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뺀 ‘심청’, 관객 울리다

입력 2023. 09. 22   16:52
업데이트 2023. 09. 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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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심청가’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손진책·안숙선·안은미 등 거장 참여

‘심청가’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 장면. 사진=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의 창극 ‘심청가’가 약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심청가’는 2018년 초연과 2019년 재연 당시 격조 높은 판소리의 멋과 정제된 무대 미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5시간이 넘는 전체 사설 중 핵심만 선택해 2시간여 분량으로 매끄럽게 다듬었다.

‘심봉사 내력’을 시작으로 ‘심청 인당수 빠지는 대목’ ‘심청 환생’ ‘심봉사 눈 뜨는 대목’ 등의 중심 대목을 빠짐없이 배치하면서도 일부 대목을 합창으로 변형시키는 등 소리를 재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에 부르는 ‘범피중류’ 장면이 백미다. 판소리에서 소리꾼 혼자 부르는 대목을 수십 명 소리꾼의 웅장한 합창으로 선보인다. 여기에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함께해 소리꾼의 몸짓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손진책이 극본과 연출을,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맡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아쟁 명인 이태백은 전통 국악기로만 음악을 구성, 우리 소리의 진면모를 드러낸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완성한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무대 역시 판소리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일조했다.

소품도 부채가 거의 전부다. 부채는 심봉사의 지팡이부터 빨래 방망이, 뱃사공의 노, 바다의 파도까지 무한하게 활용되며 관객의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청자색·백자색 등 한국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차이킴 김영진의 의상은 소리꾼 한 명 한 명을 돋보이게 만들어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한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존재감으로 인정받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중견 배우 김금미가 새로운 도창으로 나서 극을 이끌고, 민은경(어린심청)·이소연(황후심청)·유태평양(심봉사)·조유아(뺑덕)·김미진(곽씨부인) 등 최고의 소리꾼들이 무대에 올라 감동을 전한다.

추석 기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혜택도 마련했다. 연휴 기간인 28일부터 30일까지는 ‘추임새 클래스’를 진행한다. 공연 관람 전 국립창극단원에게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과 추임새를 배워볼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4매 이상 예매 시 3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우리 문화유산인 판소리가 올 가을을 한층 풍성하게 채워줄 것”이라면서 “매년 추석 즈음 한국의 정체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니 기대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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