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블러 가속화 혁신·융합·협력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3. 05. 22   16:21
업데이트 2023. 05. 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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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 가이드  - 스타트업의 피아식별(하)

짧은 유행 아닌 전 세계적 흐름 돼
관련 시장 약 5000조 원 규모 추산
지속적 기술 혁신으로 원천 기술 확보
경쟁자 없어지는 것 아닌 범위 확산
다른 기업들과 전방위적인 협력 필요

 


이번에는 빅 블러 현상에 대한 마지막 칼럼으로 지난 글에 이어 쿠팡과 토스의 빅 블러 사례를 공유하고, 빅 블러 현상의 유형과 향후 대응전략을 전달하고자 한다.


토스

빅 블러 현상은 핀테크(FinTech·Finance+Technology) 영역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빅 테크 기업들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송금과 결제를 넘어 토탈 금융 서비스로 확장 중인데,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토스(TOSS)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화제를 모으며 시작한 토스는 기술 기반의 핀테크 기업으로 2000만 명이 넘게 사용하면서 대한민국 혁신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토스는 단순히 간편송금 서비스에서 머무르지 않고, 금융 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증권사 토스 증권과 토스 뱅크를 출범시켰고, 선불전자지급 수단인 토스 머니, 온라인 지급결제사업 인프라 업체 토스 페이먼츠, 토스 뱅크를 통한 체크카드와 대출이 가능한 금융서비스 라인업을 폭넓게 확보했다.

토스는 금융 서비스를 넘어 2021년 10월에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인 타다의 지분 60%를 확보하면서 모빌리티 시장에도 진출했다. 토스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을 많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다에 토스의 다양한 서비스를 붙여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며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타다 이용자가 900만 명 정도인데, 타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확장된 멤버십 프로그램이나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 토스가 타다를 인수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시장 판도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모빌리티 시장에 토스의 새 자본이 투입되면서 카카오 모빌리티와 티맵 모빌리티로 양분된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

쿠팡(COUPANG)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11년 만인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상장 전까지 우리나라 언론이나 업계에서는 만년 적자를 이유로 쿠팡의 기업가치에 거품이 너무 많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쿠팡의 기업가치가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상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커머스를 뛰어넘는 쿠팡의 사업 확장성에 있다. 그동안 쿠팡이 창업부터 현재까지 성장해 온 궤적을 보면 아마존의 성공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이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쿠팡은 로켓배송부터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 플레이다. OTT(Over-The-Top)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는 영상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넷플릭스와 유사하다. 쿠팡은 아마존 프라임과 동일한 방식의 ‘로켓와우’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월 4990원만 내면 무료 배송, 당일 도착, 쿠팡 플레이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쿠팡의 로켓와우 회원 수는 1100만 명이다.


빅 블러 현상 유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빅 블러 현상은 크게 ‘기술융합형’과 ‘산업융합형’으로 구분되고, 각각 ‘가치창출형’과 ‘가치추가형’으로 구분함으로써 총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기술융합&가치창출형’인데 기술혁신으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형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나 완전자율주행 기술처럼 기존에 구현하지 못했던 것을 기술의 융합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극저온 콜드체인(Cold Chain) 유통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융합해 이동 안정성을 높이면서 전 세계로 유통됐다. 자율주행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배터리, 레이다 기술 등이 융합되면서 가능해졌다.

두 번째 유형은 ‘기술융합&가치추가형’으로 기술 융합에 의해 기존에 있던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치를 추가하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 분야 절대 강자 인텔이 최근 미세공정화 경쟁에서 밀리며 TSMC와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와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노광기술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카메라 필름을 현상하는 원리와 동일한 노광기술을 진화시켜 기존 반도체의 생산성에서 가치를 추가한 기술융합 사례다.

세 번째 유형은 ‘산업융합&가치창출형’으로 이종 산업 간의 제품이나 서비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강화하는 유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매출이 대폭 감소한 영화관 업계가 e스포츠, 오페라를 상영하는 등 타 영역의 콘텐츠를 접목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 수요를 발굴할 수 있다.

마지막 유형은 ‘산업융합&가치추가형’으로 산업 간 융합으로 기존 시장을 강화하는 유형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기존 소매업과 요식 업계가 물류 업계 및 배달업과 융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유통 산업의 가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있다.


빅 블러 시대 대응전략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대거 등장하면서 빅 블러 현상은 짧은 시간 유행처럼 지나가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빅 블러 현상은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빅 블러 관련 시장은 약 3.8조 달러(한화 약 50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많은 분야에서 주요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경계가 무너짐에 따라 다양한 혁신과 변화·융합 등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첫째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원천기술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빅 블러 현상은 바로 핵심기술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점점 다양해지는 개별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유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기술 혁신이나 기술의 확보 없이 수요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이렇게 빅 블러 시대가 전개되면 기술-산업-기업 간 경계가 낮아지고 기회의 문이 넓어지지만, 한편 경쟁자의 범위도 넓어져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계속 강조하지만 빅 블러 현상이 심화되는 시대에는 경쟁자 재정의가 필요하다. 빅 블러 현상으로 인한 산업 간의 경계 둔화는 경쟁자 정의와 구분 기준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전쟁을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산업 간의 경계가 약해지는 것은 경쟁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 범위가 확장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물류 업체는 동종 물류 업체와 경쟁하기보다 이커머스 업체들과 협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핀테크 업체들은 모빌리티나 인공지능 업체들과 경쟁 또는 협력할 수 있다. 경쟁자가 명확해 피아식별이 쉬웠던 시절에는 경쟁자 분석으로 경쟁자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아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경쟁자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조차 불명확한 시대에서 경쟁자를 정의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도전인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로 다른 기업들과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과거에 경쟁자였다고 하더라도 현재 또는 미래에는 가장 협력적인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으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거나 소비자와의 접점이 모바일 공간으로 이동한다면 그에 적합한 기술이 있는 업체와 제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네이버처럼 플랫폼은 있으나 물류가 약하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와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하고, 이마트처럼 오프라인에서는 강하지만 온라인에 약하다면 이커머스 업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빅 블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경계 붕괴 시대에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기업 관점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빅 블러 현상으로 더 많은 고객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혁신의 본질이 파괴가 아닌 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출현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이 빅 블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성장은 커녕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기업들은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며 다가오는 거대 융합 시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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