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8전비 ‘수면클리닉’ 현장
2교대 근무 밤낮 바뀐 탓, 서너 번 깨는 건 일상 자도 자도 피곤
잠들면 코 골고·잠꼬대 동료들에 민폐
‘설문 작성→치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신경과’ 수면의 질 파악
침으로 혈자리 자극·생활습관 교정…찾았다, 꿀잠 자는 법
잘 쉬어야 잘 싸운다. 충분한 휴식은 집중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 우리 군이 장병 휴식여건 보장을 훈련만큼이나 중요시하는 까닭이다. 이에 공군8전투비행단(8전비)은 5개 과 전문의로부터 다학제 진단과 통합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수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인 절차로 장병의 ‘꿀잠’을 보장하는 8전비의 수면클리닉 현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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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대 근무로 밤낮이 자주 바뀐 탓일까요? 자도 자도 피곤합니다. 깊게 잠들지도 못해요. 중간에 서너 번 깨는 게 일상입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다시 못 자는 날도 수두룩해요. 어쩌다 푹 자면 코골이와 잠꼬대로 동료들을 괴롭힙니다. 제가 소리 지르고 심할 때는 욕까지 한답니다.”
지난 7일 8전비 항공의무대대에서 만난 공병대대 소속 최 모 상병은 한숨을 내쉬며 토로했다. 최 상병은 입대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병영생활 대부분 적응을 마쳤지만, 잠은 또 다른 문제였다.
수면장애는 장병들 사이에선 흔한 질병이다. 최 상병의 사례 역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최 상병은 고민 끝에 용하다(?)고 입소문 난 부대 내 ‘수면클리닉’에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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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잘 자는 방법’을 알기 위해 수면클리닉을 찾은 최 상병을 따라가 봤다. 수면클리닉은 설문지 작성으로 시작됐다. 최 상병은 자신이 생각하는 건강상태와 신체·정신적 어려움, 고통 정도를 적고 ‘한국판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ISI-K)’로 수면 상황을 파악해 봤다.
설문 결과를 토대로 첫 번째 진료가 이뤄진다. 한의과 군의관 주찬우 대위는 최 상병이 작성한 설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한의학적 관점에서 ‘잘 못 자는 이유’와 ‘잘 자는 방법’을 설명해 줬다. 이후 이침(Auricular Acupuncture) 치료를 했다. 이침 치료는 스테인리스 돌기가 있는 스티커를 5개의 귀 혈자리에 붙이는 비약물요법이다. 혈자리에 가벼운 자극을 가해 수면 개선 효과를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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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과 이후 절차는 코골이 여부로 갈린다. 코골이가 있는 장병은 치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신경과 순으로 진료를 받는다. 코골이가 없다면 치과·이비인후과 진료는 생략된다.
잠꼬대뿐 아니라 코골이로 동료들의 원성을 들은 적이 있는 최 상병은 치과로 향했다. 치과 군의관 김태현 대위는 최 상병의 턱과 입안을 살폈다. 코골이를 유발하는 구인두적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김 대위는 “턱이 왜소하거나 목이 짧으면 혀가 뒤로 밀려나 기도를 막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을 일으킬 수 있다”며 “최 상병은 이런 경우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치과에서 코골이 원인을 찾지 못한 최 상병은 이비인후과로 이동했다. 이비인후과 군의관 김효준 대위는 입안보다 깊은 편도를 확인했다. 편도가 크면 목구멍 넓이가 줄어들어 공기저항이 커져 코도 골고, 심하면 무호흡증도 생길 수 있다. 김 대위는 “최 상병은 편도가 크고, 코도 휜 편”이라며 “이게 코골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수술적 처치를 설명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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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에선 우울증 등 수면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료를 이어갔다. 가정의학과 군의관 김민기 대위는 최 상병의 평소 식습관, 스트레스 정도 등을 상세히 물었다. 최 상병은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했다. 김 대위는 그의 이야기를 집중하며 들어줬고, 깊은 수면을 위한 생활습관 교정법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향후 병원 치료를 권고하며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을 처방해 줬다. 마지막 신경과 군의관 안형석 대위는 최 상병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 위생교육을 통해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최 상병은 “군의관분들의 진단과 조언에 따라 생활습관을 바꾸고,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도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8전비 항공의무대대는 올해 말까지 수면클리닉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더욱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꾸준한 연구로 치료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김윤경(소령) 항공의무대대장은 “수면 건강 유지가 곧 전투력을 끌어올린다는 인식 아래 많은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장병 전투력 유지와 근무 피로도 경감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글=김해령/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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