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야만 잘 싸운다

입력 2024. 02. 13   17:04
업데이트 2024. 02. 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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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8전비 ‘수면클리닉’ 현장

2교대 근무 밤낮 바뀐 탓, 서너 번 깨는 건 일상 자도 자도 피곤
잠들면 코 골고·잠꼬대 동료들에 민폐

‘설문 작성→치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신경과’ 수면의 질 파악
침으로 혈자리 자극·생활습관 교정…찾았다, 꿀잠 자는 법

잘 쉬어야 잘 싸운다. 충분한 휴식은 집중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 우리 군이 장병 휴식여건 보장을 훈련만큼이나 중요시하는 까닭이다. 이에 공군8전투비행단(8전비)은 5개 과 전문의로부터 다학제 진단과 통합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수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인 절차로 장병의 ‘꿀잠’을 보장하는 8전비의 수면클리닉 현장을 소개한다.

 

공군8전투비행단 수면클리닉을 찾은 한 장병이 수면장애 원인을 찾기 위해 치과 군의관 김태현 대위에게 진료받고 있다.
공군8전투비행단 수면클리닉을 찾은 한 장병이 수면장애 원인을 찾기 위해 치과 군의관 김태현 대위에게 진료받고 있다.


“2교대 근무로 밤낮이 자주 바뀐 탓일까요? 자도 자도 피곤합니다. 깊게 잠들지도 못해요. 중간에 서너 번 깨는 게 일상입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다시 못 자는 날도 수두룩해요. 어쩌다 푹 자면 코골이와 잠꼬대로 동료들을 괴롭힙니다. 제가 소리 지르고 심할 때는 욕까지 한답니다.”

지난 7일 8전비 항공의무대대에서 만난 공병대대 소속 최 모 상병은 한숨을 내쉬며 토로했다. 최 상병은 입대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병영생활 대부분 적응을 마쳤지만, 잠은 또 다른 문제였다.

수면장애는 장병들 사이에선 흔한 질병이다. 최 상병의 사례 역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최 상병은 고민 끝에 용하다(?)고 입소문 난 부대 내 ‘수면클리닉’에 도움을 요청했다.

치과 진료 전 한의과 진료를 받고 있는 장병.
치과 진료 전 한의과 진료를 받고 있는 장병.


이날 ‘잘 자는 방법’을 알기 위해 수면클리닉을 찾은 최 상병을 따라가 봤다. 수면클리닉은 설문지 작성으로 시작됐다. 최 상병은 자신이 생각하는 건강상태와 신체·정신적 어려움, 고통 정도를 적고 ‘한국판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ISI-K)’로 수면 상황을 파악해 봤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첫 번째 진료가 이뤄진다. 한의과 군의관 주찬우 대위는 최 상병이 작성한 설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한의학적 관점에서 ‘잘 못 자는 이유’와 ‘잘 자는 방법’을 설명해 줬다. 이후 이침(Auricular Acupuncture) 치료를 했다. 이침 치료는 스테인리스 돌기가 있는 스티커를 5개의 귀 혈자리에 붙이는 비약물요법이다. 혈자리에 가벼운 자극을 가해 수면 개선 효과를 준다고 한다.

코골이 원인을 찾기 위해 치과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코골이 원인을 찾기 위해 치과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한의과 이후 절차는 코골이 여부로 갈린다. 코골이가 있는 장병은 치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신경과 순으로 진료를 받는다. 코골이가 없다면 치과·이비인후과 진료는 생략된다. 

잠꼬대뿐 아니라 코골이로 동료들의 원성을 들은 적이 있는 최 상병은 치과로 향했다. 치과 군의관 김태현 대위는 최 상병의 턱과 입안을 살폈다. 코골이를 유발하는 구인두적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김 대위는 “턱이 왜소하거나 목이 짧으면 혀가 뒤로 밀려나 기도를 막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을 일으킬 수 있다”며 “최 상병은 이런 경우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치과에서 코골이 원인을 찾지 못한 최 상병은 이비인후과로 이동했다. 이비인후과 군의관 김효준 대위는 입안보다 깊은 편도를 확인했다. 편도가 크면 목구멍 넓이가 줄어들어 공기저항이 커져 코도 골고, 심하면 무호흡증도 생길 수 있다. 김 대위는 “최 상병은 편도가 크고, 코도 휜 편”이라며 “이게 코골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수술적 처치를 설명해 줬다.

가정의학과 군의관 김민기 대위가 수면클리닉을 찾은 장병과 상담하고 있다.
가정의학과 군의관 김민기 대위가 수면클리닉을 찾은 장병과 상담하고 있다.


가정의학과에선 우울증 등 수면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료를 이어갔다. 가정의학과 군의관 김민기 대위는 최 상병의 평소 식습관, 스트레스 정도 등을 상세히 물었다. 최 상병은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했다. 김 대위는 그의 이야기를 집중하며 들어줬고, 깊은 수면을 위한 생활습관 교정법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향후 병원 치료를 권고하며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을 처방해 줬다. 마지막 신경과 군의관 안형석 대위는 최 상병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 위생교육을 통해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최 상병은 “군의관분들의 진단과 조언에 따라 생활습관을 바꾸고,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도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8전비 항공의무대대는 올해 말까지 수면클리닉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더욱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꾸준한 연구로 치료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김윤경(소령) 항공의무대대장은 “수면 건강 유지가 곧 전투력을 끌어올린다는 인식 아래 많은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장병 전투력 유지와 근무 피로도 경감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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