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창업교육의 쓸모

입력 2023. 09. 20   14:38
업데이트 2023. 09.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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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빈 중령 육군5보병사단 교육훈련참모처
김충빈 중령 육군5보병사단 교육훈련참모처

 


군의 존재 목적은 적과 싸우면 항상 이기는 것이다. 반면 손자는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며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두 금언 사이에 무엇이 있어야 상충하지 않을까? 바로 혁신이다.

역사적으로도 혁신은 전승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미군은 군사혁신(RMA)을 통해 베트남전의 아픔을 딛고 걸프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군의 혁신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명이며, 장병의 ‘혁신성’을 필요로 한다. 이 혁신성을 키우기 위한 실마리는 이스라엘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2014년 가자지구전투 이후 기드온(Gideon) 계획과 트누파(Tnufa) 계획을 통해 성공적으로 군사혁신을 추진했다. 이스라엘 군사혁신의 특징은 구성원의 혁신성을 향상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는 신기술 개발이란 창업의 결과가 군 전력 증강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창업활동 과정에서 얻어지는 효과가 전투력 발휘에 유익하다고 생각해서다.

현재 몸담고 있는 5사단도 창업교육이 부대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장병들은 창업 프로세스를 통해 혁신성의 요소인 문제해결 능력과 자기주도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갖춰진 혁신성은 교육훈련과 전투현장에서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이러한 활동은 조직문화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불편함과 불합리함을 묵인하지 않고 개선을 시도하며, 그런 도전을 장려하고 타인의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부대를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든다.

이런 이유로 사단은 다른 어떤 부대보다 창업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대 단위로 창업교육 전담 부사관을 지정해 장병들의 창업활동을 지원하고, 활동이 우수하거나 사업성이 보이는 팀은 협력업체 멘토를 연결해 조언받게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2년부터 반기 1회 개최하는 사단 자체 경연대회에 지금까지 570개 팀이 참가했고, 이 중 9개 팀이 육군 본선대회에 출전했다. 제8회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는 파쇄지를 이용한 버섯 재배 아이디어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창업교육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 국가 시책에 부응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부대원이 지역 현안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창업은 천연자원 대신 인적 자원의 축복을 받은 우리나라가 인구절벽과 노령화를 이겨 낼 해결책이다. 창업교육으로 아이디어와 자신감이 충만한 장병들 사이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유니콘기업’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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