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소] 싫은 소리 안 하고 참는데 제가 참는 걸 모르네요

입력 2023. 03. 23   14:17
업데이트 2023. 03. 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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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보면 관계에 도움 안돼…느끼고 생각하는 걸 표현하세요 

Q . 저는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를 절대 안 합니다. 옷차림이 이상하든, 뭔가 좀 부족하든 그냥 포용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한마디 하고 싶을 때가 왜 없겠어요. 그래도 사랑하니까 꾹 참는데, 제가 아무 말을 안 하니 정말 다 괜찮은 줄 아는 것 같아요. 이렇게 참고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좀 서운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네요. 

A. 얘기를 해도 그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는 비율은 50%가 채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아주 명확하게 “난 고기를 안 좋아해”라고 말해도 “에이, 고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삼겹살 먹자!”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또는 괜찮다고 해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화 풀어”라면서 지레짐작하기도 합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의 틀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해도 이러니 말을 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이 제대로 알거나 이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꾹 참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참아 주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상대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달라지려면 ‘문제’라고 인식해야 하는데, 누군가 지적하거나 문제 삼지 않으면 보통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말 안 하고 참은 일은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참아야만 합니다.

둘째,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중에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그동안 싫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연기했다며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 안 들었으면 그때 말했어야지 왜 얘기를 하지 않았냐고요. 그 후에는 맘에 안 들면서 괜찮은 척하는 건 아닌지 의심합니다. ‘참아 줬다’고 여기기보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참느라고 힘들었어도 관계에 아무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관계가 망가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참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지금 이 순간은 편하기 때문입니다.

싫은 소리를 하면 상대방이 못 받아들일 수도 있고, 분위기가 싸늘해지거나 다툴 수도 있습니다. 예상되는 상황이 불편하지요. 또한 얘기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고 기분 나빠하지 않으면서 받아들이려나’ 고민해야 합니다. 귀찮지요. 그러니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참으면 그 순간은 잘 넘길 수 있어 편합니다.

게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참아 주면서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참을성 있는 사람, 포용적인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귀찮은 것도 피하고, 인상 관리도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기에 아무 말을 안 하는 것입니다.

짧게 만나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은 전략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앞서 말한 것처럼 상대방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나중에 말하면 위선적이었다고 받아들이기 쉬우니 귀찮아도, 잠깐은 불편해도, 내가 조금 못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그때그때 말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말씀하신다면, 지금까지 참았다는 말로 축적된 감정을 터트리지 말고 조금씩 ‘이럴 때 좀 불편하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표현해 보세요.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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