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악하라, 매서운 눈빛으로...제압하라, 단 한 발의 총알로

입력 2023. 11. 24   16:18
업데이트 2023. 11. 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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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군단 특공연대, 저격수 집체교육 

다양한 특수임무 요원 한자리

해외 전문교관 노하우 전수
전·평시 임무 수행력 향상 초점
최신 저격술 교리·전문기법 습득
실제 훈련으로 고도의 사격술 배양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야신(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한 선수의 타격 자세를 교정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엄지손가락 위치만 바뀌었을 뿐인데 타격 실력이 월등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자세의 중요성은 예민한 임무를 수행하는 저격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를 인지한 육군1군단 특공연대 저격반은 해외 전문 교관을 초청, 세심한 지도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 저격술 공부에 여념이 없는 스나이퍼들의 ‘저격수 집체교육’ 현장을 찾아갔다. 


육군1군단 특공연대가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시 저격수 종합사격장에서 개최한 ‘저격수 집체교육’ 중 교육생이 저격총으로 표적을 조준하고 있다.
육군1군단 특공연대가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시 저격수 종합사격장에서 개최한 ‘저격수 집체교육’ 중 교육생이 저격총으로 표적을 조준하고 있다.



해외 저격술 관심 ‘활활’

“다음번에는 사격하고 나서 2초 정도 표적을 관측해 보세요.”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시 저격수 종합사격장. 인적이 드문 이곳에 1군단 특공연대 저격반이 ‘후반기 군단 저격수 집체교육’을 받기 위해 모였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교육은 이날 이틀째를 맞았다.

교육에는 군단 특공연대뿐만 아니라 육군1·9·25보병사단 수색대대, 특수전사령부 백호부대, 해군특수전전단, 서울·인천 경찰특공대 등 다양한 특수임무 요원들이 함께해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교육은 한인 미국 영주권자인 정재윤 교관이 주관했다. 국내에서 나름 실력자로 꼽히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정 교관의 지도를 받기 위해 참석했는지 궁금했다. 의문은 정 교관의 이력을 보며 자연스레 해소됐다.

정 교관은 과거 청와대 경호실,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 인천해양경찰특공대 인원을 대상으로 저격술 교육을 한 베테랑 요원이다. 특히 그는 미국 장거리 사격 초장거리대회(ELR) 2등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저격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정 교관은 저격총의 효과적인 영점사격 방법부터 지형지물을 이용한 사격 방법, 장거리 사격에서의 데이터 획득·탄도표 작성 방법 등의 이론교육과 실습을 진행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표적을 바라보는 저격수.
날카로운 눈빛으로 표적을 바라보는 저격수.


안전 최우선…조준 연습·자세 교정 등 실시

원활한 교육 진행을 돕기 위해 박대운(상사) 1군단 특공연대 저격 조장도 힘을 보탰다. 박 조장은 훈련에 앞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실제 사격에 들어가기 전 교육생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이 교육의 최우선 순위”라는 것이 박 조장의 설명.

교육은 실제 저격수가 전·평시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추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생들은 해외 최신 저격술 교리와 전문 저격기법을 습득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교육생들은 실사격에 앞서 빈 탄창을 착용한 채 표적을 조준하는 연습을 진행했다. 훈련에서는 1군단이 자체 제작한 바리케이드(barricade·시가전에서 적의 침입을 막거나 반대 세력의 진입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장애물)가 교육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 전장에서 저격수는 장애물에 몸을 기대 사격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격수들이 항상 ‘엎드려쏴’ 자세만 할 것 같죠? 이건 잘못된 통념입니다. 실제 전장은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곳곳에 있고, 우리는 이를 이용해 아군을 지켜야 합니다.” 정 교관은 교육 과정에서 교육생들에게 이 점을 강조했다.

교육생들은 표적 조준 과정에서 정 교관과 박 조장의 조언을 받으며 사격 자세를 고치거나 불필요한 습관을 버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울러 평소 사격할 때 궁금했던 사항을 물어보며, 실제 사격에 앞서 집중력을 다졌다. 

유삼이(중사) 특공연대 저격부사관은 “군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고도의 사격술을 배양할 수 있었다”며 “언제,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단 한 발로 원하는 목표를 제압하는 저격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특공연대 장병들이 저격총을 손질하고 있다.
특공연대 장병들이 저격총을 손질하고 있다.


“최고의 저격수 되기 위해 힘 기울일 것”

“본격적으로 실사격 진행합니다. 항상 총구는 위를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만약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바로 교육을 종료하겠습니다.” 박 조장은 실사격에 앞서 다시 한번 안전을 강조했다. 이날 교육생에게는 5발의 사격 기회가 주어졌다.

장병들은 실제 사격을 하기 전 휴대용 풍속계를 이용해 탄도 계산을 시작했다. 저격에서 날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산이 끝난 교육생들은 교관들의 안내에 따라 바리케이드에 몸을 기대 사격을 실시했다. 7.8㎏ 가까운 저격총을 어깨에 견착한 뒤, 호흡을 가다듬으며 교육생들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내 날카로운 타격음이 훈련장을 둘러쌌다. 장병들이 목표물을 향해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뽐내면서 절로 나오는 소리였다.

“지금 아주 좋습니다. 거리 신경 쓰지 말고 자세에만 집중해요.” “목표물을 찾고, 조준하고, 장전, 그리고 격발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정 교관의 계속되는 지도로 교육생들은 평소 약점으로 꼽은 부분을 보완했다.

바리케이드에 기대 사격하는 특공연대 장병들.
바리케이드에 기대 사격하는 특공연대 장병들.



정재윤 교관이 장병들에게 저격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정재윤 교관이 장병들에게 저격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실사격이 끝난 뒤 정 교관은 교육생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교육 강평을 시작했다. “항상 편한 지점에서 사격하는 것은 실력을 기르기 위해선 불필요합니다. 어색한 곳에서 사격해야 나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오늘 교육을 통해 알리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임기현(중사) 특공연대 저격부사관은 “머리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교관들의 조언을 받아 실제로 구현해 보니 큰 도움이 된다”며 “교육에서 배웠던 사항을 떠올리며 임무 수행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1군단 특공연대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저격수 집체교육을 해 장병들의 저격 능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박 조장은 “실제 전장에서 저격수는 적 탐색, 정보 보고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최고의 저격수를 기르기 위해 다양한 지형에서 교육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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