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진료대비태세…2주간 125명 치료·퇴원

입력 2024. 03. 04   17:17
업데이트 2024. 03. 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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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군병원 비상진료체계 민간인 진료 중간 성과 살펴보니

수도병원 등 12개 군병원 비상대기
분야별 최고 실력 의료진 최선 노력
헌신·열정적 진료에 국민들 감사인사
양 발목 절단 환자 긴급 수술 후 회복
민간병원 입원 거절 고관절 골절 80대
의료진 협진으로 수술 마치고 재활 중

군병원 비상진료체계가 가동 중인 4일 국군수도병원 외과 전문의 이호준(육군중령·오른쪽) 중환자실장이 민간인 환자를 진료한 뒤 보호자와 상담하고 있다.
군병원 비상진료체계가 가동 중인 4일 국군수도병원 외과 전문의 이호준(육군중령·오른쪽) 중환자실장이 민간인 환자를 진료한 뒤 보호자와 상담하고 있다.


국방부의 군병원 비상진료체계 운영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응해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군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특히 범부처 차원 대책에 적극 동참해 민간병원 및 소방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지원방안을 구축·시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방부 집계에 따르면 4일 낮 12시까지 125명의 민간인 환자가 군병원에서 건강 위기를 넘기며 회복 중이거나 퇴원했다. 우리 군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일궈 낸 성과다.

이들 125명이 찾은 군병원은 수도병원 58명, 대전병원 26명, 서울지구병원 8명, 양주병원 6명, 포천병원 4명, 춘천병원 4명, 홍천병원 5명, 강릉병원 4명, 고양병원 6명, 해양의료원 2명, 항공우주의료원 1명, 포항병원 1명이다. 국방부가 개방한 12개 군병원 모두에서 민간인 환자 진료가 이뤄졌다.

민간인 환자의 군병원 이용은 강제퇴원, 진료 거절, 수술 지연 등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군 의료진의 우수한 실력과 군병원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신뢰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군 관계자도 “지난 2주간의 군병원 진료 상황을 보면서 국민들이 신뢰하고, 또 군에서 지원하는 부분에 나름대로 여건이 가용하다고 생각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군병원에서는 분야별 최고 실력을 갖춘 의료진이 24시간 빈틈없는 진료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장기군의관을 비롯해 많은 경험·노하우가 있는 전문 민간의료인과 단기군의관들이 함께 임무를 수행 중이다. 또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민간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실습교육을 받은 우수한 간호장교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번 의료공백 사태 때 이들 군 의료진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위중환자들을 주저함 없이 받아들였다. 모든 역량을 환자에게 집중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는 것은 물론 이후 중환자실을 거쳐 입원병동에 이르기까지 상황마다 환자 처치에 몰입하며 안정적으로 회복하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 

신원식(맨 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수도병원을 방문해 국군의무사령부 예하 군병원장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신원식(맨 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수도병원을 방문해 국군의무사령부 예하 군병원장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고도의 수술과 집중관리로 환자 살펴 

군병원 의료진의 민간인 환자를 향한 헌신과 열정은 실제 진료사례에서 볼 수 있다. 한 50대 남성은 근무 중 낙상사고 과정에서 날카롭고 무거운 자재가 함께 떨어져 양쪽 발목이 거의 절단된 상태로 이송됐다. 두 곳의 종합병원에서는 환자 상태와 의료진 부족 등으로 수술이 제한돼 국군수도병원으로 연결됐다.

수도병원 외상센터에선 상황을 접수한 뒤 즉각 의료진 투입을 준비했다. 이송환자가 도착해 바로 진행된 수술은 무려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당시 환자는 다발성 골절이 심각한 위급 상태였다. 응급조치와 함께 한쪽 다리에 2명씩 4명의 군의관이 두 다리를 동시에 수술했다. 환자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집중관리를 받고 있고, 발가락이 움직이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양측 하악골이 골절된 20대 남성도 군 의료진의 헌신으로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고 있다. 이 환자는 5개 민간병원에 문의했지만, 진료·수술에 어려움을 겪고 군병원으로 후송됐다. 하악골은 아래턱뼈라고도 불리는데, 민간병원 의료진도 어려운 치료 부위로 꼽고 있다. 군병원은 구강안면외과 등 관련 의료진을 신속히 투입해 성공적으로 수술했고, 입원 당시 마비 소견까지 보였던 하악신경을 다시 살려 냈다. 이 남성은 현재 회복 중이다.

고관절이 골절된 80대 남성은 민간병원 수술 대기 중 의료공백 사태로 관련 입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5개 상급병원에 문의했지만 모두 입원이 불가해 망연자실한 상황이었다. 이때 군병원 응급실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치료를 요청했다. 환자는 고령에 중증 기저질환으로 마취가 제한되는 등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진료과별 의료진의 끈질기고 긴밀한 협진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현재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80대 환자의 아들은 “병원들 모두 수술이 어렵다고 해서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마침 군병원 개방 소식을 듣고 연락해 오게 됐다”며 “아버지께서 지병까지 있어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의료진의 헌신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건강하게 재활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만족을 넘어 감동까지 받았다”며 “진료에 최선을 다해 주신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계단에서 넘어져 대퇴골과 팔꿈치가 골절된 70대 여성은 인근 대학병원 문을 두드렸지만 수술이 제한돼 군병원으로 전원됐고, 무사히 수술을 받아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또 기흉 증상이 나타난 10대 남성과 발 골수염으로 고통을 겪던 60대 남성도 민간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다가 군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

군병원의 한 의료진은 “대국민 진료가 시작된 후로 민간인 환자들이 군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며 군 의료진의 부담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군 응급실로 내원하는 대다수 민간인 환자는 빠른 치료가 제한된 상황에서 군을 믿고 온 분들이다. 의료진 개인의 어려움보다 국민들께 최상의 의료지원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서현우/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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