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국내 방산기업의 K9 자주포 1문이 화물선에 실려 태평양을 건넜다. 두 달이라는 시간과 수억 원의 운송비가 투입됐는데, 그 결과 용맹한 트레일러에 실려 미국 워싱턴 시내를 달리는 대한민국의 K9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방산기업이 직접 제작한 기동화력 장비가 미국에 도착한 최초의 사례였다. 당시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미국으로 실물 K9 자주포를 수송한 이유는 명확하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 육군협회(AUSA) 전시회를 통해 미군이 갖고 있지 않은 고성능 자주포를 소개함으로써, 언젠가는 미군과 다른 나라의 군대에 수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 관람객 반응은 매우 좋았고 많은 미군장교들이 전시부스를 방문해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실제 미국 수출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전되지 못했다. 우리의 무기체계가 미군에게 수출된다면 대한민국 방산업계에게 그보다 더 기쁘고 놀라운 축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위산업의 종주국 미국을 향한 수출의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해 보인다.
지난해 말 대부분 언론은 2023년 방산수출이 약 13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도했다. 국가적으로 또는 방산업계에서 종사하는 모든 임직원이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실적이었다. 치열한 국제방산 시장에서 10위권 이내의 수출계약 실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K방산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돼 있다.
그러나 방산기업의 수출은 까다롭고 지루한 몇 가지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첫째 무기체계의 수입 또는 개발을 원하는 국가에서 특정무기체계의 도입계획을 발표하고 그에 따른 향후 일정을 공개하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경쟁기업을 포함해 우리의 기술력과 능력을 분석하게 된다.
둘째 수익성이 판단되면 해당 국가에 제안서를 제출한다. 제안서 평가를 통과해야 실물 무기체계에 대한 시험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모든 평가를 마친 이후 해당 국가의 우선계약 협상자가 되면, 이때부터 기업은 해당 국가와 구체적이고 치열한 실무협상을 한다. 해당 국가의 입장과 어긋나게 되면 그다음 순위 국가에 협상을 넘겨주는 상황도 발생한다.
넷째 모든 조건에 상호 협의가 완료되면, 마침내 무기수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수출기업은 무기체계를 완성품 수출하거나 또는 현지 생산 하게되고, 해당 국가는 선수금 등을 입금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방산수출은 그 어떤 산업보다 지독한 인내와 끈기가 요구된다. 우연과 요행으로는 실력있는 글로벌 경쟁그룹에 참여할 수 없다.
국제방산 전시회에서 우리의 우수한 무기체계를 보고 해외 국가가 첫눈에 반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금방 계약해서 구매할 수가 없다.
과거 북유럽 국가들에 K9 자주포를 수출했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로사토리 국제방산전시회에서 해당 국가와 미팅을 한 후 거의 3년이 걸려서야 수출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생산해서 납품을 하는 데 또 2~3년이 걸린다. 하나의 무기체계를 수출한다는 것은 적어도 7~8년 이상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다.
130억 달러라고 하는 숫자와 함께 그 이면에서 몇 년간의 가슴앓이를 하는 방산기업 임직원들의 노고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무기체계가 미군들과 함께하는 시기가 더 빨리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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