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은 영웅들

입력 2024. 04. 14   11:08
업데이트 2024. 04. 14   11:51
0 댓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군복 입은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배지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경운기 사고를 당한 노인을 구조한 육군2포병여단 횃불대대 김대현 중위, 김영한 상사, 김양수 원사(왼쪽부터).
경운기 사고를 당한 노인을 구조한 육군2포병여단 횃불대대 김대현 중위, 김영한 상사, 김양수 원사(왼쪽부터).


육군2포병여단 횃불대대 김대현 중위·김양수 원사·김영한 상사
경운기 사고 현장서 70대 노인 구조…“국민 도울 수 있어 뿌듯”

육군2포병여단 횃불대대에서는 간부 3명이 경운기 사고를 당한 노인을 구조했다. 김대현 중위, 김양수 원사, 김영한 상사는 지난달 18일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일대에서 경운기를 운행하다가 방벽과 충돌한 사고 현장에서 70대 노인을 구했다.

당시 대대는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함께 이동하던 세 사람은 도로변에 쓰러진 경운기를 보고 현장을 확인하던 중 피를 흘리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이들은 심각한 출혈을 막기 위해 환자를 부축하고 지혈을 했다. 이어 도로 안전통제와 119구급대 신고, 환자의 의식 유지를 위한 대화까지 필요한 조처를 해 나갔다.

사고자는 피를 많이 흘렸지만, 정작 본인은 부상 정도를 모르는 혼미한 상태였다. 세 사람은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사고 수습을 돕고 구급대원에게 어르신의 상태를 설명한 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까지 확인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김 상사는 “도로 위 경운기가 벽에 부딪혀 있는 모습이 이상해 확인해 보니 사고자가 피를 많이 흘리고 계셨다. 제때 조처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국민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길을 잃은 노인이 무사히 귀가하도록 도운 정지훈 육군인사사령부 군무사무관.
길을 잃은 노인이 무사히 귀가하도록 도운 정지훈 육군인사사령부 군무사무관.


육군인사사령부 정지훈 군무사무관 
길 잃은 할머니 안전하게 경찰 인계…“사회복지사 공부 경험 떠올렸죠”

장병뿐만 아니라 군무원도 선행 대열에 동참했다. 주인공은 육군인사사령부 정지훈 군무사무관. 그는 지난달 25일 오후 7시30분경 자신이 거주하는 세종시의 한 아파트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80대 할머니를 발견했다.

주소와 연락처를 물었지만 기억을 못 하는 상황. 할머니는 지하주차장을 헤매다가 이곳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 사무관의 집 앞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든 안전하게 댁으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한 정 사무관은 아들과 함께 근처 지구대까지 할머니를 데리고 가 경찰에 인계했다. 이후 보호자가 안전하게 모셔 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귀가했다.

정 사무관은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집을 못 찾고 밖에서 헤맬 할머니를 생각하니 외면할 수 없었다”며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머니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복지사를 준비하면서 치매 노인에 관해 배운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이 도움이 돼 빠른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길 잃은 어린이를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인계한 육군22사단 북진여단 임하성 대위, 조정환 병장, 김태형·최동욱 중사(왼쪽부터).
길 잃은 어린이를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인계한 육군22사단 북진여단 임하성 대위, 조정환 병장, 김태형·최동욱 중사(왼쪽부터).


육군22보병사단 북진여단 임하성 대위·김태형 중사·최동욱 중사·조정환 병장
실종신고 접수된 8세 아이 발견·응급처치…“앞으로도 군인 본분 다할 것”

아이를 구조하는 데도 장병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육군22보병사단 북진여단 임하성 대위, 김태형·최동욱 중사, 조정환 병장은 힘을 합쳐 길을 잃은 여덟 살 어린이를 부모님 품으로 돌려보냈다.

지난달 31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해안소초 근처를 홀로 배회하던 아이가 해안경계 폐쇄회로TV(CCTV)로 일대를 감시하던 조 병장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은 중대장 임 대위가 소초 기동타격대 김태형·최동욱 중사와 같이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아이가 코 주변과 손등에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보고 소초에 비치된 구급함으로 응급처치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왔다.

여단에서 경찰에 신고해 확인한 결과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역주민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장병들은 경찰이 오기까지 아이를 잘 보호하다가 무사히 인계하고 철수했다. 아이를 최초로 발견한 조 병장은 “날씨가 따뜻해져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시기에 길 잃은 어린아이를 발견했다”며 “아이가 부모님을 찾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 대위도 “길을 잃고 피까지 흘리던 아이를 부모님 품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자를 구조한 육군3군단 특공연대 조재현(왼쪽) 상사와 이서영 하사.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자를 구조한 육군3군단 특공연대 조재현(왼쪽) 상사와 이서영 하사.


육군3군단 특공연대 비호대대 조재현 상사·이서영 하사
교통사고 부상자 구조·2차 사고 예방…“국민 생명 수호, 당연한 일”

육군3군단 특공연대 비호대대 장병들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신속한 응급조치로 시민의 생명을 구했다. 대대 작전부사관으로 임무 수행 중인 조재현 상사는 자신의 가족, 함께 근무하는 이서영 하사와 저녁식사 장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들은 이동 중 44번 국도 신남 인근 도로 한가운데에서 승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정차한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곧바로 갓길에 차를 세운 조 상사는 사고 차량에서 의식이 혼미하고 입가에 피를 흘리는 운전자를 발견했다.

조 상사는 119구급대와 경찰에 신고하고, 도로에 설치한 삼각대와 스마트폰 조명으로 뒤따르는 차량 흐름을 통제해 2차 사고를 예방했다.

정찰의무부사관인 이 하사가 평소 교육으로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의식을 잃지 않게 계속 말을 거는 등 필요한 조처를 했다. 덕분에 의식을 되찾은 환자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소식을 들은 환자 가족들이 감사를 표하면서 사례를 희망했지만, 두 사람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조 상사는 “군복을 입고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분이 쾌유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조 상사는 2022년 5월에도 한 식당에서 쓰러진 환자를 신속한 응급처치로 구해 인제군수 표창 및 인제군의회 의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유현애 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