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장착 정밀공격…첨단 유도무기 대체 ‘활약’

입력 2024. 04. 16   16:09
업데이트 2024. 04. 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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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 현대전의 새로운 국면전환자 ‘FPV 드론’

차세대 레이싱 스포츠 목적으로 탄생

유도무기·포탄 부족 우크라 첫 활용
저렴한 가격에 다루기 쉽고 효과 탁월
아군에겐 든든한 지원군 적에겐 공포

 

우크라이나군이 처음 전쟁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한 FPV 드론은 최첨단 유도무기의 훌륭한 대체품으로 활약하며 전쟁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출처=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GeneralStaff.ua)
우크라이나군이 처음 전쟁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한 FPV 드론은 최첨단 유도무기의 훌륭한 대체품으로 활약하며 전쟁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출처=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GeneralStaff.ua)



2022년 2월,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드론의 광범위한 사용이다. 그중에서도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드론의 활약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평가될 정도다. 최근에는 전선의 모든 장병을 공포에 떨게 할 정도로 강력한 심리전 무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당시 존재하지도 않던 군용 FPV 드론이 갑자기 현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국면전환자(Game Changer)로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집중, FPV 드론

겁에 질려 도망치는 병사 주변을 위협적으로 맴돌던 드론이 갑자기 자폭한다. 폭발에 휩쓸려 쓰러진 병사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공중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인간과 살인 기계의 전쟁을 다룬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심리전 목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실제 전투 영상이며, 이 영상 속에서 병사들을 공격하는 무기가 바로 현대전의 새로운 국면전환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FPV 드론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정찰 및 감시부터 적군을 직접 공격하거나 포병 혹은 아군의 화력을 유도하고, 보급품을 수송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FPV 드론은 아군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적군에게는 발견 즉시 무조건 공격해야 하는 제거 대상이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이 FPV 드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정밀유도무기는 물론 극심한 포탄 부족에 허덕이던 우크라이나군의 절박함이 있다. 밀고 밀리는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쟁 장기화와 서방세계의 군사적 지원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선택한 것이 바로 FPV 드론이기 때문이다.


전쟁 무기가 된 FPV 드론

원래 FPV 드론은 첨단 무선통신 및 원격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레이싱 스포츠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실제 전쟁에서 FPV 드론을 공격무기로 처음 활용한 것은 우크라이나군이었다. 정밀유도무기와 포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우크라이나군 장병이 FPV 드론에 수류탄과 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을 장착해 러시아군을 공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에 고무된 우크라이나 지휘부는 최전방 전투부대들이 부족한 첨단 유도무기를 대체하는 FPV 드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 역시 국내외 산업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에 나섰다. 그 결과 훌륭한 공격무기로 재탄생한 FPV 드론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최첨단 유도무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이제는 표준화된 운용 절차와 체계화된 교전수칙까지 존재할 정도다.

전쟁 양상의 변화와 부상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에서 큰 활약을 펼친 것은 바이락타르(Bayraktar) TB2와 같은, 공대지 공격 임무 수행이 가능한 군용 전술 드론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전자전 능력이 정비되고 방공무기들이 재배치되면서 바이락타르 TB2는 예전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배회폭탄 혹은 전선을 중심으로 1~4㎞ 거리의 표적을 식별 혹은 타격하기 위한 상용드론의 사용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과 초정밀 공격능력을 바탕으로 수류탄 수준의 폭발물을 장착한 FPV 드론과 병사 간의 목숨 건 술래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FPV 드론으로 적군을 사냥하는 모든 영상은 심리전을 목적으로 편집돼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경쟁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충격적인 영상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다.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에 대전차로켓 탄두부터 수류탄, 급조폭발물 등 다양한 폭탄을 조합해 적시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출처=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 (facebook.com/GeneralStaff.ua)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에 대전차로켓 탄두부터 수류탄, 급조폭발물 등 다양한 폭탄을 조합해 적시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출처=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 (facebook.com/GeneralStaff.ua)



공포의 전도사 

미 해군 출신 기자이며 SF 작가인 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 작 동명 원작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영화 ‘듄: 파트2’(Dune: Part Two)에서 주인공은 “가진 것이 없어 공포를 무기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역사에서 힘없고 가난한 자들이 거대 권력을 상대로 싸울 때 ‘공포’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거대한 공포’ 혹은 ‘겁을 주다’를 뜻하는 라틴어는 프랑스 혁명 이후 테러(Terror)라는 단어로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상대방의 전투 의지를 꺾기 위한 공포의 전도사로 FPV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무력침공에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나, 반대로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 중인 러시아군 역시 FPV 드론을 전쟁무기로 활용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또한 FPV 드론에 대한 신뢰 역시 절대적이다. 이제 FPV 드론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양측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전쟁 무기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2024년에만 100만 대 이상을, 러시아 역시 최대 360만 대의 FPV 드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을 전투부대에 정식 편성해 독자적인 정찰 및 원거리 타격 임무를 수행하거나 12~16명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군 돌격대의 전투 임무를 6명 내외의 FPV 드론 조종사가 직접 지원하는 전투 교리까지 완성했다.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군 역시 비슷한 전투 교리를 바탕으로 FPV 드론을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FPV 드론이 변화시킬 미래

대당 300~500달러(약 41만~69만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중량, 1인칭 시점과 원격제어를 통해 최첨단 유도무기 못지않은 정밀 공격이 가능하며 순간순간 상황 판단을 통해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은 FPV 드론을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로 만들고 있다. 공격 임무가 실패해도 자폭 대신 정찰 임무를 계속 수행하거나 귀환시켜 재정비 후 언제든 재출격할 수 있는 장점 역시 FPV 드론만이 갖춘 장점이다. 별도의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그 위력을 보장할 수 없는 첨단무기와 달리 FPV 드론은 14시간의 기본 훈련만 받으면 누구라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러한 FPV 드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러시아군의 주요 방공자산과 전차, 장갑차 등을 타격했고, 일반 보병까지 공격하면서 러시아군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FPV 드론은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전투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제 FPV 드론 없는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일련의 급격한 기술적 변화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에서 동시에 일어나면서 그 어느 쪽의 확실한 승리도 보장하지 못하는 교착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드론부대 지휘관은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PV 드론을 통해 우리는 이미 미래의 전쟁을 시작했으며 전쟁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이어 “누가 먼저 신기술과 전략을 완성하고 능숙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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