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뤼셀 대위가 보낸 사진

입력 2023. 05. 19   16:13
업데이트 2023. 05. 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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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규 예비역 육군대령 경일대학교 특임교수
전병규 예비역 육군대령 경일대학교 특임교수


갓 태어난 예쁜 아기 사진을 보고 또 본다. 3년 전 경북 성주에 있는 사드(THAAD) 기지에서 함께한 미군 뷔뤼셀 대위가 독일에서 SNS로 보내온 사진이다.

그는 지금 나토 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아이가 걸을 때쯤 한국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일전에도 독일에서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했던 그였다. 종종 잊지 않고 연락해 주니 고마울 뿐이다.

뷔뤼셀 대위와 필자는 처음엔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뜻밖에 그가 먼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한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서툴렀지만 진정한 소통은 마음이 통하는 것임을 느끼게 한 경험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가 독일로 출국하기 전날, 대구에 있는 ‘캠프 워커’ 인근에서 장대 같은 소낙비가 내리는 가운데 석별의 정을 나눈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6·25전쟁 참전용사는 말할 것도 없고, 뷔뤼셀 대위처럼 근무한 주한미군은 고향에 가듯 다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왔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이고, 다음은 함께한 전우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필자는 한미 장병의 뜨거운 전우애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올해로 한미동맹 70주년이다.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혈맹이다. 6·25전쟁 당시 미군은 연인원 179만 명이 참전해 약 13만7000명이 피해를 봤다. 이는 전체 유엔군 피해의 80%가 넘는다. 아들과 함께 참전했다가 순직한 워커 장군을 포함, 4만 명에 가까운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한미동맹은 이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70년 동안 깊은 뿌리를 내린 셈이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거쳐 간 미군은 약 350만 명이다. 거기에 6·25전쟁에 참전한 179만 명을 포함하면 우리 땅을 밟은 주한미군은 총 529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과 우리 장병의 전우애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수 있는 결속력이자 무형의 국력이다.

덕분에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은 미국에서 북의 핵 도발 시,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즉각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워싱턴선언’을 했다.

특히 핵우산을 구체화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이는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더 확고한 능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워싱턴선언’에서 보듯이 한미동맹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화의 문도 열어 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과 처참한 인권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발을 붙일 수 없다.

국제사회가 어떻게 평화를 지키는지 냉철하게 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보면서 강한 힘만이 평화를 보장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해야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배격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이다. 뷔뤼셀 대위처럼 우리나라를 거쳐 간 주한미군은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있다. 더욱이 이 땅을 다시 밟아 보고 싶어 한다.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이 가진 또 하나의 엄청난 자산이자 힘이다. 이들과 우리 장병 간 전우애는 무형의 국력이다.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 이것은 오늘 당장 적과 싸워도 이기는 힘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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