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방 테러 합동 대응 골든타임 내 제압하라

입력 2024. 03. 04   17:11
업데이트 2024. 03. 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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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우편물  접수…즉시 출동하라”

지역·광역·국가급 화생방대응 부대 한자리
화생방사·32사단·20전비 출동…장비 10여 대 투입
대테러 초동조치부터 부상자 구호·제독까지
반복된 훈련으로 비상상황 대처 능력 배양

지난해 7월, 울산의 한 복지시설에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우편물을 연 시설 관계자 3명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이상 증상을 보였다. 대만을 거쳐 배송된 ‘수상한 소포’는 제주, 대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며 전 국민의 불안감을 키웠다. 국방과학연구소 분석 결과 우편물에 위험물질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수상한 소포 사태는 ‘화생방 테러’의 공포를 실감케 했다. 우리 군은 민간, 영내 화생방 테러 발생 시 빠르고 정확한 대처를 위한 화생방대응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2024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첫날, 지역·광역·국가급 화생방대응부대가 한자리에 모여 전개한 합동 화생방 테러 대응 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김해령/사진=양동욱 기자

공군20전투비행단에서 진행된 합동 화생방 대테러 훈련 중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화생방특임단이 미상 물체를 분석하고 있다.
공군20전투비행단에서 진행된 합동 화생방 대테러 훈련 중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화생방특임단이 미상 물체를 분석하고 있다.



“기지 내 용성문화회관에서 화생방 테러 미상 물체 신고 접수! 대테러 초동조치팀은 즉시 출동할 것!”

4일 오후 1시, 공군20전투비행단(20전비) 내 한 건물에서 화생방 테러로 의심되는 ‘미상 물체’가 발견됐다. 수취인 불명의 우편물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발견된 것. 평화로운 기지가 순식간에 비상이 걸렸다. 20전비 장병들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반복된 훈련으로 언제라도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20전비 기지방호작전과는 즉시 대테러 초동조치 전력 출동을 명령했다. 초동조치 전력은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군사경찰, 폭발물처리(EOD) 요원 등으로 구성된다.

훈련상황 전파 10분도 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군사경찰 장병들은 곧바로 통제선을 구축하고, 인원과 차량을 통제했다. 동시에 CRRT는 간이제독소를 설치하고, 유해화학물질탐지기와 복합가스탐지기 등을 활용해 초기 정찰에 돌입했다.

“삐삐삐삐-!” 우편물 가까이 가자 CRRT의 유해물질탐지기가 경보를 울렸다. 맹독성 물질이 발견됐다는 신호다. CRRT는 액체를 오염원점으로 보고, 어떤 물질인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CRRT가 가진 장비와 분석 능력으로는 종류 파악이 어려웠다. CRRT는 식별 불가능 판단과 함께, 지역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인 육군32보병사단에 출동을 요청했다. 아울러 CRRT는 오염 확산 방지를 위한 인체제독소를 설치해 운용하기로 했다.

CRRT는 시·군·구 단위, CRST는 광역시·도 단위로 화생방 상황에 대응하는 작전부대다. 화생방 위협 상황이 발생하면 CRRT가 먼저 출동해 대응하고, CRST가 후속 지원한다. CRRT는 3명, CSRT는 분석 임무를 맡은 화학 담당이 한 명 추가돼 총 4명으로 편성된다.

오후 1시40분께, 20전비에 들어온 32사단 CRST는 곧바로 현장으로 직행해 미상의 물질에 방폭텐트를 설치한 뒤 표본을 수집하고 탐지·분석했다. 방폭텐트는 물질의 폭발 작용이 일어날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비다. CRST는 CRRT보다 나은 장비와 분석 능력을 발휘했으나, 여전히 해당 물질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CRST에서 분석이 어려운 물질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화생방사) 대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SMT)에 정밀 분석을 의뢰해야 한다. CSMT는 국가급 화생방작전 전문부대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화생방 무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원도 CRST보다 한 명이 늘어난 5명이다. 추가된 1명은 방사능 분석을 담당한다.

CRST는 오후 2시께 CSMT에 현장을 인수인계했다. CSMT는 ‘디맨(D-Man)’과 ‘씨맨(C-Man)’ 두 명의 요원을 분석 작업에 투입했다. 디맨이 미상의 물질에 가까이 다가가면 씨맨은 분석에 필요한 장비를 전달해준다. 수술실에서 디맨이 의사라면 씨맨은 간호사 역할을 하는 셈. 디맨을 ‘더티가이(Dirty Guy)’, 씨맨을 ‘클린가이(Clean Guy)’라고도 부른다.

디맨 김능현 공군중사(진)가 “액체 수집 장비가 필요하다”고 씨맨 김정기 공군일병에게 말하자, 김 일병은 액체 표본 수집에 필요한 주사기와 병을 전달했다. 김 중사(진)는 현장 분석을 위해 병에 액체를 담고, 정밀 검사할 병도 따로 챙겼다. 상황조치조장인 배민근 공군상사는 해당 과정을 모두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화학 담당 오승훈 공군상사는 김 중사(진)에게 액체를 건네받아 실시간 분석에 들어갔다. “노비촉(Novichok)이다.” 오 상사가 외쳤다. 정밀 분석 결과 해당 물질은 1970년대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노비촉으로 확인됐다. 노비촉은 지난 2017년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5~8배 강한 독성을 지닌 치명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훈련은 화생방 대응요원들이 현장을 꼼꼼하게 제독한 후 표본을 채취해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공인 분석기관인 국군화생방방어연구소로 후송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훈련에는 화생방사 화생방특임단, 32사단 화생방대대, 20전비 화생방지원대 30여 명과 화생방정찰차 등 장비 10여 대가 투입됐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화생방 긴급 상황에서 유기적인 합동 대응 능력과 단계별 상호 협조체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화생방 테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소량의 유독물질로도 수많은 사상사를 낼 수 있어서다. 초동조치부터 부상자 구호, 제독, 현장 질서유지, 경계 등이 복합적이고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단계별 화생방 대응 부대들의 ‘합’이 완벽히 맞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기적인 합동훈련이 필수적인 이유다.

실제 부대에서 이러한 화생방 테러가 발생한다면 군은 물론, 민간에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무인기(UAV) 등을 활용한 화생방 테러 등 새로운 위협까지 떠오르고 있다. 이에 각급 화생방 대응 부대는 군의 완벽한 작전 수행과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철통 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다양한 합동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양태주(공군소령) 화생방사 3특임대장은 “지속적인 교육훈련과 합동훈련 등을 통해 화생방전에서 지원태세와 초동조치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전우는 물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호수(대위) 20전비 화생방지원대장은 “긴밀한 호흡과 협조체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번 훈련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해군작전사령부 연합해양작전본부를 찾은 최성혁(맨 왼쪽) 해군작전사령관이 FS 연합연습을 지휘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작전사령부 연합해양작전본부를 찾은 최성혁(맨 왼쪽) 해군작전사령관이 FS 연합연습을 지휘하고 있다. 해군 제공



굳건한 연합방위… 해·공군, 연합구성군사령부 가동

해군은 FS 연합연습 첫날인 4일 해군작전사령부 연합해양작전본부에서 ‘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CNCC)’를 가동했다. 연합전투참모단 소속 한미 장병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하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해군작전사는 유사시 미 7함대와 함께 연합해양구성군사령부 임무를 수행한다. 최성혁(중장) 해군작전사령관도 이날 작전지휘소를 방문해 연합연습을 지휘했다.

공군도 이날 공군오산기지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 연합공군구성군사령부(CACC)를 구성하며 FS 연합연습에 본격 돌입했다. 한미 지휘관·참모는 공조회의 및 상황보고를 하며 호흡을 맞췄다. 이원준 기자

공군오산기지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에서 한미 지휘관·참모들이 공조회의를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오산기지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에서 한미 지휘관·참모들이 공조회의를 하고 있다. 공군 제공



하나 된 한미 공군… 쌍매훈련 돌입, F-15K·F-16 등 출격

한미 공군은 이날부터 올해 첫 ‘쌍매훈련(Buddy Squadron)’에 돌입했다. 한미 공군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은 FS 연합연습 야외기동훈련과 겸해 오는 8일까지 오산기지에서 전개된다.

이번 훈련에는 공군11전투비행단 122대대 소속 F-15K와 미 51전투비행단 36대대 소속 F-16 등 20여 대의 한미 공중전력이 참가한다. 미 공군 F-15K 4대는 훈련을 위해 이날 오산기지로 전개했다.

훈련에 참가한 한미 공중 전력은 방어제공임무(DCA)를 비롯한 실전적 훈련을 실시하며 양국 간 최신전술을 교류할 예정이다.

F-15K 조종사 박영도 소령은 “한미 조종사들은 유사시 함께 출격하는 파트너이자 전우”라며 “이번 훈련을 통해 적 도발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원 팀’으로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 51전투비행단 36대대장 코리 팔러 중령은 “쌍매훈련을 비롯한 연합훈련은 한반도 역내 안전보장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준 기자

쌍매훈련에 참가한 공군11전투비행단 F-15K 전투기들이 오산기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쌍매훈련에 참가한 공군11전투비행단 F-15K 전투기들이 오산기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최상의 대비 태세…공군16전비, 관·군 합동 야외기동훈련

공군16전투비행단(16전비)은 FS 연합연습 첫날부터 실전적인 야외기동훈련을 전개했다. 16전비는 이날 부대 무인기 침투 상황을 가정한 대테러 훈련을 실시하며 대비 태세를 공고히 했다.

관·군 합동으로 진행된 훈련에는 16전비 대테러초동조치팀을 비롯해 육군50보병사단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 예천소방서, 예천경찰서, 예천군청 등이 참가했다. 훈련은 기지 내 유류저장지역(POL)과 동문에 무인항공기가 침투하며 시작됐다. 상황을 접수한 부대는 대테러초동조치팀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침투한 무인항공기가 POL에 폭발물을 투척하며 화재가 발생한 상황. 현장에 도착한 대테러초동조치팀은 신속하게 현장지휘소를 구축한 뒤, 화재 사실을 소방중대와 예천소방서에 전파했다. 화학 공격이 발생한 기지 동문에는 50사단 CRST가 출동했다. 수리온(KUH-1) 헬기를 활용해 신속히 현장에 투입된 CRST 대원들은 표본을 수집한 뒤 2차 탐지를 실시했다. 이후 육·공군 합동전력이 장비와 물자를 제독하며 훈련을 끝마쳤다.

훈련을 계획한 16전비 신가연 소령(진)은 “합동 대테러 훈련을 통해 테러 대응능력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실전적인 훈련을 지속해 기지 생존성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최상의 대비 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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