카메라와 적외선 유도장치 등은 정확도를 높인다.

표적에서 5㎞ 지점부터는 조종사가 직접 미사일 방향을 조절해 명중률을 높일 수 있다. 순폭약량은 1061파운드(약 481.3㎏)로, 1.6m 두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파괴효과를 지녔다. 실제로 팝아이는 견고하고 두꺼운 벙커, 콘크리트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278㎞에 이르는 AGM-84H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이 2007년 실전 배치되기 전까진 팝아이만이 원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했다. 팝아이는 슬램-ER보다 사거리는 짧지만 파괴력은 강하다. 그러나 사거리 500㎞·두께 3m 정도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타우러스(TAURUS)’ 등 더 강력한 무기가 도입되고 팝아이를 운용하는 F-4E가 노후화돼 둘 다 퇴역 절차를 밟게 됐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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