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낮추고 혜택 늘리고…초급간부 氣 살아야, 안보가 산다

입력 2024. 03. 27   17:10
업데이트 2024. 03. 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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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ROTC 모집 홍보 활동 현장르포

취업 스펙 쌓기에 바쁜 요즘 청춘들. 그래서 군인의 길을 걷기로 한 학생군사교육단(ROTC·학군단) 후보생들의 선택은 더욱 귀하고 빛난다. 이들의 내면엔 보기 드문 애국심·리더십·강인한 체력 등의 가치가 보석처럼 숨어 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균관대 교정에서 만난 ROTC 후보생과 현역 초급간부들은 “(ROTC를 선택해서) 얻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훨씬 많다”고 입을 모았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성균관대 ROTC 출신 예비역·현역·후보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며 모집 홍보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 ROTC 출신 예비역·현역·후보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며 모집 홍보를 하고 있다.

 

재학생들에게 공연을 선보이는 성균관대ROTC 록 밴드 ‘락군단’.
재학생들에게 공연을 선보이는 성균관대ROTC 록 밴드 ‘락군단’.


재밌軍…멋있軍…신나는軍… ‘갓생’ 살자


예비역·현역·후보생 정복 입고 총출동
커피 나눠주고 선배 록 밴드 공연
‘군대는 딱딱’ 편견 깨 남녀 모두에 인기 


“ROTC는 단순히 장교로서 군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르고 유능하며 헌신하는 대한민국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학군단에) 와보십시오. 단, 쉽지 않으니 단단한 결심을 하고 오세요. 통과한다면 삶에 커다란 옵션이 한 가지 장착될 겁니다.” 

이명희(중령) 성균관대 학군단장이 ROTC 후보생들과 일반 학생들이 모인 소극장 무대에 올라 한 말이다. 전국 대학 ROTC는 지원서 접수기간(3.4~4.26.) 동안 홍보부스와 공연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 학군단은 18·19일 커피 차 이벤트와 록 밴드 공연을 준비했다.

새 학기의 설렘이 가득한 캠퍼스에 예비역·현역·후보생들이 정복을 차려입고 나섰다. 후보생 모집 홍보를 위해 기수를 아울러 한데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캠퍼스를 누비는 대학생들에게 커피를 전하며 홍보에 매진했다. 커피 차는 김진흥 성균관대ROTC총동문회장이 사비로 기부했다. 이들의 ROTC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에 근무하는 이소영 중위도 이날만큼은 홍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 중위는 “우수한 ROTC 후배 모집을 위해 오늘만큼은 부대를 벗어나 모교에 왔다. 벌써 (홍보부스를 통해) 여성 후보생으로만 4명이 지원했다”며 “홍보 활동이 군 집단은 딱딱하고 무섭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63기 전체를 대표하는 김수아 대대장후보생은 “원래 꿈은 경찰이었지만 군인은 마을보다 더 큰 나라를 지킨다고 생각해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며 “장기복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 공부를 하며 진로까지 확실히 정해 놓을 수 있다는 게 ROTC의 큰 메리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64기 후보생 6명으로 구성된 밴드 ‘락군단’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들은 보컬·기타·베이스·드럼·키보드를 맡아 멋진 무대를 펼치며 ROTC 지원을 독려했다.


김선호(왼쪽 둘째) 국방부 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ROTC 후보생 모집 홍보 부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동욱 기자
김선호(왼쪽 둘째) 국방부 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ROTC 후보생 모집 홍보 부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동욱 기자

 

지난 1월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동계 기초군사훈련 중 행군에 나서는 64기 학군사관 후보생들.
지난 1월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동계 기초군사훈련 중 행군에 나서는 64기 학군사관 후보생들.

 


ROTC 장교 현재와 미래 

국방부, 장교 지원율 제고 정책 발표
ROTC 필기시험 폐지해 지원 유도
후보생 해외연수 기회 늘리고
단기복무 장려금·학군생활지원금 증액
임관 후 전공 활용·사회진출 방안 마련

ROTC 장교는 단기복무 장교의 70% 가까이 차지할 만큼 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4.8대 1에 달하던 경쟁률이 지난해 1.8대 1로 크게 줄어들 정도로 극심한 지원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ROTC 제도를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중 절반인 54개 학교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야전에서 필요한 ROTC 임관 장교가 정원보다 수백 명 부족한 현상이 연이어 생기고 있고, 후보생 때부터 중도에 포기하거나 임관을 아예 포기하는 인원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경쟁률은 2015년 4.8대 1에서 2017년 3.3대 1, 2020년 2.7대 1, 2022년 2.4대 1로 줄다가 작년 1.8대 1로 급감했다. 작년 초에는 경쟁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추가 모집을 했다.

각 대학 ROTC 사례처럼 후보생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장교 복무에 대한 명예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예우 강화가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다수가 단기복무를 전제하고 지원하는 만큼 전역 후 사회 진출에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1년부터 성균관대 학군단장직을 수행 중인 이명희 중령은 ROTC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초급장교 양성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중령은 장교의 명예와 가치는 금전적인 부분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생들은 스펙 무한 경쟁 시대 군사학 수업과 방학 중 입영훈련을 소화하며 지·덕·체를 연마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귀한 성과가 행복한 미래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힘든 길인 줄 알면서도 후보생에 지원하는 것은 한 조직의 리더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이라며 “희생하는 사람을 우대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전국 대학에 학군단을 확대한다면 인재 확보가 한층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중령은 또 “친구들은 취업을 준비할 시간을 (ROTC 생활에) 투입해야 하니 고민이 될 것”이라며 “이런 부담감을 감수하고 온 귀한 인재들이 실망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인영 ROTC중앙회 부회장은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부분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ROTC 장교 70~80%가 단기복무자”라며 “이들 중 90%가 전역 후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부회장의 말처럼 대학생 중 많은 수가 ROTC 장교로 군 복무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생활 동안 훈련과 통제 때문에 학교 생활 외의 경력을 쌓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관 후에도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김 부회장은 ROTC 장교들이 전역하는 시기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ROTC 장교들이 전역하는 6월은 그 어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공채를 안 하는 시기”라며 “특히 기업 중에선 대학 졸업 후 2~3년 이내를 지원 요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어 복무를 마치고 나면 아예 지원이 불가하거나 한 번의 기회밖에 얻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일반 대학생도 취업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군 복무에 대한 헌신을 취업시장에서 인정해주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관련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ROTC 후보생의 해외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장려금·지원금을 인상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 국방부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국방부는 지난달 23일 ROTC 장교 지원율 제고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후보생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고취하기 위해 해외연수 기회를 늘리고, 합당한 처우 보장으로 장교로서의 가치를 높이도록 단기복무 장려금과 학군생활지원금을 증액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후보생들은 대한민국ROTC중앙회 지원으로 매년 40명씩 해외연수를 가고 있다. ROTC중앙회가 그 인원을 80명으로 늘리고 국방부는 여기에 예산을 추가 편성해 총 160여 명이 해외연수 기회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후보생들의 지원이 늘고 있는 공수훈련 기회를 기존 100명에서 올해 120명, 내년에는 150명으로 꾸준히 늘려가면서, 기존 이론 중심의 군사교육체계도 더욱 실질적·현실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또 후보생 선발 절차에서 필기시험을 대학성적과 면접 평가로 대체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학군단 설치 대학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는 한경대·청주대·백석대·경운대 등 4개 대학에 공군학군단을 추가 설치해 후보생을 모집한다. 현재 전국 210여 개 4년제 대학 중 학군단 미설치 대학은 94곳이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도 지난해 12월부터 학군단을 직접 찾아다니며 학군단장·후보생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에도 숙명여대에서 서울권역 여대 학군단 후보생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후보생들은 △효과적인 ROTC 모집 홍보 방안 △여군 복무여건 개선 방안 △사회진출 지원 방안 △임관 후 전공 활용 방안 △군 이미지 개선 방안 등 ROTC 장교 지원율 제고를 위해 평소 가졌던 생각을 전했다. 또 김 차관은 추가 질의를 이어가며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김 차관은 “ROTC 후보생이 자긍심을 갖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육군본부도 올해 ROTC 모집 기간 전국 관공서와 대학 전광판, 영화관 등에 모집 광고를 송출하는 등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달 2일에는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한양대학교에서 학군사관 비전 설명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옹성우 상병이 소대장 역으로 출연하는 육군 제작 웹드라마 ‘오히려 좋아’도 유튜브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 육군 장교 멋지다’ ‘미래 장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등 구독자들의 응원 댓글이 대부분이다.

육군학생군사학교(학군교)는 초급간부들이 자긍심을 갖고 군 생활에 임할 수 있도록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학군교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지원자들의 부담감을 낮추기 위해 ROTC 필기시험을 전면 폐지하고 대학성적을 반영한다. 인성검사 및 면접평가를 인터넷으로 실시하는 등 지원시스템을 크게 변경해 장교를 꿈꾸는 학생들의 많은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최종 선발되면 3학년 때부터 학과 생활과 후보생 생활을 병행하게 된다. 전 후보생에게는 ROTC 장학금과 육군에서 지급하는 단기복무장려금, 생활지원비 등의 금전적 혜택이 주어진다.

후보생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육군 장교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임관하면 전공과 연계된 근무 기회, 군 병원·휴양시설·PX 등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명예를 중요시해 전역 후에도 끈끈한 의리와 유대를 자랑한다는 점도 ROTC 출신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총동창회 격인 대한민국ROTC중앙회를 비롯해 독립단체·산하기구 등 400여 개 조직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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