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사나이] 거대 함정 움직이는 ‘조타’ 전역까지 함께라 더 ‘좋다’

입력 2024. 03. 05   16:22
업데이트 2024. 03. 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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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 사나이 ④ 운전병? 아니 군함 조종하는 조타병 

안전 항해 막중한 책임 ‘긴장의 끈’
수천 톤 군함 요리조리 ‘이색 경험’
많아야 한 함정에 두 명 ‘소수정예’
국기·함상예절 몸에 밴 ‘국제 신사’
방송·기록 임무도 척척 ‘팔방미인’


3200톤급 구축함 을지문덕함 함교에 있는 타기. 조타병은 항해 중 당직사관 지시에 따라 함정을 조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3200톤급 구축함 을지문덕함 함교에 있는 타기. 조타병은 항해 중 당직사관 지시에 따라 함정을 조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육·해·공군 가리지 않고 인기 있는 보직 중 하나가 ‘운전병’입니다. 다른 군사특기와 비교해 몸이 덜 힘들고, 임무가 예측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죠. 군대에서 운전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입니다. 해군 군함에는 운전병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조타병’이 있습니다. 운전병이 운전대를 잡는다면, 조타병은 타기(舵機·배의 키)를 잡고 수백~수천 톤에 달하는 군함을 조종하죠. 안전 항해를 위해 조타병은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흔한 군 생활은 싫다? 그렇다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조타병에 도전하는 건 어떨까요.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조타(操舵)는 배의 키를 조종한다는 뜻이다. 고대부터 함선에서 타기를 잡는 일은 경험과 숙련도가 가장 높은 선원이 맡았다. 조타수 능력에 선원의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함정의 안전 항해를 맡는 책임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해군에서 조타 특기 부호는 ‘02’다. 조타병의 핵심 임무는 조타장·조타사를 보조해 함정의 타기를 운용하는 것이다. 임무 대부분이 함교에서 이뤄져 육체적으로 힘이 덜 드는 편이지만, 한 번의 키 조작 실수가 함정 총원의 안전과 직결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조타병을 비롯한 조타 직별은 항해 중인 함정에서 24시간 내내 타기 운용에 집중해야만 한다.


을지문덕함 조타병 이수민 상병이 타기를 조작하는 모습.
을지문덕함 조타병 이수민 상병이 타기를 조작하는 모습.



조타병은 대형 함정에 주로 보직되는 편이다. 함정마다 대부분 1명, 많아야 2명의 조타병이 배치된다. 한 기수에 소수 인원만 선발하기에 조타병이 되기 위해선 운(?)도 필요하다. 해군병 중 ‘소수 정예’로 꼽히는 군사특기인 셈이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전투병과학교에서 3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은 뒤 자대로 배치된다.

해군2함대 3200톤급 구축함(DDH-Ⅰ) 을지문덕함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이수민 상병은 함의 ‘유일무이’ 조타병이다. 배를 타고 싶어 해군을 선택했고, 여러 군사특기 가운데 함정을 조종하는 한다는 것에 반해 조타병을 지원했다.

이 상병은 조타병의 매력으로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거대한 쇠붙이인 함정을 내 손으로 조종하는 게 특별하다는 것. 그는 “타기를 붙잡고 있다 보면 ‘이렇게 큰 함정을 내 손으로 조종한다’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임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또 그만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타병은 함정을 조종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임무를 수행한다. 함정 간 통신수단인 발광·기류·수기 신호 송·수신, 훈련·표준일과 등을 방송하는 ‘방송수’가 대표적인 예다. 조타병은 이런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국기 예절, 함상 예절, 기류 등을 교육받는다. 국기·함상 예절은 ‘국제 신사’인 해군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항박일지, 현문일지, 조타사일지 등 기록수 임무 역시 조타병의 못이다. 함정의 각종 일지는 법정 기록물이다. 사건·사고 발생 때 함정의 항적을 증명하는 중요 자료로 활용된다.

현장에서 만난 을지문덕함 조타병 이 상병도 전입 후 첫 출항 방송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장점만 있으면 좋겠지만, 조타병에게는 단점도 있다. 다른 군사특기와 비교해 육상근무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조타병은 속칭 ‘앵카’(Anchor·함정을 고정하는 닻처럼 한 함정에서 계속 복무하다 전역하는 것)라고 부르는 ‘함정 계속근무’를 한다. 함정에 배치되는 수병은 4개월간 근무한 뒤 희망에 따라 육상부대로 재배속될 수 있는데, 4개월 뒤에도 그대로 남는 것을 계속근무라고 한다.


을지문덕함 수병들이 함정 침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을지문덕함 수병들이 함정 침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상병도 을지문덕함에 남아 전역 전까지 임무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선·후임과 즐겁게 생활 중이고, 간부님들도 수병을 많이 배려해줘 굳이 이곳을 떠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상병은 을지문덕함 ‘대표수병’도 맡고 있다. 대표수병은 병 자율위원회를 주재하고, 수병의 의견을 함장 및 간부에게 전달한다. 그는 “수병들의 건의사항을 경청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부대원이 소통·화합하는 을지문덕함을 만드는 데 작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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