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탄_최영일 시사평론가]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입력 2023. 03. 22   15:46
업데이트 2023. 03.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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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시사평론가
최영일 시사평론가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GPT에 놀라움을 지나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GPT-3.5가 GPT-4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인공지능은 텍스트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판독하고, 추론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이 생성형 AI를 개발한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AI에 실존적인 위험이 뒤따를 수 있지만 인간이 개발한 가장 위대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들이 AI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펼쳐보자. 우월한 종족의 한 창조자가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존재를 만들어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창조한 장면에 비견할만 하다. 프로메테우스는 다른 동물에 비해 나약한 인간에게 불을 주었고, 신들로부터 징벌받는다. 신화 속에서 불은 지혜를 상징한다.

SF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반세기도 전에 『로봇 머신 X』라는 단편에서 지금의 상황을 예언했다.

머지않은 미래, 국가가 사라진 지구공동체를 매우 현명한 인공지능인 로봇 머신 X가 통치하고 있다. 인간 기술의 최정점에 있는 이 기계는 지구상의 수많은 변수를 분석해서 인간에게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해서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구현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행복하기만 하면 될 텐데 여기저기서 폭동이 일어난다. 인간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에 지배받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이상한 사고들이 벌어진다. 발전소가 폭발하고, 댐이 무너진다. 로봇 머신 X도 완벽하지 않으며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인간들은 폭동을 멈춘다. 다시 평화로워진 세상을 보며 로봇 머신 X가 계산된 오작동을 다시는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단편작품은 막을 내린다.

우리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 비서로 쓰임새가 있는 챗GPT류를 보며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모습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개발해낸 기업의 CEO가 위험을 경고하고, 두렵다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심상치 않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미 1940년대에 로봇 3원칙을 천명했다.

제1 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빠진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제2 원칙, 로봇은 제1 원칙에 위배 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 원칙, 로봇은 제1 원칙, 제2 원칙을 어기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이 3원칙을 로봇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바꿔 넣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시모프의 로봇 철학을 다시 짚어보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매일 매 순간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 시기에 우리는 AI에게 휴머니즘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고, 단편적 정보를 연결해 더 큰 윤곽을 추론해내고 대화 상대자의 심리적 상태와 기분도 파악하는 ‘센스’를 지닌 존재로 지능과 지식을 갖추었다면 인간의 가치와 존엄과 생명에 대한 철학을 반드시 갖추도록 하는 방법론을 체계화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한다. 프랑스 사회철학자 브루노 라투르는 이미 오래전 ‘사회’란 인간 행위자(actor)만의 연결망, 네트워크가 아닌 다양한 기술과 연결된 행위체(actant) 네트워크임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는 전선, 메모리, 연산장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각종 미디어를 넘어 사고하고 인식하는 주체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대우받고 싶은 태도로 그들을 대우해야 친구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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