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20기갑여단 김민철 대위] 청춘을 기억하는 한 권

입력 2023. 03. 24   15:12
업데이트 2023. 03. 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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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대위 육군20기갑여단 현무대대
김민철 대위 육군20기갑여단 현무대대


‘일각천금(一刻千金)’이라는 옛말이 있다. 짧은 시간도 천금만큼 큰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즐겁거나 중요한 때가 금방 지나가 아쉬워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2023년 육군 병 복무기간은 18개월로,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수명(80.6세)을 고려했을 때 일생의 2%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테두리 안에 담겨 있는 각자의 군 생활을 회고해 본다면 결코 찰나의 순간만은 아니다.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이들은 저마다의 군생사(軍生事)를 간직하고 있다. 전우들과의 첫 만남부터 전역 순간까지, 그동안 지나온 역정으로 가슴속을 채워 나간다. 그간의 발자취를 더듬어 군 생활의 소회를 밝히는 것은 일생의 한순간에 특별한 제목을 붙이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전역 후에도 지난 군 생활의 가치를 생생히 담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으로 ‘위국헌신 청춘 감사앨범’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앨범은 군 복무를 추억하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전역병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육군의 시범사업이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앨범이지만 그 구성은 부대의 역사, 표창장과 상장, 전우들과 함께한 사진, 롤링페이퍼 등 의미 있는 테마로 장식돼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생생히 보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나도 중대장을 하면서 전역병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손을 건네왔으나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다. ‘과연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만으로 군 생활을 오롯이 기억하고 자긍심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앨범이 전역병의 씁쓸한 가슴을 메워 줬다.

함께한 헌신과 희생으로 맺어진 정(情)을 담아 사회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선물함으로써 허전한 대미를 뜻깊게 장식해 줬기 때문이다.

자신의 군생사를 담은 앨범을 건네받은 이들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입대부터 전역까지의 장면이 담긴, 희로애락이 깃든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앨범을 제작하면서 본인의 사진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중대장 재임 기간 따뜻한 추억을 건네받은 총 43명의 중대원은 하나같이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입대 후 즐겁고 재밌었던 나날을 지나 전역할 때까지의 역사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어 준 셈이다.

앨범은 그동안 수많은 이에게 따뜻한 정을 안겨 줬다. ‘마음이 지척이면 천 리도 지척’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마지막 인사를 한 그들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손에 쥔 정을 통해 부대를 기억하고, 나아가 육군을 기억할 것이다.

올해부터 ‘위국헌신 청춘 감사앨범’은 전 부대로 확대되고, 모바일에 친숙한 MZ세대 장병을 위해 전자앨범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함께한 추억이 서린 온기가 우리 부대를 넘어 대한민국의 모든 고마운 장병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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