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데이 관람객 이목 집중
사인회 행사 열며 관심 보답
주최 측 공식 초청으로 첫 참가
2년 연속 국제에어쇼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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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최초로 참가한 ‘2023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가 5일(현지시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에어쇼는 지난달 28일 개막해 이달 2일까지 전 세계 항공우주 전문가와 국방 관련 관계자가 참가한 ‘비즈니스 데이’,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는 누구나 각국 군의 무기체계와 전력자산의 비행 자산을 관람할 수 있는 ‘퍼블릭 데이’로 나뉘어 운영됐다. 블랙이글스는 퍼블릭 데이에도 수준 높은 특수비행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호주 애벌론=김해령 기자/사진=공군 제공
지구 반대편 동포 블랙이글스 비행에 감동
국내에서 생소한 애벌론 에어쇼는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박람회 등이 함께 열리는 남반구 최대 국제에어쇼로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애벌론 에어쇼가 열리는 호주 절롱 애벌론기지는 퍼블릭 데이 첫날부터 수많은 항공기의 에어쇼와 지상 전시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일반 성인 입장료는 하루 89호주달러(약 7만8900원)로 토·일요일 각 에어쇼 입장권은 모두 매진됐다. 퍼블릭 데이 입장권이 매진된 것은 애벌론 에어쇼 3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퍼블릭 데이에 블랙이글스의 특수비행은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중간 시간대에 편성됐다. 유일하게 야간비행 전시가 있는 금요일에는 오후 5시경, 마지막 비행 전시가 오후 4시쯤 끝나는 주말엔 정오 직전에 비행했다.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블랙이글스는 비행 후 사인회 행사를 열어 관심과 사랑에 보답했다. 사인회를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사인과 기념품을 나눠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호응을 보내준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또 4일에는 호주 빅토리아주에 사는 현지 교민 200여 명을 에어쇼 현장에 초청해 교류 행사를 하기도 했다.
박응식 주호주 빅토리아주 한인회장은 “호주 하늘에 우리 태극이 그려지는 것을 보고 감동의 눈물이 절로 났다”면서 “대한민국이 만든 항공기로 우리 조종사들이 호주에서 멋지게 에어쇼를 펼쳐줘서 정말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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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국제에어쇼 트로피…국격 높였다
블랙이글스는 국제에어쇼에서 또 한 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애벌론 에어쇼에서 ‘종합 최우수상(Best Overall Display)’을 거머쥐면서다. 이날 수상이 확정되자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수상을 자축했다. 종합 최우수상은 애벌론 에어쇼 최초의 상이다.
블랙이글스는 주최 측 공식 초청으로 올해 애벌론 에어쇼에 처음 참가했다. 행사 기간 매일 1회 30여 분간 태극마크를 그리는 태극 기동을 포함한 24개의 특수기동을 선보이며 호주 현지언론과 25만 명 관람객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이로써 블랙이글스는 지난해 영국 리아트(RIAT) 에어쇼에서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국제에어쇼에서 트로피를 차지하게 됐다. 블랙이글스는 2012년 영국 와딩턴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제에어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에어쇼 디스플레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 같은 해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서 개최된 리아트(RIAT) 에어쇼에서 시범비행 최우수상을 받았다.
애벌론 에어쇼 주최사인 AMDA 저스틴 기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종합 최우수상은 애벌론 국제에어쇼 역사상 최초로 수여되는 상”이라며 “블랙이글스가 보여준 특수비행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블랙이글스는 오는 8일 애벌론 기지를 이륙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3개국을 경유해서 오는 13일 원주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2023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에서 환상적인 비행으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 이들의 화려한 기동 뒤에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블랙이글스의 완벽한 비행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이들을 조명해본다. 호주 애벌론에서 글=김해령/사진=양동욱 기자
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비행 특수성 완벽히 이해한 베테랑…주연 빛나게 하는 ‘명품조연’
‘최장수 정비사’ 방기삼 원사(진)
블랙이글스 특수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항공기는 1번기다. 리더로서 블랙이글스 편대를 이끌기 때문이다. 막중한 역할을 하는 1번기이기에 정비도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오랜 기간 정비 경험을 쌓고 블랙이글스 비행의 특수성을 완전히 이해한 베테랑만이 가능하다. 블랙이글스 정비사 중 가장 긴 경력을 자랑하는 방기삼 원사(진)가 그렇다.
방 원사(진)는 블랙이글스가 현재 강원도 원주기지가 아닌, 광주기지에 있을 때부터 정비사로 활약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째다. 2009년 3월 블랙이글스 기종이 A-37B에서 T-50B로 바뀌었을 때, 같은 해 8월 블랙이글스가 ‘239특수비행대’에서 ‘239특수비행대대’로 창대했을 때, 2010년 12월 지금의 원주기지에 자리 잡고 2013년 4월 53특수비행전대로 승격했을 때 등 블랙이글스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에 방 원사(진)가 있었다.
오랜 기간 블랙이글스 T-50B 곁을 지키면서 해당 항공기 정비에 관한 한 박사가 됐다. 애벌론 에어쇼처럼 블랙이글스팀과 함께 해외를 나온 것도 벌써 11년째다. 블랙이글스는 2012년 영국 와딩턴·리아트(RIAT)에어쇼 참가로 처음 해외에 진출했다.
특히 이번 애벌론 에어쇼 전개에는 방 원사(진)를 비롯한 정비사들의 엄청난 헌신이 있었다. 방 원사(진)는 “호주에 오면서 정비팀 일부는 T-50B보다 먼저 경유지에 도착해 블랙이글스가 착륙하자마자 곧바로 정비에 돌입했다”며 “장기간 비행은 항공기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어쇼 기간 매일 특수비행을 펼치는 데다 야외에 주기해 있어 정비사들은 평소보다 더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방 원사(진)는 블랙이글스 정비사로서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며 “다른 부대, 항공기 정비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감동을 주는 블랙이글스를 정비할 수 있어 기쁘다”며 “조종사들이 공중이라는 무대에서 주연이라면 정비사들은 주연을 빛나게 하고자 온 힘을 다하는 ‘명품 조연’”이라고 강조했다.
감동 줄 수 있어 보람…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새내기 블랙이글’
‘9번기 조종사’ 김진건 대위
블랙이글스는 T-50B 항공기 8기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애벌론 에어쇼에는 총 9명의 조종사가 왔다. ‘9번기 조종사’로 불리는 훈련조종사 김진건 대위가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전입한 김 대위는 블랙이글스 조종사가 된 지 이제 막 3개월 된 ‘새내기 블랙이글’이다. 하지만 조종실력은 어떤 전투조종사에도 뒤지지 않는다.
김 대위는 블랙이글스가 강원도 원주기지에서 호주 애벌론기지로 전개할 때 9번기를 직접 조종해 왔다. 9번기는 블랙이글스 T-50B가 결함이 생겼을 때 투입되는 ‘예비 항공기’다. 또 블랙이글스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보여줄 공중 촬영기로도 쓰인다. 김 대위가 블랙이글스 조종사로 지원한 계기는 비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다. 그는 “2021년 국군의 날 행사와 지난해 호주 피치블랙(Pitch Black) 다국적연합공중훈련에서 F-16을 조종하며 플라이바이(Fly-By·대형 맞춰 기동)를 한 적이 있는데, 가족들과 현지 교민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봤다”며 “내 비행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자로 잰 듯한 8기 편대 비행과 수직 급상승·강하가 기본인 블랙이글스 조종사 임무. 조종을 해봤으니 그 어려움을 더욱 잘 아는 만큼, 지원 당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당연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전투조종사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겨냈으니 한번 해보자는 도전 정신으로 지원해 결국 블랙이글스 조종복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위는 앞으로 3번기(라이트 윙) 박상준 소령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정식 조종사가 되기 위해선 40개가 넘는 훈련을 수행해야 한다. 김 대위는 진정한 블랙이글이 되고자 ‘훈련 벌레’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T-50B 후방석에서 선배 조종사들의 특수기동을 보니 순간순간 판단할 게 무척 많다는 걸 느꼈다”며 “정식 3번기 조종사로서 선배들과 함께 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특수비행에 감칠맛 더한다…더 함께하고파 연장복무 신청하기도
‘내레이터’ 김시훈 대위
블랙이글스의 특수비행은 친절하다. 비행 전 조종사와 정비사의 이름과 계급을 알려주고, 하늘에서 그들의 움직임과 기동 명칭 등을 설명해준다. 블랙이글스의 공중기동과 배경음악에 따라 설명하는 목소리 톤과 크기를 조절한다. 블랙이글스 특수비행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내레이터 김시훈 대위의 활약상이다.
내레이터는 타국 특수비행팀과 블랙이글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미군을 제외한 다른 나라 특수비행팀에는 별도의 내레이터가 없다. 내레이터는 조종사만큼이나 특수기동에 대해 정확하게, 그리고 많이 알아야 한다. 기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수비행은 날씨에 따라 기동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김 대위는 블랙이글스 조종사들끼리 대화하는 무전을 함께 들으며 비행 변경사항을 즉각적으로 수정 반영해 관중들에게 설명한다. 지난 1일 애벌론 에어쇼 중 블랙이글스 비행의 기동이 중간에 바뀌면서 김 대위가 애를 먹기도 했다.
김 대위는 “수직 기동이 많은 ‘하이쇼’로 시작한 비행이 갑자기 구름이 많아져 후반부에 ‘로쇼’로 바뀌면서 급히 수정해서 말했다”면서 “오프닝 에어쇼였던 지난달 28일에는 악기상으로 아예 특수기동이 제한돼 말을 일부러 많이 했다”며 당시를 떠올리면서 미소 지었다.
이 사례는 내레이터가 단순히 목소리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근거이기도 하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항공기 기동을 알려주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력을 갖춰야 하고, 블랙이글스의 해외 에어쇼 참가가 늘어남에 따라 수준 높은 영어 구사 능력도 꼭 필요하다.
매 비행 때마다 대본도 새로 쓴다. 김 대위는 “항공기가 어떻게 기동하는지, 이동 시간 등을 사전에 조종사에게 질문해 대본을 작성한다”며 “언어 특성도 있는데, 한국말로 두 마디를 해야 하는 기동이 영어로는 한 마디에 끝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땐 새로운 멘트를 추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내레이터는 임관 전 신임 소위 중 한 명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블랙이글스 위상이 높아진 만큼 경쟁률도 높다. 김 대위는 입대 전부터 블랙이글스 내레이터가 되기 위해 12주의 기본군사훈련 동안 모든 교육·훈련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입대 전 한 장교 선배로부터 ‘네 기수에서 블랙이글스 내레이터를 뽑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블랙이글스 공연을 감명 깊게 본 적이 있어 그들을 소개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실제 김 대위 기수에서 내레이터 선발이 있었고, 그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과거 대학교 홍보대사와 아나운서 경력에 더해 마이크 테스트, 영어, 인성 면접 등을 거쳐 블랙이글스 내레이터로 선정됐다.
김 대위는 오는 5월 전역해 블랙이글스를 떠난다. 당초 2022년 전역 예정이었지만, 블랙이글스와 좀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1년 연장복무를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 지난해만 영국, 폴란드, 이집트, 필리핀 등 블랙이글스 역대 최다 해외 비행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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