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문고+_유준영 상병] 기후도 식량도 ‘안보’ 관점서 봐야

입력 2023. 02. 15   17:29
업데이트 2023. 02. 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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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대한민국』을 읽고


유준영 상병. 육군73보병사단
유준영 상병. 육군73보병사단

 


남재작 지음
웨일북 펴냄

전입 후 첫 주간 정신전력교육 시간, 주제는 ‘포괄적 안보’였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도 ‘안보’ 영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 국가안보는 적의 도발이나 전쟁과 같은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안보의 영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위기로까지 확대됐다. 진중문고 『식량위기 대한민국』에서는 농학자의 시선으로 기후변화, 식량위기를 바라본다. 저자는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는 한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202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기후변화 대응수준은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10위, 기후변화 대응지수 세계 57위’라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능력도 안보를 담당하는 국방의 한 축이 될 것이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식량 생산량은 약 7% 감소한다. 인구 증가로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질소비료를 쓸수록 수질오염이 심화되고, 경작지를 위해 숲을 없애 토양 생산성이 낮아진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비료를 쓰다 보니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의 ‘식량안보’가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식량 수입망을 다변화하고 해외 식량정보 수집역량을 강화하는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데 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음식물쓰레기를 4분의 1만 줄여도 기아 8억 명을 살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의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폐기되는 식품 양을 줄이는 것은 농업 생산성의 향상과 같은 효과를 낸다.

식품 폐기물은 ‘식량 손실’과 ‘음식물쓰레기’로 나뉜다. ‘농장-소비자 전달과정에서의 손실’을 뜻하는 식량 손실 개념은 생소하다. 수확이 늦어지거나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되는 게 그 예다. 우리는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줄여 유효기한 내에 식량을 소비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 군에서도 부식 공급과 식수 수요를 일치시켜 식량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저자는 유통기한이 임박해도 무방하며, 소비기한 내에만 먹으면 문제없다고 말한다. ‘소비기한’이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의미한다. 소비자 인식과 소비기한 표기를 개선한다면 군대 내 식품 재자원화도 활발해져 식량 손실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기후위기도, 식량위기도 우리에게 안보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다가올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협에 대비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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