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의 눈 ‘표적획득대대’

입력 2024. 02. 15   15:35
업데이트 2024. 02.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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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육군5포병여단 천리안대대 대위
이광훈 육군5포병여단 천리안대대 대위



나는 육군3사관학교 훈육장교 임무를 수행한 뒤 지난해 9월 야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5군단 5포병여단 천리안대대, 즉 대포병레이다를 운용하는 부대 지휘관으로 명령을 받았습니다. 

포병장교지만 대포병레이다는 생소했습니다. 포신밖에 몰랐던 저는 ‘군단의 눈’인 레이다포대의 지휘관이 됐습니다.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궤도 대신 타이어가 달린 차량이 있었고, 포신이 아닌 레이다가 달려있었습니다. 대대 전입이 아니라 마치 소위로 임관한 것 같았습니다. 레이다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교범을 탐독하고 레이다 운용관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포대장으로서 부끄러웠지만 배우고, 알려고 했습니다.

훈육장교로서 생도를 훈육하다 포대장이 된 뒤 ‘배워야 내 부하를 살릴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대장의 ‘부하를 살릴 수 있는 지휘관이 되라’라는 말을 듣고 목격한 것은 주간근무, 야간근무, 증원근무, 근무휴식을 365일 24시간 내내 수행하는 8명의 병사와 3교대 또는 4교대로 매일 24시간 근무하는 레이다 운용관 11명이 군단의 눈을 책임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이 잘 알지 못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표적획득대대는 ‘신속정확 표적획득(迅速正確 標的獲得)’이라는 기치 아래 군단의 눈으로서 대화력전의 시작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는 적의 위치를 찾고 적의 성질을 분석해 포병부대와 지휘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표적 탐지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도발했을 때와 전면전임을 가정하고, 적이 사격한 포탄의 원점을 탐지하고 표적화하는 훈련입니다. 이는 평시 아군의 사격을 표적화해 탐지율과 오차율을 분석하고 대포병레이다-II 운용개념을 발전시키는 힘이 됩니다. 훈련 간에는 다른 포병부대가 사격하는 것을 기다리며 대포병레이다-II 장비에 앉아서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고, 초당 몇십 개에 해당하는 표적들의 오차율과 탐지율을 순식간에 계산해 나가고 있습니다.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가 대포병레이다로 뛰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포대장으로서 그들에게 믿고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임무를 수행하지만, 서로 모르는 임무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 대포병레이다 부대는 포병부대 가운데 선택받은 인원들만이 근무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포병부대 속의 특전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대, 알지 못하면 모르는 부대, 우리는 대포병탐지레이다 부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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