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정보가 새고 있다…내 호기심 때문에?

입력 2024. 04. 12   14:36
업데이트 2024. 04. 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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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기밀 ‘국민 유전정보’를 지켜라!
중 업체 “건강정보 무료 분석” 홍보
스스로 채취 유전자 해외 반출 유도
전 세계인 바이오DB 수집·구축 중
생물학적 약점 포함 민감 정보 유출
특정 민족 겨냥 유전 무기 개발 우려



국민 생체정보는 국가안보상 중요정보

지난 3월 국내 언론에 한국인의 유전정보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 우려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일부 연예인이 DNA 혈통검사 결과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는 등 유전정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약국 등에서 검사 키트를 구입해 민간업체에 분석을 맡기는 ‘소비자 직접시행(DTC·Direct to Customer) 유전자 검사’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 중국 업체는 간단한 검사 키트를 활용해 소비자가 스스로 유전자를 채취해 중국으로 보내면 암 발생 가능성 등 무려 500여 가지에 이르는 건강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일부 업체는 이벤트를 빌미로 수십만 원 상당의 검사를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업체들이 정부 인증을 받고 영업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 중국 등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 업체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전정보의 해외 반출에도 제한이 없다니 국민 생체정보의 해외 유출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바이오산업 기술은 인간 DNA의 염기서열 분석을 가능케 해 방대한 분량의 유전정보 데이터(genomic data)가 축적돼 가고 있다. 유전정보는 개인에게 질병예방 등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의료나 과학 분야에서는 신약개발, 감염병 예측 등에 유용하며, 사회적으로는 범죄자 추적, 전쟁 희생자 DNA 비교 등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유전정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석으로 적대국 국민의 생물학적 취약점을 찾아내 보건 의료체계 교란, 심리적 성향을 이용한 여론공작, 중독성이나 의존성을 활용한 스파이 포섭, 특정 인종이나 민족을 겨냥한 유전자 무기 개발 등 치명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어 특별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전정보를 포함한 자국민 개인정보가 우려 국가에 유출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미국인 민감 정보 해외이전 규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나, 지난달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외국 바이오기업들이 미국인 유전정보를 활용하거나 타국으로 유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안(Biosecure Act)’을 통과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의 공세적 유전정보 수집

유전정보 수집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6년 유전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한 의료기술 개발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15년간 1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와 협력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공격적으로 유전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2021년 2월 미국의 방첩업무를 총괄하는 국가방첩보안센터(NCSC)는 중국이 유전정보를 자국 내 소수민족 인권탄압과 감시에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유전정보를 수집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중국 기업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우시파마텍 등은 2013년 이후 미국 유전정보회사 지분을 매입해 미국 전역의 병원, 대학, 연구소 등 보건의료 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인들의 유전정보를 포함한 민감한 의료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했다.

특히 BGI는 ‘니프티(NIFTY)’라는 브랜드로 다운증후군 등 특이병을 찾아내는 태아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싼값에 제공하며, 전 세계 53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유전정보를 수집해 중국 인민해방군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는 BGI의 유전정보 유출이 의회에서 논란이 되자 부총리가 나서 유전정보를 ‘중요 국가기반시설’로 분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은 자국 내에서 신장지역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고 반정부 세력을 추적하는 데 유전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7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사용된 유전자 분석을 지원한 BGI 산하 기업을 제재하기도 했다.


특정 인종·민족만 죽일 수 있는 유전자 무기

지난해 10월 31일 홍콩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가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일부 국가가 유전자 무기로 중국인을 겨냥하고 있다”고 경고한 사실을 보도했다. 유전자 무기는 특정 인종이나 민족 구성원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생물학 무기를 말한다.

국가안전부에 따르면 지구상 모든 인간의 DNA는 99.9%가 같지만 특정한 인종과 민족을 구별 짓는 핵심 인자가 있으며, 이러한 인자들을 활용하면 정해진 특정한 인종이나 민족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미국 대통령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중국이 유전자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미국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무기의 존재는 오랫동안 주류 과학자 사이에서는 음모론으로 치부돼 왔는데, 정부기관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정 유전자를 지닌 인종이나 민족만을 골라 죽이는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안보 차원의 관리 대책 필요

유전정보를 포함한 생체정보의 특징은 컴퓨터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번 유출되면 세계 어디서든 추적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위험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유전정보를 분석해 목적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윤리나 인권 문제로 개인정보 활용에 한계가 있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110개 에이즈(HIV) 환자 단체들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추진하는 유전자 분석 프로그램에 반대한 것이 좋은 사례다.

1990년대 후반 HIV로 미국인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CDC가 각 주 정부에 환자정보를 수집하도록 했을 때도 시민운동가들의 반대로 계획이 지연돼 2008년에 와서야 모든 주에서 수집이 가능하게 됐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사회 체제에 따라 유전정보의 활용 가능성과 효율성이 다른 것인데, 민간 분야의 모든 정보가 국가안보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 법으로 보장된 중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불법적 정보 탈취도 빈번하다. 작년 말 미국의 유명 유전자 및 혈통분석 서비스 업체 ‘23앤드미(23andMe)’의 데이터가 해킹당해 690만 개의 회원정보가 유출됐고, 앞서 2015년에는 미국 건강보험회사 앤섬의 개인정보 8000만 개가 중국 해커의 손에 넘어갔다. 이런 정보들은 AI 분석을 통해 유전정보와 결합돼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AI를 통한 방대한 자료의 분석이 가능해진 이 시대에 국가가 지켜야 하는 것은 과거와 같이 영토, 국민, 주권뿐 아니라 국민들의 개인정보도 포함되며, 거기에는 당연히 유전정보도 포함돼야 한다. 국가방첩업무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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