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개발…자주국방 넘어 ‘K방산의 미래’

입력 2023. 12. 08   17:10
업데이트 2023. 12. 10   12:34
0 댓글

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세계가 주목하는 KF-21 보라매 

첫 비행 성공 1년여 만에 시범비행
높은 완성도·안정적 성능 선보여
필요 따라 언제든 장비 추가·제거
일부 국가 국제개발 동참 의사 표시
동맹국 간 상호대체성 미래전 필수
F-35와 F-16 틈새시장 공략 가능

지난 10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KF-21 보라매 전투기 시제기가 시범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10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KF-21 보라매 전투기 시제기가 시범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조종원 기자



현재 순조롭게 개발 중인 KF-21 보라매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기술 통제를 받는 F-35와 달리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KF-21은 수출 및 기술이전 부분에서 협상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KF-21이 최근 강조되고 있는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을 확보할 경우 F-35의 경쟁상대가 아닌 F-35의 하위호환 혹은 조력자로 활약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여러 이유로 F-35 도입이 불가능한 혹은 F-35 운용에 제약이 걸린 국가들이 KF-21에 관심을 두고 있다.


놀라운 성능 과시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서울 ADEX 2023’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전투기가 대국민 시범비행을 선보였다. 지상전시는 물론 시범비행에 나선 KF-21은 높은 완성도와 안정적인 비행성능을 선보이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놀라운 사실은 이번 시범비행이 지난 2022년 7월, KF-21 시제 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참고로 시제 6호기의 첫 비행은 지난 6월 28일 성공했다. 에어쇼를 통해 현재 개발 중이거나 실전 배치된 전투기의 성능을 과시하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첫 번째 시제기가 처녀비행에 성공한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공개된 장소에서 국내외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비행을 펼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 비유하면 갓 태어난 신생아가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걸어 다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비밀은 바로 KF-21의 놀라운 개발 속도에 있다.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전투기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전투기

KF-21의 최대 미덕은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전투기라는 것이다. KF-21이라는 그릇이 완성된 만큼 여기에 무엇을 담고 덜어낼지 역시 온전히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성능개량에 여러 현실적 제약이 뒤따르는 해외 직도입 전투기와 달리 KF-21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공군이 원하는 장비의 추가 장착 혹은 불필요한 항전장비의 제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산전투기 개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더해지면서 KF-21 개발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KF-21은 올해 1월 초음속 비행 시험에 성공했으며 2026년 6월까지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다를 비롯한 각종 항공전자장비와 공대공 미사일에 대한 시험평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KF-21은 지난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2024년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성능 검증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2026년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을 거쳐 같은 해 하반기부터 공군에 실전 배치된다.

현재 개발 중인 KF-21의 성능은 최고속도 마하 1.81(약 2200㎞/h)에 항속거리 2900㎞이며 AESA 레이다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등을 갖출 예정이다. 외형은 길이 16.9m, 폭 11.2m, 높이 4.7m로 현재 공군에 실전배치 중인 F-35A보다 길이는 약 1.2m, 폭은 약 0.5m 더 큰 수준이다. 최대 이륙중량 25.6톤, 최대 무장 탑재량은 7.7톤이다. 기체 배면과 주날개에 10개의 무장장착대가 있다. 공군은 우선 2032년까지 120대의 KF-21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며 단계적 성능개량을 통해 급변하는 미래 안보 환경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쉽지 않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시대를 불문하고 전투기는 국력의 상징이자 최첨단 군사기술의 총아로 불린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앞다퉈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산까지 성공한 국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양산 대수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대에 신규 개발되고 있는 전투기의 숫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며 국제 외교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실제로 도입 가능한 차세대 전투기는 1~2종류 수준이다. 고성능 선진기술실증기(先進技術實?機, Advanced Technological Demonstrator-X, ATD-X) 미쓰비시 X-2를 완성한 일본조차도 차세대 국산 전투기 F-3의 개발 계획을 잠시 보류하고 100여 대 규모의 F-35 추가 도입을 결정했을 정도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차세대 전투기 개발은 여러 국가가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 역시 인도네시아와 함께 KF-21 개발에 나서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울 ADEX 2023에서의 시범비행 이후 KF-21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는 뒤늦게나마 KF-21 국제개발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도 표시하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의 어려움은 물론 이미 완성된 고성능 차세대 전투기에 대한 선진국들의 기술 통제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월드 베스트’를 현실로

충분한 양산 물량의 확보와 활발한 수출 그리고 지속적인 성능개량은 KF-21 개발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 중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들이다. F-16이나 F-35 전투기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역시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양산 그리고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서울 ADEX 2023에서의 시범비행 이후 KF-21에 대한 세계 각국의 높아진 관심만큼 더욱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례로 완성된 KF-21의 판매가 아닌, 수출형 KF-21 기체의 선행 양산과 고객이 원하는 장비와 성능을 갖춘 맞춤형 수출이 바로 그것이다. 일단 엔진과 레이다 등 주요 항전장비를 제외한 KF-21 기체를 먼저 제작한 이후 고객의 요구에 맞춰 각종 항공전자장비를 레고 블록처럼 끼워 넣거나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FA-50GF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 이미 생산된 공군형 FA-50을 약간의 성능개량을 통해 납품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리 생소한 수출전략은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전투기 제작 및 수출에서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지만 21세기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과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또한, 엔진과 레이다 등의 항공전자장비가 기체 가격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120대라는 공군의 기본 소요가 확실한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파생형의 등장은 KF-21의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적은 비용으로 우리 공군의 전력 증강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F-21과 미래 항공전

지금까지 미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무기의 확보 유무가 가장 중요한 변수 혹은 상수라고 인식됐다. 하지만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이후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동맹국 간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이 전쟁 승리를 위한 새로운 필수 조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군력 역시 예외는 아니며 드론(Drone)으로 상징되는 무인무기체계(UWS)와 최첨단 정보 통신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미래 항공전에서의 상호대체성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빠르게 소모되는 항공무기체계의 특성상 동맹국의 군사적 지원 없이는 공군력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과 전술 및 전략의 빠른 변화 역시 미래 항공전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2030년대 이후에도 미국 외의 국가에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물론 차세대 전투기의 세대 구분 역시 무의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와 같은 새로운 전투개념이 확산되면서 전투기의 역할과 임무 역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KF-21의 중요성과 그 가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5세대 전투기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설계 및 저피탐(Low Probability of Intercept) 기술을 적용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것 역시 KF-21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KF-21의 레이다 반사 면적(Radar cross section) 값이 0.5㎡ 수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잘 만든 KF-21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통제를 받는 F-35와 성능개량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F-16의 틈새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