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590억 달러’ 시장 ‘K군함’ 도도하게 항진

입력 2023. 05. 02   17:41
업데이트 2023. 05. 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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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을 이끈 명품 무기 이야기 - 호세 리잘급 호위함과 군함 수출 <상>

1987년 뉴질랜드에 ‘엔데버함’ 인도… 군함 수출 신호탄 쏴
HD현대중공업, 2016년 필리핀에 3700억 원 규모 호위함 수주
‘호세 리잘함’ HD현대중공업 건조·한화시스템 전투체계 담당
2022 림팩서 ‘K군함’ 각국 대표로 참가… 우수성 알려

HD현대중공업이 1987년 뉴질랜드에 인도한 군수지원함(AOE) ‘엔데버(Endeavour)함’의 시험운항 모습. 무기체계 해외 도입에서 벗어나 국산화의 첫걸음을 내딛던 시절, 군수지원함의 수출은 군함 수출의 신호탄이 됐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1987년 뉴질랜드에 인도한 군수지원함(AOE) ‘엔데버(Endeavour)함’의 시험운항 모습. 무기체계 해외 도입에서 벗어나 국산화의 첫걸음을 내딛던 시절, 군수지원함의 수출은 군함 수출의 신호탄이 됐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지난해 환태평양 훈련에 참가한 필리핀 호위함 ‘안토니오 루나함’ 앞에서 새뮤얼 퍼파로(해군대장)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토니오 루나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호세 리잘급 호위함 2번함이다. 조종원 기자
지난해 환태평양 훈련에 참가한 필리핀 호위함 ‘안토니오 루나함’ 앞에서 새뮤얼 퍼파로(해군대장)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토니오 루나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호세 리잘급 호위함 2번함이다. 조종원 기자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필리핀에 수출한 2600톤급 호위함 ‘호세 리잘함’의 시운전 모습. 필리핀에 인도된 호세 리잘함의 첫 임무는 2020년 환태평양 훈련에 참가해 국제사회에 필리핀 해군의 도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필리핀에 수출한 2600톤급 호위함 ‘호세 리잘함’의 시운전 모습. 필리핀에 인도된 호세 리잘함의 첫 임무는 2020년 환태평양 훈련에 참가해 국제사회에 필리핀 해군의 도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분석한 향후 10년 글로벌 함정 수출 가능 시장 규모.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분석한 향후 10년 글로벌 함정 수출 가능 시장 규모. HD현대중공업 제공


2020년 8월 필리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 해상기동훈련인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에 호위함 ‘호세 리잘(BRP Jose Rizal)함’을 파견했다. 림팩훈련 돌입 불과 한 달 전인 7월 10일 취역한 호세 리잘함의 첫 임무는 필리핀 해군을 대표해 국제무대에 나서는 것이었다. 필리핀의 자랑이 된 호세 리잘함은 우리 기업인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전투체계는 한화시스템이 담당한 ‘K방산’의 또 다른 성과다. 도도하게 항진하는 군함처럼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확대하고 있는 ‘K군함’ 수출 현황을 살펴봤다. 

김철환 기자


군수지원함 수출로 군함 수출 새 역사

대한민국 방산 수출 역사 태동기에 ‘군함’이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AOE) ‘엔데버(Endeavour)함’을 인도하면서 군함 수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함 해외 수주 실적은 지원함·잠수함 12척, 호위함·초계함 5척, 원양초계함 6척 등 총 23척이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14척, 대우조선해양이 9척을 수주했다.

조선 강국으로 다양한 화물선 외에도 특수선 등 고부가가가치 선박 건조에 조예가 있던 우리나라는 HD현대중공업의 뉴질랜드 AOE 수출 이후 한동안 전투함보다는 특수선에 가까운 AOE 수출 실적이 주를 이뤘다.

HD현대중공업이 2001년 베네수엘라에 1척을 인도한 데 이어 엔데버함에 만족한 뉴질랜드가 그 뒤를 이을 후속함을 주문해 ‘아오테아로아(Aotearoa)함’을 2020년 인도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에 AOE 4척, 노르웨이에 AOE 1척을 수출했다.

1997년 방글라데시에 경비함을 인도한 바 있는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필리핀에서 3700억 원 규모의 최신예 호위함 2척을 수주하면서 본격적인 전투함 수출 궤도에 올랐다.

당시 필리핀에서 수주했던 함정이 바로 ‘호세 리잘함’과 2번함 ‘안토니오 루나(Antonio Luna)함’이다.

호세 리잘은 19세기 스페인 치하에서 민족주의 사상가로서 필리핀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안토니오 루나는 필리핀 육군대장으로 19세기 미국과의 독립전쟁을 이끈 국민적 영웅이다. 함명에서 알 수 있듯이 두 함정은 필리핀 미래 해군력 건설의 첫걸음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2022 림팩 3개국 대표로 ‘K군함’ 참가

필리핀의 두 호위함은 건조된 후 림팩에 참가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림팩에서는 안토니오 루나함 앞에서 새뮤얼 퍼파로(대장)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주관하는 림팩 미디어 콘퍼런스가 열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는 필리핀 해군의 위상과 대한민국 함정 건조 기술력을 널리 알렸다.

당시 찰스 메릭 빌라누에바(대령) 안토니오 루나함장은 “필리핀에서 하와이까지 항해하면서 루나함의 성능을 확인했고, 아주 안전하게 이곳에 올 수 있었다”라면서 “대잠전, 대함전, 대공전, 전자전 같은 능력을 모두 갖춰 매우 만족한다”는 운용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22년 림팩에는 안토니오 루나함 외에도 뉴질랜드 AOE ‘아오테아로아함’, 페루에 양도한 1000톤급 초계함(PCC) ‘순천함’이 재명명된 ‘기세함’ 등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함정들이 각국 대표로 참가해 ‘K군함’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인도받은 두 척의 호위함에 크게 만족한 필리핀은 이어 2021년 HD현대중공업과 3100톤급 초계함 2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2022년에는 2200톤급 원양초계함(OPV·Offshore Patrol Vessels) 6척의 건조 계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과 수출 함정에 대한 ‘수명주기 관리 서비스(MRO)’ 계약을 최초로 맺으면서 최적의 함정 운용상태를 유지하는 총수명주기관리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3가지 유형의 수상함 10척을 연달아 수주하고, MRO까지 패키지 사업으로 확장한 것은 국내 함정 수출 역사상 첫 기록일 뿐만 아니라 단일 국가가 해외에서 도입한 함정 척수 중에도 가장 많은 것”이라며 “상호운용성, MRO 측면에서 운용 국가와 수출 업체가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20년간 글로벌 방산 명목성장률 194%

국방 분야 전문정보업체 제인스(JANES)의 2022~2031 전망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건조되는 세계 함정시장 규모는 약 9930억 달러(약 1325조6550억 원)에 이른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함정을 자국에서 건조하는 국가와 수출금지 국가 등을 제외하면 수출 가능 시장은 약 590억 달러(약 78조7650억 원) 정도로 분석했다.

약진하는 K군함이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1년 함정업체 순위를 살펴보면 글로벌 방산기업 상위 100개 중 조선소는 13곳이 있다. 미국·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국가별 대표 방산기업이 글로벌 함정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대한민국 함정 건조 기업은 매출 규모상 세계 방산기업 100위권 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방산 규모의 명목성장률은 194%, 실질성장률은 90%에 달하며 2배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함정 분야 매출은 2배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업체 순위의 변화가 없이 견고하게 안정화된 상태”라며 “전문화·대형화된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안정적인 내수 수주물량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꽉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분야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공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K군함의 수출을 확대할 기회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각지의 바다에서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국가 간 갈등이 국제분쟁으로 비화하고, 여기서 승기를 잡으려는 국가들의 해양력 강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함정의 기본 선령인 30년이 도래한 국가들의 함정 현대화 소요뿐만 아니라 신기술 개발에 따른 함정 성능개량, 함정 총수명주기에 대한 운영유지(MRO) 소요 역시 증가 중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중공업이 진행한 대한민국 함정 방산 경쟁력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면 ‘강점’으로는 △다양한 함형 개발 실적 보유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세계 조선 1위의 후광 효과가 풍부한 방산생태계 활성화(Supply Chain)를 꼽았다. 아울러 ‘기회’로는 △함정 시장의 다양성 증가 △K방산 후광 효과 및 정부 지원 확대 △총수명주기관리 사업으로 확장 등을 선정했다.

반면 ‘약점’과 ‘위협’에는 △함정사업의 낮은 인지도 △인건비 상승→중장기 가격경쟁력 저하 △차관 제공 등 금융지원 의사결정 어려움 △수익성 악화(원자재비/인건비/기술개발비↑) △도전적 기술 소요 증가(인력 절감형, 유·무인 복합전력) △글로벌 수주 경쟁 심화 등을 전망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59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한국 방산의 함정 분야 수출 ‘특화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원양초계함

대공·대함 방어 능력 갖춘 군함 ‘주목’
1500톤급 표준선 제시… 구매국 요구 반영 맞춤형 건조 가능


원양초계함(OPV) 또는 원해경비함으로 번역되는 OPV를 국방과학기술용어 사전은 바다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는 다목적 함정이라 정의하고 있다.

사전에 따르면 주로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비와 어업 단속, 재해 구난, 밀수 단속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함종으로 비교적 가볍게 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OPV는 적함과의 전면적인 전투보다는 자국 본토와 떨어진 원양에서 장기간 순찰 활동을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 중무장보다는 거친 바다에서의 항해 성능과 거주성 등에 중점을 두고 건조한다.

과거에는 주로 해양경찰을 위한 함형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해양에서의 국제적인 영토 분쟁, 해적 활동 증가 등에 따라 기존 OPV의 임무에 대공·대함 방어 등의 능력을 더한 군함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8~20일 부산에서 개최된 ‘수상함·원양초계함 아시아 콘퍼런스’에서 이탈리아 방산기업 레오나르도의 로렌조 코젤라 마케팅 매니저는 현재 전 세계 OPV 시장에는 각종 체급과 함형이 존재하며, 업계에서는 이를 표준화하는 데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필리핀에서 2100톤급 OPV 6척을 수주하는 등 확장되는 세계 OPV 시장 선점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OPV 표준선인 HDP-1500Neo를 제시해 OPV 첫 수주에 성공했으며, 다양한 톤수의 표준선 개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HDP-1500Neo는 1500톤급으로 장기간 항해가 가능하며, 헬기·무인기 등을 탑재해 복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탑재 장비 변경이 가능한 ‘모듈식 선체’ 설계를 적용해 융통성·확장성을 제공함으로써 구매국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건조가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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