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무장공비 소탕작전 정찰·긴급연락 맹활약

입력 2024. 04. 17   15:22
업데이트 2024. 04. 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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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으로 만나는 항공기 세상 - 제트시대의 훈련기 T-28A

T-6 대체 위해 개발한 단발 엔진 훈련기
A형은 공군, B·C형은 해군서 운용
1960년 미 원조로 인수…총 25대 도입
1963년 모노그램 발매 48분의 1 키트
인터넷 경매 통해 어렵게 구해 제작
별매품으로 중요 디테일 최대한 보완
영화 ‘창공에 산다’ 관찰해 동체 도색

48분의 1 스케일로 재현한 T-28A 훈련기. 필자 제공
48분의 1 스케일로 재현한 T-28A 훈련기. 필자 제공



1960~19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각인된 영화들이 있다. 현충일이나 6·25전쟁 기념일이 되면 단체로 관람하던 반공 영화다. 필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극장에서 관람한 최무룡 주연의 ‘빨간 마후라’와 ‘창공에 산다’란 항공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전투조종사와 영화를 가득 채운 전투기, 그리고 전투 장면이 항상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필자가 항공기 모형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와서 보면 영화 속 내용이 고증에 맞지도 않고 장면 디테일도 어설프지만 요즘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장면보다 당시 운영된 기체와 도색, 엔진음과 화면 속에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촬영된 다양한 항공기를 자세히 볼 수 있어 반복적으로 보게 되는 항공기 모형의 교재와 같은 영화들이다. 특히 ‘창공에 산다’란 영화에 T-28A 기종이 자세하게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이 조종사가 되기까지 훈련기에 탑승하고 훈련하는 장면을 통해 T-28A는 그동안 궁금했던 당시 도색 정보와 운영 방식을 알 수 있게 해준 귀중한 자료였다.

한국 공군이 운영했던 T-28A는 미국 노스아메리칸에서 T-6 항공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단발 엔진 훈련기다. 1940년대 후반 미 공군이 T-6 텍산을 대체할 훈련기의 소요를 제기하자 노스아메리칸은 발 빠르게 설계 초안을 제출했고, 원형기인 NA-159 제작을 승인받자 1949년 9월 24일 XT-28로 처음 비행했다. 생산형에서 강력한 R-1820 공랭 엔진으로 강화된 NA-159는 훈련기임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선에서 활약한 전투기와 맞먹는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충분한 상반각이 주어진 날개 덕분에 높은 안정성까지 보이자 무난하게 미군에 채용됐다. 노스아메리칸은 1950년부터 1957년까지 7년 동안 1948대의 T-28을 생산했다.

1949년 실전에 배치됐으며, 전 세계 국가에서 대 게릴라용, 폭동진압용, 정찰용으로 운용됐다. T-28기종은 A형과 B, C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A형은 공군에서, B·C형은 해군에서 운영했다. B·C형이 프로펠러가 3엽이고 엔진 카울이 조금 더 큰 특징이 있다. C형은 착함을 위한 어레스트 후크가 채용된 기종이다. 우리 공군은 1960년 12월 20일 미국 군사원조로 T-28A 4대를 인수해 중등 비행 훈련용으로 활용한 이래 총 25대를 도입한다.


1960년 12월 20일 사천기지의 T-28A 도입식 장면. 출처=공군70년사 발췌
1960년 12월 20일 사천기지의 T-28A 도입식 장면. 출처=공군70년사 발췌

 

1963년 생산된 T-28A 모노그램 키트. 필자 제공
1963년 생산된 T-28A 모노그램 키트. 필자 제공



T-28A는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무장공비 소탕작전에서 항공정찰, 긴급연락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T-37C를 중등 비행 훈련용으로 운용하게 되면서 훈련기로서의 활용도가 저조해지자 1982년 북부기지 전력을 보강하고 지상군 근접지원작전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8전술통제 비행단(8전투비행단 전신)에 배치돼 전술통제임무를 수행했다. 1989년 4월 25일 기종 노후로 퇴역했다.

한국공군형 T-28A를 제작하는 여정도 쉽지 않았다. 일단 T-28기체의 48분의 1 스케일의 키트를 제작한 회사가 미국의 모노그램 외엔 없었다. 그나마도 해군형 T-28C로 출시돼 한국 공군형으로 만들기는 어려웠다. 1963년 발매된 모노그램의 48분의 1 T-28A형 키트가 있지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미국 이베이몰에서 가끔 경매로 올라오는 매물을 기다렸다. 그래도 오랜 기다림 끝에 말 그대로 골동품인 1963년도 생산품 T-28A형 키트를 손에 넣어 제작을 시작했다.

박스를 열어본 순간 요즘 판매되는 모노그램사의 T-28C형 동체금형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동체 부분은 요즘 나온 키트를, 중요한 공군형의 엔진 부분과 프로펠러 부분은 T-28A형에 적용된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T-28A형은 두 번 제작했는데 처음 제작은 개조 방식을 택했다면 두 번째 제작은 일본 방문 시 콕핏 부분과 플랩 부분의 별매품을 구매해 놓은 것이 있어 수월했다.

1963년 당시의 키트는 현대의 스케일 모형과 차이가 있는 구동형을 구현하기 위해 디테일을 생략하고 랜딩기어 구동, 플랩 구동을 위해 실기체의 디테일을 포기한 것이다. 그래도 별매품이 있어 개조는 어렵지만 별매품을 적용해 디테일을 최대한 표현했다. 중요 부분 디테일은 별매품을 사용해 제작했지만 동체 및 주익, 수직 미익등 각 부분의 디테일은 플라스틱 판재, 황동봉, 플라스틱 봉을 사용해 최대한 실제처럼 제작했다. 가장 중요한 도색도 ‘영화 창공에 산다’를 지속 관찰해 기존에 알고 있던 은색기체가 아니라 동체 하부에 밝은 회색으로 도색이 된 것을 확인하고 모형 제작에서 구현했다. 키트는 오래된 관계로 플라스틱 자체가 건조해 딱딱해졌지만 전반적인 동체부는 최근 생산품인 C형에서 가져와 제작에 문제가 없었지만 건조해진 엔진부는 조심해서 가공해야 했다. 오래된 플라스틱이 딱딱해져 잘 부러진다는 문제가 있다.

T-28A 훈련기의 가장 큰 특징은 큰 캐노피가 2중으로 열리는 구조여서 내부가 잘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콕핏 내부 디테일을 신경 써서 작업하게 되고 조종석 시트벨트나 안전장치 등을 표현해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도색에서도 은색의 경우 엔진 카울부분의 엔진열에 의한 변색과 패널의 사용에 의한 변색등을 표현했으며, 데칼의 경우 자작데칼로 당시 훈련기의 마킹을 구현했다.

제원
형식 : 단발 복좌 훈련기 
개발/생산 : North American Aviation 
초도비행 : 1949년 9월 24일 
생산 시기 : 1950~1957년 
운용 시기 : 1950~1994년 
승무원 : 2명 
전장 /전폭 /전고 : 10.06 m / 12.22 m / 3.86 m 
중량 : 2914~3856㎏ 
동력 : Wright R-1820-86 Cyclone 
공랭 9기통 엔진(1425hp) 1기 
최대속도 : 552㎞/h 
항속거리 : 1710㎞ 
무장 : 하드포인트 6개소에 540㎏의 폭장 
생산수 : 1948대 


필자 유승용은 동서울대 교수이며, 항공기 관련 스케일 모델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ROKAF COLORS VOL.1 대한민국공군 특수비행팀 블루세이버 1956~1966』 등이 있다.
필자 유승용은 동서울대 교수이며, 항공기 관련 스케일 모델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ROKAF COLORS VOL.1 대한민국공군 특수비행팀 블루세이버 1956~196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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