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개발 포기 의사 없음’ 문구 처음 명시

입력 2023. 03. 24   16:37
업데이트 2023. 03. 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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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보공동체의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통해 본 미국의 위협 인식

세계 질서 내 우위 선점 전략경쟁 주목
기후·식량·에너지 등 글로벌 과제 꼽아
중국 위성공격무기 실전배치 계획 언급
북한 사이버전 역량 성숙 단계로 평가

동맹국으로서 협력 가능 분야 발굴 필요
한반도 비핵화 관련 정책 향방에도 관심

지난 8일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집단적 통찰력을 담은 ‘정보공동체의 연례위협평가(ATA)’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ODNI는 안보환경 및 위협을 평가하는 ATA를 매년 발간해 부처별 전략과 정책 수립 시 토대가 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전 발간된 2022 ATA가 푸틴의 움직임을 예견한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ATA는 군사 및 민간 영역에 대한 위협 분석으로는 미국 내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공개본인 ATA가 최신 첩보까지 포함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 위협을 다루기 때문에 해마다 꽃망울이 터질 즈음에 우리 역시 유비무환의 자세로 AT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대비 보고서 분량이 증가해 총 39페이지로 작성된 올해 ATA는 주요 4개 위협국 및 기후변화, 보건안보, 기술발전, 핵확산 등 초국가적 이슈에 대해 평가한다. 본고에서는 올해 강조된 전략적 도전을 중심으로 위협국 평가를 재검토하고 청문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사항들을 소개한 후 우리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두 가지 전략적 도전: 따로, 또 함께

올해 ATA에서 주목한 중요한 전략적 도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세계질서 내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이다. 도전 주체는 강대국(중국·러시아), 지역 강국(이란·북한), 비국가 행위자로 유형화할 수 있다. 이들이 세계 질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향후 질서를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그들과의 전략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둘째, 전 세계가 협력해 풀어가야 할 공유된 글로벌 도전으로 기후변화 및 보건, 에너지, 식량, 경제안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기술 발전이 초래할 전례 없는 취약점들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도전들은 향후 글로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평가한다.

기술 분야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특징은 검토대상이 된 분야가 오히려 축소됐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로보틱스와 자동화, 스마트 재료 및 제조에 대한 내용이 두루 다뤄졌다면 올해에는 AI와 생명공학에 대한 평가에 집중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상세하게 기술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4개 위협국: 중국, 러시아, 이란, 그리고 북한

예년과 비교해 위협국 정렬 순위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올해 강조된 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러·우 전쟁 국면 속에서도 첫 장을 중국에 할애함으로써 미국의 최우선 위협국이자 경쟁자는 중국임을 재차 입증했다. 대중(對中) 분량 역시 대폭 늘었다. 대만해협 군사력 행사 및 대만 통일로 미국에 도전하는 점과 더불어 2045년까지 우주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른다는 목표를 가진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위성을 파괴하기 위해 위성공격무기(ASAT)를 실전배치한다는 점이 언급됐다.

러시아 위협으로는 핵·사이버·우주 분야 강화와 대미 미사일 방어망 무력화 추구를 강조했다. 러·우 전쟁과 관련해선 미국과 나토(NATO)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립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경선을 넘는 충돌은 피해왔지만 에스컬레이션(긴장 고조)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보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체제 보장의 궁극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핵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게 거의 확실하며 △시간이 지나면 국제 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두 번째로, 올해 보고서에 김정은이 핵 개발 포기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문구를 삽입함에 따라 현재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 발전과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데 최근의 국제환경, 즉 미·중 간 경색 국면이나 러·우 전쟁 등을 활용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품(군사용과 상업용으로 모두 쓰이는 물품)’을 수입한다는 대목이 추가됐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이 군 현대화의 목표로 공표한 전술핵 작전 활성화를 위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무력시위 감행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태도 변경을 압박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항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이버 역량에 대해서도 작년보다 많은 양을 할애하면서 북한의 사이버 전력이 성숙 단계에 이르러 미국 내 다양한 표적을 상대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봤다.



청문회에서 베일이 벗겨지는 ATA

ATA는 미 상원 특별정보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생동감 있게 대중에게 알려진다. 청문회는 2006년부터 매해 개최됐다. 미 국가정보국장의 ATA 소개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정보당국자들과 상원의원들 간 문답으로 구성된다.

헤인스 DNI 국장은 중국에 대해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희생해야만 지역을 지배하고 세계적 범위를 확장하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발언함으로써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정치·군사·경제·기술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또 북한은 “역내 안보 환경을 유리하게 재편하고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공격적이고 안보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에서는 앵거스 킹 상원의원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편의를 위한 임시 결혼(a temporary marriage of convenience)’인지 아니면 ‘장기 연애(a long-term love affair)’인지를 물은 점에 주목했다. 해당 질문에 대해 헤인스 국장은 단순히 일시적인 파트너십은 아니고 중국이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대하겠지만 제한사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과 나토 같은 동맹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우리에 대한 시사점

첫째, ATA가 글로벌 안보환경의 온도를 알려주는 온도계라는 비유처럼, 우리도 위협 온도 변화를 감지하면서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ATA가 세계안보위협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이기 때문에 한국도 ATA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위협 평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력 가능한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대미 패권 도전에 대해 미국 역시 지속적인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ATA에 기초해 2024년 국방예산안을 편성했고, 향후 다양한 정책서들 역시 ATA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작성될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동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면서 동맹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ATA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했다는 점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미 국무부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ATA가 미 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볼 때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수온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최수온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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