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재전장(언제든 전쟁터에 있음), 잊지 말아야…

입력 2024. 04. 17   16:58
업데이트 2024. 04. 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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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⑨ 임충빈 성우회장 
‘가짜 평화는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뿐’ 국방안보 앞에 진영 없어


대한민국 성우회(星友會)는 예비역 장군들로 구성된 국가 안보자문단체다. 예비역 장군으로 구성된 단체는 성우회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고 백선엽 장군을 초대 회장으로 1989년 설립됐다.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성우회는 우리나라 국방의 역사이자 큰 어른으로서 그동안 국가안보와 관련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안보 정론 형성에 주력해 왔다. 9·19군사합의 반대, 한미동맹 강화와 연합방위태세 공고화 촉구,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국방·안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군 복무 여건 개선과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일에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국방인력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안팎으로 시끄러운 지금, 어른의 혜안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18대 회장으로 취임한 임충빈(육사 29기·예비역 육군대장) 회장에게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글=송시연/사진=김병문 기자

임충빈(예비역 육군대장) 성우회장이 서울 서초구 성우회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충빈(예비역 육군대장) 성우회장이 서울 서초구 성우회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병의 충고 
하나, ‘파이트 투나잇’ 대비하라
당장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는 자세로
강인한 정신전력 위해 교육훈련 반복해야
둘, ‘상하동욕’ ‘고장난명’ 임하라 
손바닥도 혼자서는 소리 내지 못해
현역·예비역 소통하고
전우애 몸에 익혀야
셋, ‘위국헌신 군인본분’ 되새겨라 
남들도 극복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느냐
임무 완수 집념·열정 쏟아야


- 국제정세가 불안하다. 어떤 상황인지 진단해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이 지나면서 장기 소모전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대규모 군사 및 재정 지원 속에 우크라이나가 선전해 왔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부득불 감소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문제지만, 미국과 이란의 중동 역내 헤게모니 싸움으로 볼 수 있다. 중동지역 전체로 확대돼 미국이 여러 개의 전역에서 전쟁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미·중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 경쟁과 이를 둘러싼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 통일’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거부하는 미국과의 충돌 양상도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에 미치는 안보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국내 안보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부터 김정은은 공식적 담화에서 ‘대한민국’을 언급하면서 대남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인식했다. ‘남북관계는 교전국 관계고, 한국은 적국’이라고 규정지으며, ‘2024년에는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자’고 협박했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4·10 총선이 있었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다. 과거 상황과 최근 북한의 정책 변화, 핵·미사일 고도화 및 전력 증강 활동 등을 고려했을 때 엄중한 안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적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한다는 각오로 실질적인 대응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 도발 위협에 굴복해 얻은 가짜 평화는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천명하면서 ‘북한 도발이 있을 경우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군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한 가운데 실효적인 한미 확장억제전략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적의 다양한 국지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제대별, 수준별로 연습과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군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배양하고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높여야 한다.”


- 국방인력 감소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인구 절벽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적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책을 강구하려 노력 중이나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대신 우리는 전투력 유지 및 보충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예비전력을 가지고 있다. 예비전력이 현역 못지않은 전투력으로 향상되도록 국가 보위 차원에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국방에 대한 대립이나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거울삼아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방만큼은 진영 논리를 떠나 모두 힘을 모아 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 현역 장병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로서 지정학적으로 안보 상황이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 언제든 전쟁터에 있는 ‘항재전장(恒在戰場)’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이 추구하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에 완벽히 대비하기 위해 강인한 정신전력과 수준 높은 교육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보듯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다. 한반도 여건에 맞는 전투 수행 방법을 부단히 연구 발전시키면서 자신도 과학기술강군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식을 겸비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성우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국민 안보 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140여만 명 예비군들의 안보 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예비군 전력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동원전력사령부와 합동으로 ‘예비군 안보교육 발전방향’(가칭)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의 예비역 장성들과의 교류 확대로 정부의 안보 정책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국가안보 및 평화 통일에 관련된 연구도 강화할 것이다.”


- 내부적인 계획도 알려달라. 

“‘상하동욕(上下同欲)’의 마음으로 소통을 활발히 추진할 생각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군별, 출신별 장성단과의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성우회의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어 갈 계획이다. 특히 현역 후배들과도 주기적으로 정책 간담회 기회를 만들어 현안에 대한 예비역들의 목소리를 적극 전달하고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성우회원으로서 사회 각계에 진출해 본보기가 된 회원들을 적극 발굴해 포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유관단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해 국가안보에 관한 생각도 공유할 것이다. 이제는 성우회가 대한민국 안보단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 위상에 걸맞게 국가안보에 관한 지혜롭고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 믿음직한 단체로 인식되도록 하겠다.”


- 장병들을 위한 조언도 필요하다. 육군참모총장을 비롯 36년 군 생활, 쉽지 않은 길이다. 어떻게 극복했나. 

“군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다. 부여된 임무의 완벽한 이행을 위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관학교 시절부터 몸에 익힌 전우애다. ‘손바닥도 혼자서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자세와 상하동욕의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이 군인의 기본자세이며 전투력 발휘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각각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남들도 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을 텐데 나라고 못 하겠느냐’라는 극복 의지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좌우명을 되새기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 현역 시절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군 생활 첫 부임 시부터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대응하다 보니 현안에 치우쳐 업무를 처리했다. 미래 비전을 내다보는 거시적 안목보다는 단기적이며 미시적 시각에 머물러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교육 기회가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실행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공부와 연구에 관한 건 그 어느 시대보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역들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다.

“내가 복무했던 시절이 정보화 및 IT 혁명을 경험했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첨단과학기술군을 지향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추세로 본다면 우주까지 포함하는 전쟁 공간, 무기 체계, 인력 운용, 구성 요원들의 문화 등 공부해야 할 분야가 더욱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군도 간부들의 군사전문지식 배양과 리더십 함양을 위해 현 군 교육제도와 위탁교육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상위계급과 직책에 맞는 군사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


- 군 생활에서 장병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군이라는 특수한 여건을 참고 이겨내는 인내와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집념과 열정이다. 아울러 군 또한 국가와 군을 무조건 애국과 열정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인식하고 사회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사기 진작 대책을 마련해 자부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 복무 경험은 무척 소중하고 명예로운 것이다. 평생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선진국민으로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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