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실에서_박영진 대위]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입력 2023. 03. 06   16:50
업데이트 2023. 03. 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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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교수 대위
박영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교수 대위


이제 갓 두 돌이 된 아들은 아빠가 운전하는 동안 태블릿으로 키즈채널을 보다 광고가 뜨면 작은 손가락으로 자연스레 화면 하단의 ‘광고 건너뛰기’를 누른다. 때로는 스마트폰을 작은 두 손에 직접 들고 와 가리키며 “이거, 이거”를 반복한다. 자신이 즐겨보는 키즈채널을 빨리 틀어달라는 뜻이다. 아직 아기지만 디지털 콘텐츠에 벌써 익숙해진 탓이다. 이와 별개로 카페나 음식점을 가면 대부분의 손님은 카운터의 직원을 향해 곧바로 걸어가지만, 젊거나 어린 연령대의 손님들은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다. 키오스크(Kiosk)라 불리는 무인 주문 단말기를 찾기 위해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접하고 수용하여 이를 소비하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다르기 때문이다.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포털에 검색하면 데이터, 미디어, 게임, 뉴스 등의 단어와 함께 ‘OOO 리터러시’라는 형태로 앞에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혹시 리터러시가 정확히 어떠한 뜻인지 모르더라도 대략 어떠한 하나의 것을 이해하는 능력인가보다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우리식 표현으로 바꾸자면 ‘문해력(文解力)’인데 즉,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한다. 조금 더 덧붙인다면 “다양한 내용의 글과 출판물 등의 콘텐츠를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리터러시란 개념이 단순히 콘텐츠를 읽고 쓰는 능력만을 칭하는 것이 아닌, 이해하고 해석하여 온전히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처드 호가트는 1957년『The Uses of Literacy』라는 저서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전후(戰後) 영국문화의 변화를 연구하며 ‘Literac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호가트는 당대의 영국 노동자계급이 대중소설, 신문, 잡지 등의 출판물과 방송, 음악, 영화 등과 같은 ‘문화 콘텐츠’를 과거에 비해 더 폭넓게 소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디어 상품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중산층 이상을 위한 고급문화(High-Culture)의 하나였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세계대전 종전 직후 폭발적으로 미디어 상품을 소비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주도해 과거와는 다른 자생적이고 독특한 대중문화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2023년을 앞둔 현시점에서 호가트가 묘사한 당대 초기 미디어였던 ‘인쇄매체’들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영향력이 감소했다.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더 친숙한 시대, 더 나아가 AR·VR의 시대까지 앞두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장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를 겪은 분야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임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러한 부분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어 면대면(Face to face)으로 대표되는 전통 방식에 더 익숙한 세대들은 여기에서 오는 시대적 괴리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비대면(Untact) 문화가 결합한 하나의 산물, 키오스크(Kiosk)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오늘날 전통적 소통 방식을 대체하는 소셜미디어 등 수많은 플랫폼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오히려 ‘결핍’을 절감하고 있다면 우리 스스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민과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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