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홍해 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입력 2024. 04. 08   16:09
업데이트 2024. 04. 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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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정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교수
지연정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교수



지난해 10월 시작된 홍해 위기가 글로벌 해양안보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항해하는 상선을 대상으로 미사일·드론 공격을 하면서 이 지역 내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0여 척의 상선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상선이 홍해 대신 남아프리카로 가는 장거리 항로를 택하거나 3.4배 정도 인상된 보험료를 지불하며 홍해를 지나고 있어 홍해 위기는 세계 경제의 악재로 언급된다. 

이번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은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홍해는 걸프만과 함께 중동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많은 국가가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2000㎞에 달하는 서해안이 홍해에 접해 있어 이 지역 안정 유지에 심혈을 기울인다. 사우디 북쪽에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약 12㎞의 남부 해안만 홍해에 접해 있지만 아랍 국가·인도양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국익 수호를 위해 핵심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집트와 수단 역시 긴 해안선이 홍해와 닿아 있어 이 지역의 관광, 무역, 군사자원 수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후티 반군의 공격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불만 표출로 나타났으나 그 이면엔 이란의 홍해 영향력 확장에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형세도 포함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의 홍해 진출에 반대하는 미국의 외교·군사적 움직임과 이에 반응하는 중국의 움직임이 글로벌 해양안보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함께 후티 반군과 비밀협약을 맺고, 자국 상선의 항행 안전을 확보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편에 있지 않은 모든 국가의 항해 자유를 약속받아 홍해 위기 중재국으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또한 역내 안정을 이유로 자국 함대를 배치해 대양해군 육성전략의 요건도 충족시키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러시아, 인도, 사우디 및 주요 유럽 국가들의 해양안보 경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인도, 사우디의 경우 홍해의 영향력 확대·보충을 위해 자국 해군의 정보력 보강, 대외 해군협력기지 확보, 기동전단 강화 등 여러 방편을 검토 중이다. 또한 큰 틀에서 자국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어 군비 경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해양안보 경쟁은 결과적으로 해양공동안보 플랫폼을 통해 홍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홍해는 인도양과 지중해를 잇는 대륙 간 바다로, 전 세계 물동량의 약 10~15%를 담당한다. 동시에 아시아와 유럽 간 물동량의 40%가량을 소화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따라서 현재 많은 국가가 해양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적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대양해군을 육성하고자 더 멀리 보고, 더 깊이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앞으로 더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할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 생도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장기적인 전략연구 및 더 큰 범위의 해군 비전을 지원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대양해군을 육성하는 모든 국가가 홍해 위기를 필두로 전략 수립 및 가동 범위를 넓혀 가는 가운데 한국도 더 폭넓은 시각을 갖고 저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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