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 ①출정

입력 2023. 06. 01   17:39
업데이트 2023. 06. 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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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급유 10여 회…6800여 ㎞ '논스톱' KF-16·C-130·KC-330… 역대 최대 규모로 뜬다

5~23일 미 아일슨·엘먼도프 공군기지서 실시
1976년 처음 실시 다국적 연합 공중전투훈련
항공차단·방어제공·공중엄호 임무 등 수행
항공기 9대·요원 180여 명 등 알래스카로


‘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 장병들이 지난달 31일 서산기지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성공적인 훈련을 다짐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 장병들이 지난달 31일 서산기지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성공적인 훈련을 다짐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이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미 알래스카주 아일슨(Eielson) 공군기지와 엘먼도프(Elmendorf)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FA·Red Flag Alaska) 훈련에 참가한다. 공군은 이번 훈련에 KF-16 전투기 6대, C-130 수송기 2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1대 등 항공기 9대와 임무 요원 180여 명이 참가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본지는 출발부터 훈련까지 전 일정을 동행하며 글로벌 항공우주군으로 비상하는 우리 공군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알래스카=이주형 기자

‘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하는 공군 KF-16 전투기가 1일 훈련이 열리는 알래스카를 향해 서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하는 공군 KF-16 전투기가 1일 훈련이 열리는 알래스카를 향해 서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황영식(준장·오른쪽) 공군20전투비행단장이 지난달 31일 출정식에서 ‘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군 제공
황영식(준장·오른쪽) 공군20전투비행단장이 지난달 31일 출정식에서 ‘2023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군 제공


1일 새벽 공군 서산기지. KF-16 전투기 편대가 차례로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이륙했다. 전투기 편대는 알래스카까지 한미 공중급유수송기 급유를 10여 차례 받으며 6800여 ㎞를 ‘논스톱’으로 날아간다.

RFA 훈련단 본진 150여 명은 이에 앞선 지난달 31일 서산기지에서 출정식을 갖고 KC-330에 탑승·출발했다. 훈련 물자와 인원을 실은 C-130 수송기 2대는 2일 이륙한다. 이들은 3일 알래스카 현지에서 합류한다. 다만 KF-16 전투기 1대가 공중급유를 받는 중 공중급유도어가 열리지 않아 다른 1대와 함께 모기지로 복귀했다. 전투기는 최소 2대 단위로 비행하기 때문이다. 기지로 복귀한 2대는 추후 미측과 공중급유 협조를 완료하면 재합류할 예정이다.

훈련 요원들은 5일부터 9일까지 지형 관숙 및 현지 적응 비행 등을 거친 뒤 12일부터 2주의 본 훈련에 돌입한다. 이들은 본 훈련에서 미국 등 다른 참가국과 함께 공대공·공대지 임무와 실무장 폭격, 항공차단, 근접항공지원, 화물 투하 훈련 등 실전적 훈련을 진행한다.

특히 RFA 본 훈련에 최초로 참가하는 KC-330은 알래스카 훈련 공역에서 공중급유 훈련을 수행하며 해외 항공작전 지원능력을 향상할 계획이다.

RFA 훈련은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 공중전투훈련이다. 1976년 필리핀 클라크 기지에서 코프선더(Cope Thunder)라는 명칭으로 처음 실시됐고, 1992년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로 훈련 장소가 변경됐다.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명칭은 2006년부터 사용했다. 훈련에서는 다국적 공중 전력이 가상 적기(Red Team), 우방기(Blue Team), 통제 감독(White Team)으로 나뉘어 항공차단(AI), 방어제공(DCA), 공중엄호(ESC) 임무 등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연합작전 수행 역량과 공중전투기술을 배양한다.

우리 공군은 2001년 수송기 분야 훈련부터 참가했다. 2008년에는 F-15K 전투기를 미국에서 인수한 뒤 레드플래그 넬리스(Red Flag Nellis) 훈련에 참가했다. 2013년에는 F-15K 전투기 6대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횡단했다. 2014년에는 KF-16 전투기 6대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아일슨 공군기지까지 비행했다. C-130H 수송기 2대도 동참했다. 이후에도 KF-16·F-15K 전투기, CH-130 수송기 등이 참여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본 훈련 최초 참가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본지 기자 탑승기

공중급유용 연료 최대 108톤 적재…기내는 민간항공기와 비슷 
유해봉환·교민 귀국 지원·환자수송 등 다양한 활용 
침대처럼 쓰는 좌석·9가지 반찬 기내식 도시락 눈길

“와~ 웅장하다.” “생각보다 진짜 큰데?”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난달 31일 오후 공군 서산기지 주기장에서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시그너스)를 본 사람들의 말이다. 마침 옆에는 C-130 수송기도 주기돼 있었다. 둘을 비교하니 더욱 차이가 났다. 마치 호랑이 대 고양이처럼.

시그너스를 한 바퀴 돌아보니 꼬리날개에 01이라는 표시가 보였다. 2018년 11월 도입된 기체라는 뜻이다. 이를 시작으로 시그너스는 2019년 4월 2호기, 8월 3호기, 12월 4호기가 들어왔다. 이 1호기가 알래스카까지 우리를 안전하게 수송하고, 훈련에 참가해 공군 전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기내는 민간 항공기와 똑같았다. 모르고 타면 차이를 느끼지 못할 듯했다. 다른 것은 군복을 입은 군인이 안내해 준다는 것뿐.

재미있는 사실은 입구 쪽에 좌석 안내도를 붙였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자리에 앉을 것인지 이름이 적혀 있다. 300명까지 탈 수 있지만, 이번 탑승 인원은 150여 명. 덕분에 두 좌석당 한 명씩 편히 앉아갈 수 있다. 그러다 안내도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침대라는 표시가 보인 것. 호기심에 그곳으로 향했다. 여객기 중 가장 크다는 A380, 그중에서도 일부에서나 침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가운데 4열을 손잡이를 올려 걸릴 것 없이 평평하게 만든 뒤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것이 침대의 정체였다.

사실 기내 좌석은 어떤 목적이냐에 따라 이런저런 모습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원형 모델이 에어버스사(社)의 A330 MRTT(Muti Role Tanker Transport)이기에 공중급유,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처럼 인원 수송이 주목적일 경우에는 일반 수송기처럼 이용할 수 있지만 유해봉환, 화물기, 의무수송기같이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6·25전쟁 유해봉환,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한 아크부대원 교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이라크 파견 근로자와 교민 귀국 지원, 미국에서 지원한 얀센 백신 수송 지원, 수단 교민 귀국 지원 등 시그너스가 수행한 해외 비행임무는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시그너스 본연의 임무는 공중급유다. 말 그대로 비행 중 전투기에 기름을 넣는 것이다. 기체 크기가 전장 59m, 전폭 60m로 실을 수 있는 최대 연료량이 108톤에 달한다. 최대 항속거리는 1만5320㎞다. 시그너스는 4시간 체공 시 F-15K는 10대, KF-16은 21대에 공중급유가 가능하다. 공군은 시그너스 4대를 운용 중이다. 이 4대가 수행한 공중급유작전은 지난 4월 중순까지 7400여 회에 이른다.

공군이 해외 훈련에 시그너스를 투입한 것은 2021년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이 처음. 시간과 비용 절감은 물론 장병들의 편리성도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호주에서 열린 피치블랙 훈련에도 투입됐다. 지난 2015년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했던 강성욱 원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두 가지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는데, 기장이 자기도 공군조종사 출신이라며 장병들을 격려한 것이 생각납니다. 또 함께 참가한 일본이 공중급유기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빨리 도입하기를 바랐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강 원사의 소원은 이뤄진 셈이다.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에서 제공된 기내식. 이주형 기자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에서 제공된 기내식. 이주형 기자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식사 시간이 됐다. 식사로 나온 도시락은 생각 이상으로 좋은 품질을 자랑했다. 밥과 국을 제외한 반찬은 무려 9가지. 그렇다면 이 항공기를 타면 매번 이렇게 먹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출발하는 공항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이번처럼 군 공항에서 떠나면 도시락을, 민간공항에서 떠나면 민항기처럼 일반 기내식을 준비한다는 게 기내 안내를 맡은 장병의 답변이다.

식사는 도착 2시간쯤 전 다시 한번 나왔다. 샌드위치 2조각과 과일, 주스로 구성됐다. 새벽녘(현지시간 6시경)인 것을 감안해 속이 부대끼지 않도록 조치한 듯했다.

다행스럽게 우려했던 난기류는 많지 않았다. 앞서 당일 오전에 공지가 있었다. “비행 전체 구간에 터뷸런스(난기류) 구간이 길게 이어지다 보니 항공기 내에서 멀미나 컨디션 난조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니 개별적으로 비닐봉투를 준비해 달라”는.

하지만 조종사의 멋진 비행 솜씨 덕분인지, 난기류가 사라졌기 때문인지, 몇 번의 작은 요동만 있을 뿐 기내는 비행 내내 조용했다. 검정 비닐봉투를 샀던 이들의 손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오전 7시30분쯤 기장 안병수 소령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온다. “착륙지점인 아일슨 공항에 30여 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목적지가 점점 다가온다. 그리고 마침내 착륙. 8시간여에 걸친 비행이 무사히 끝났다.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 장병들이 미 공군 관계자로부터 훈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주형 기자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 장병들이 미 공군 관계자로부터 훈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주형 기자


트랩을 밟고 내려선 이국의 날씨는 흐렸다. 하지만 장병들의 얼굴에는 강한 의지만이 가득했다. 정비사 김호진 중사는 “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한국 공군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공군의 전설은 다시 한번 이곳 알래스카 아일슨에서 시작될 준비를 마쳤다.


인터뷰_정해욱 훈련단장·대령
"성능 개량된 KF-16U 실전적 훈련 공군 연합작전능력 한층 강화 기대"

공군이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역대 최대 전력을 이끌고 참여한다. 이번 훈련에는 특히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가 처음으로 본 훈련에 참가해 주목받고 있다. 훈련단을 진두지휘하는 정해욱(대령) 레드플래그-알래스카 훈련단장을 만나 훈련의 의미와 기대 효과, 각오 등을 들어봤다.

정해욱 레드플래그-알래스카 훈련단장. 양동욱 기자
정해욱 레드플래그-알래스카 훈련단장. 양동욱 기자


-KC-330의 본 훈련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의미는?

과거 공중급유를 모두 미측 전력에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미 연합작전에 우리 전력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매우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광주에서 진행한 연합편대군 훈련에서도 우리 공중급유기가 연합전력에 공중급유를 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또 연합전력에 공중급유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전력이 향상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특별히 관심을 갖고 하는 훈련이 있나.

이번에 성능 개량된 KF-16U 전투기가 참가하는데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실무장 운용을 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실전 능력을 향상할 것이다. 연합훈련에서도 그동안 개발·운영해 왔던 전술들이 연합작전에서 유용한지 검토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전술 개발이 한반도 환경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훈련할 계획이다. 전장 확대 상황에서 근접항공지원(CAS)에 우리 요원이 참가한다. 미군의 새로운 작전개념이 공지 합동작전에서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심도 있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이번 훈련에서 우리 공군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지금까지 우리 공군이 참가했던 어떤 훈련보다 실전에 가까운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좁은 공역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공격편대군 훈련을 다국적군과 연합해 수행한다. 실무장 훈련도 국내에서는 주로 해상에서 하지만 알래스카에서는 내륙 사격장을 활용한다. 공격편대군 훈련과 실무장 투하를 연계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시와 유사한 지대공 위협 상황을 모사할 수 있고, 이동표적의 정밀공격 훈련도 가능하다. 맥스선더 등 국내에서 진행하는 훈련이 제한된 작전지역에서만 이뤄지는 훈련이라면, 레드플래그는 전구급 규모의 보다 실전적인 훈련이 될 것이다. 실전적인 훈련은 우리 공군의 연합작전 능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참가하는 훈련요원들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대한민국 대표선수다. 훈련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조종·정비 등 각 분야에서 인재들을 선발했다. 어디 내놔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는 빠지지 않는 요원들이라 자부한다.

- 훈련에 참가하는 각오는?

“안전하게 최선의 성과를 거두자”가 목표다. 안전이 보장된 가운데 모든 영역에 걸쳐 우리 공군의 실전 전투능력을 점검·강화하도록 최상의 팀워크와 집중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하는 만큼 최상의 훈련 성과를 거두고 복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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