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이태제 작가

입력 2023. 08. 02   17:04
업데이트 2023. 08. 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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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또 쓰고… 작가를 꿈꾼다면 그저 정진하세요

폭력성 먹고 자라는 ‘푸른 살’ 다룬 SF소설
현직 초등교사로 교보문고 공모전 대상 수상
읽는 내내 영화 보는 듯 호기심·몰입감 선사
“재미가 끝이 아닌 생각 남기는 작품 쓰고파”

 

이태제 지음 / 북다 펴냄
이태제 지음 / 북다 펴냄


근 미래, 지구에 불시착한 운석에 묻어온 외계생명체의 포자가 인간의 뇌에 기생하며 폭력성이 나타날 때마다 푸른 살이 증식한다. 두 개의 천체가 완전히 겹쳐 푸른 살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금환일식이 147년 만에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그 시기에 맞춰 푸른 살에 강한 내성을 지닌 인디고들이 국제교도소를 탈출해 한국으로 향한다. 그들 중에 10년 전 뇌파를 자극해 급속도로 푸른 살을 성장시켜 2억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대학살자 ‘아이버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소설 『푸른 살』의 도입부에 펼쳐지는 이야기다. 짧은 스토리만으로도 호기심과 몰입감을 선사하는 SF 작품으로 이태제 작가는 지난해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이 일반 문학상이랑 다른 점은 영상화나 웹툰 등 2차 가공이 가능한 지를 보는 거예요.”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 부모님도 재밌게 보실 수 있는 SF를 쓰는 것이 이 작가의 목표다.

“SF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전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작업할 때 되도록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쓰려고 노력해요. 궁극적으로는 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작품을 쓰려고 해요. SF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 쓸 수 있는 장르기는 하지만 하나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요. 『푸른 살』도 마찬가지예요.”

5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이 작가는 원래부터 소설가가 꿈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영화를 많이 보다가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그건 안되니까 글로 쓰게 됐다는 것. “미술을 좋아했고 초등교육과에서 심화 전공했어요. 미술적 감각이 글로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눈에 그려지는 묘사를 잘하니까요. 장르 소설에 최적화된 문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생님이라 보수적인 편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당당한 MZ세대의 모습을 보여준 이 작가는 어떤 질문에도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특이하면서도 부르기 쉽고 성별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멋있는 이름을 찾아서 이태제(한자가 아니다)라는 필명을 즉흥적으로 지었다는 것부터 한방에 터트리고 싶어서 공모전 응모 전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 이번에 안 되면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제출한 작품이 대상으로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기뻐 날뛰었다는 이야기까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책이 나오기 전에 학교에는 말씀드렸는데 스릴러 요소가 있는 작품이라 제자들한테 알리는 건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학부모님들을 통해서 소문이 나버렸죠. 책을 가져와서 사인을 부탁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학교에서 진행했던 ‘작가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저희는 매일 작가와의 만남을 하고 있었네요’라고 이야기한 학생도 있었어요. 너무 귀엽고 고마웠어요.”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이던 이 작가는 최근 초등학교 선생님 관련한 사건을 접하면서 학교를 배경으로 추리 미스터리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

“문제적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폭력적인 성향을 타고났을 수도 있겠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과 학교, 가정 그리고 교육청 같은 기관들이 연합해서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잘 케어해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다음 작품에 담길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만화를 그려 책처럼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다 보니 스토리를 짜는 훈련이 잘 돼있고 글 쓰는 속도도 빠르다는 이 작가.

“뒤늦게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장병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기든, 소설이든, 독후감이든 최대한 많은 글을 쓰세요. 글쓰기는 기술이라 쓰면 쓸수록 늘어요. 저도 한때는 지름길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그저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푸른 살』은 이 작가의 마음에 분노와 증오심만 가득할 때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떤 사람이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상처받지 않고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글을 쓰면서 점점 사람을 첫눈에 판단하지 말고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듯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변했다고 고백했다.

“작품 속에 군인이나 경찰이 나와요. 부득이하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역할은 앞으로도 휴머노이드가 대체하진 못할 거 같아요. 무슨 마음으로 그 힘든 일을 자처했을까 싶더라고요. 그에 대한 답이 『푸른 살』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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