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물량공세 보장하는 팰릿 기반 적재 체계(PLS·Palletized Load System)
미 육군,1993년 도입 대규모 구축
성능개량형 포함 8438대 운영
군수품 적재·하역 시간 획기적 단축
이스라엘·요르단·터키도 도입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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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의 팰릿 기반 적재 체계(PLS·Palletized Load System)는 살상 무기체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은 물론 미래전에서도 미 육군의 승리를 보장하는 전력 상수로 평가된다. 미 육군의 다종다양한 장비와 대량의 보급품을 적시 적소에 전달해 전쟁 승리를 보장하는 비결이 바로 PLS이기 때문이다. 미 육군에는 1993년 도입됐으며 지난 30년 동안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지금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그중에서도 미 육군의 물량공세를 가능케 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무나 못 하는 물량공세
사전적 의미의 물량공세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양의 인력이나 물건, 자본 등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태도를 뜻한다. 전쟁에서 물량공세는 적을 굴복시키기 위해 아군이 보유한 모든 가용전력을 총동원하는 것을 의미하며 군사강국의 상징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연합국과 주축국 모두 물량공세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며 그 준비에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첨단 무기가 대량으로 동원되는 현대전의 특징으로 인해 물량공세를 펼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오직 미국만이 PLS 덕분에 지속적인 물량공세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PLS는 미 육군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스라엘, 요르단, 터키가 미 육군의 PLS를 그대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체코, 핀란드,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도 PLS와 유사한 보급물자 운송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보다 많은 숫자의 국가들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육군의 ‘탈착 가능한 랙 하역 및 상차 체계 (DROPS·Demountable Rack Offload and Pickup System)’ 경우에는 미 육군의 PLS보다 3년이나 먼저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은 독일제 MAN HX77 8x8 SV 트럭을 기반으로 하는 ‘향상된 팰릿 적재 체계(EPLS·Enhanced Palletized Load System)’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독일판 PLS로 불리는 WLS(Wechsel Lader System)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 규모와 체계의 완성도를 놓고 봤을 때 미 육군의 PLS는 압도적 규모와 우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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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30년 맞은 PLS
PLS의 가장 큰 미덕은 운송 차량과 팰릿(Pallet) 또는 컨테이너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화물의 상하차에 걸리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수송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KTX 택배 또는 당일배송처럼 각자의 역할과 담당구역을 분담해 여러 택배우편물을 짧은 시간 내에 다수의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올해로 PLS가 미 육군에 도입된 지 30년이 됐다는 것이다. 미 육군은 지난 30년 동안 PLS를 운용해왔으며 앞으로도 반세기 이상을 더 운용할 계획이다. 이미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 현재진행 중인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표준화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PLS의 기원은 1989년 1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육군은 새로운 개념의 다목적 수송체계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오시코시(Oshkosh)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방위산업체가 여기에 참여해 같은 해 9월부터 시제 차량 9대, 트레일러 6대에 대한 시험평가가 시작됐다. 그 결과 1990년 9월 오시코시가 미 육군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며 1992년부터 PLS 트럭 2626대, M1076 트레일러 1050대의 초기형 PLS 생산이 시작됐다. PLS 운용 결과에 크게 만족한 미 육군은 오시코시와 1997년 추가계약을 진행했고 이후 미 육군의 성능개량 요구와 추가계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기준, 미 육군이 실제로 운영 중인 PLS 트럭은 성능개량형 포함 8438대(A0 6288대+ A1 2150대)이며 M1076 트레일러는 1만500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 육군은 자동 적재 및 하역 능력을 갖춘 M1074 및 M1075 계열 10x10 다목적 고기동 전술 트럭(HEMTT·Heavy Expanded Mobility Tactical Truck)과 M1076 트레일러로 구성되는 PLS를 운용 중이다.
PLS의 진정한 가치
사실 PLS의 개념 자체는 차량의 견인용 암(Arm)을 활용해 컨테이너와 팰릿을 싣거나 내리는 것으로 매우 간단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군수물자를 운송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PLS와 정식 명칭은 암롤트럭(Arm Roll Truck)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폐기물 혹은 쓰레기 수거용 청소차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LS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컨테이너 혹은 팰릿 위에 설치된 적재물을 글자 그대로 적시적소에 운송하고 이를 통해 군수지원체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보다 더 적은 숫자의 군용 차량으로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군수물자를 운송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군수품 적재 및 하역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PLS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야전부대의 요구 상황에 따라 유조차, 급수차, 정비차, 지휘차, 발전차 등이 각각 별도로 필요했고 충분한 숫자의 지원 차량을 확보하거나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더 심각한 상황은 여러 부대에서 같은 혹은 비슷한 지원 요구가 빗발치는 경우다. 지원 가능한 차량의 숫자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야전부대의 지원 요구가 해결되기 전까지 모든 부대의 전투력 혹은 기동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제2차 걸프전 당시 보급 문제로 바그다드로 진격하던 미 육군의 공세가 하루 이상 지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PLS 등장 이후 이러한 문제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며 ‘보급과 관련된 미 육군의 모든 문제는 PLS로 해결된다’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로 미 육군은 PLS 트럭 한 대로 컨테이너 혹은 팰릿을 야전부대가 요구하는 장소에 전개하거나 회수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군수 소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PLS가 바꾸는 미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의 승패를 논함에 있어 보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첨단무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현대전에서는 효과적인 종합군수지원(ILS·Integrated Logistics Support)의 유무가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보급을 전쟁과 작전의 대동맥이라 비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한 러시아의 경우 압도적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보급문제로 수차례 위기를 맞았으며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경우 미국과 폴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의 보급 덕분에 어려운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지지부진한 전황을 극적으로 타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 육군의 PLS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PLS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 육군의 PLS는 전쟁 승리를 위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며 PLS의 중요성은 미래전에서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자이크전, 다영역작전, 메가시티작전 등 현재 미 육군이 추구하고 있는 다양한 미래전 개념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승리하는 데 PLS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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