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사단 10해안감시기동대대 본부중대장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단 정신전력교관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이번 경연대회는 기본교재의 내용을 연구해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정신전력을 신념화하게 됐는지’를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대회를 통해 정신전력에 대한 인식과 신념화 계기를 공유할 수 있었다. 다른 참가자에 비해 짧은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나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참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대대 당직사령 임무를 수행하던 나는 야간에 미식별 선박이 작전지역으로 진입 중이라는 보고를 접수했다. 수없이 훈련한 상황이었지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를 겨우 기억해냈다. 바로 보고였다. 상황보고와 지휘보고를 하며 대대장의 지침을 통해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었고, 작전 조치를 차분히 지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5분도 되지 않아 대대장과 작전과장이 지휘통제실에 도착했고 결국 해경과 협조해 선박 정보를 확인, 계도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겨울에 해안선을 순찰하고 감시장비를 운용하는 전우들, 새벽에도 매와 같은 눈으로 감시장비를 보는 전우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소집돼 임무를 수행하는 전우들을 보며 정신전력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전력은 갈등의 순간에 안위보다 임무를 우선하게 만들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임무는 왜 중요한가?’에 답할 수 있는, 자긍심을 가진 장병들이 부여된 임무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 정신전력이 확립된 부대가 임무수행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사단 정신전력교관 경연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값진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경험이다. 나와 비슷한, 그 이상의 군 생활을 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글이나 영상 등의 간접 경험이 아니라 직접 들으며 정신전력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전력을 신념화한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정신전력의 중요성이 더 굳건해지는 것도 느꼈다.
나는 앞으로 임무수행을 할 때 이 경험을 토대로 장병들과 ‘누구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끝없이 이야기할 것이다. 그렇게 부대활동마다 정신전력의 씨앗을 심는다면 ‘매너리즘 없는 현행작전’이라는 튼튼한 줄기와 꽃이 피고, 전투에서 승리하는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언젠가 나의 정신전력 이야기가 우리 군 전체의 정신전력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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