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솜씨로 인테리어, ‘최고의 힐링공간’으로…공군39비행단 ‘북카페39’ 개관

입력 2023. 01. 09   17:03
업데이트 2023. 01. 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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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정훈실 장병 10명 주도 
1년 기간 두고 공사 계획
도색부터 비품·장식까지
병사 의견 경청… 최적의 장소로

 
4000여 권 도서·DVD 영화 감상
커피·다과 등 여가생활도 가능

 
“장병 손으로 만든 공간이라 애착
전우들과 추억 쌓을 생각에 설레”

 

공군39비행단 공보정훈실 장병들이 ‘북카페39’ 개관식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공군39비행단 공보정훈실 장병들이 ‘북카페39’ 개관식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집을 스스로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집은 사는 사람의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정해진 표준과 엄격한 규격이 있는 병영에도 ‘공간 꾸미기’ 바람이 불고 있다. 공군39비행단(39비)이 전문업체 도움을 받지 않고 장병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만든 것. 서툰 솜씨지만 1년 동안 하나둘 채워 간 39비만의 개성이 담긴 아늑한 공간을 소개한다. 김해령 기자/사진=부대 제공

 


3배 커진 휴게·독서공간

39비 장병들이 자신들을 위해 스스로 만든 이 공간의 이름은 ‘북카페39’.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인 북카페(Book Cafe)와 39비를 합친 이름이다. 북카페39 꾸미기는 공보정훈실 장병들이 주도했고, 지난달 25일 개관했다.

39비는 단으로 승격된 지 올해 3년 차를 맞은 ‘따끈따끈한’ 신생 부대다.

‘북카페39 설립 프로젝트’는 1년 전 39비 본부 건물이 새로 지어지면서 시작됐다. 장병들이 편히 쉴 만한 휴게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과거 건물에도 유사한 도서실과 휴게공간이 있었으나 33㎡(약 10평) 크기로 많은 장병이 편하게 쉬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새 휴게공간이 들어설 자리는 100㎡(약 30평)로 3배 가까이 커졌다. 넓은 공간에 대한 기쁨도 잠시, 공보정훈실 장병들은 고민에 빠졌다. 커진 넓이만큼 투자인력과 금액도 상승해서다. 장병들은 연초부터 넉넉히 1년의 기간을 두고 대규모(?) 공사를 계획했다.

먼저 국방부와 공군본부에 관련 예산을 신청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기존에 있던 낡은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공간을 채워 나갔다. 벽면 도색부터 소파·테이블·서가·의자 등 새로운 비품 마련, 크고 작은 실내장식 작업까지 모두 장병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했다.

공사를 주도한 공보정훈실 장병 10명은 부대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북카페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공간을 꾸미는 것은 자신들이지만, 전우들과 함께 사용해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북카페39 공사에 동참한 김예현 상병은 “장병들이 어떤 환경의 도서관과 휴게실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주 이용객이 될 병사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간부님들의 고견을 참고해 최적의 장소를 만드는 데 열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10명 모두 경험이 많지 않았고, 한정된 돈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선 반복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여유롭게 잡아 놓은 1년이라는 시간은 북카페39를 천천히 완성하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북카페39는 느리지만 알찬 공간으로 변해 갔다.

33㎡ 남짓한 좁은 공간의 과거 39비 도서·휴게실. 4명의 장병만 있는데도 꽉 찬 모습이다.
33㎡ 남짓한 좁은 공간의 과거 39비 도서·휴게실. 4명의 장병만 있는데도 꽉 찬 모습이다.

 

커다란 책상, 4000권 이상의 책을 꽂은 책장,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돼 있음에도 널찍한 북카페39.
커다란 책상, 4000권 이상의 책을 꽂은 책장,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돼 있음에도 널찍한 북카페39.



커피 마시며 영화도 본다…‘인기 만점’

노력의 결실은 웬만한 민간 북카페 부럽지 않은 고급스러운 북카페39를 탄생하게 했다. 여기서 장병들은 4000여 권의 책을 읽고, 수십 개의 DVD로 영화도 감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목적홀에서는 커피추출기로 따뜻한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음악·영상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소규모 모임도, 편히 쉬면서 건전한 여가생활도 눈치 보지 않고 가능하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북카페39에서는 기념품을 나누고, 장병들이 차와 다과를 즐기는 개관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술, 서예, 레고, 3D공예 등 39비 동아리 작품을 뽐내는 전시회도 이뤄졌다.

김 상병은 “우리 손으로 만든 공간인 만큼 애착이 간다”며 “장병들이 북카페39를 방문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이 공간에서 전우들과 지식·추억을 쌓을 것을 생각하니 무척 설렌다”며 웃어 보였다.

39비 도서담당 이준희 군무주무관은 “과거 도서관보다 북카페39를 찾는 장병 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신간 도서를 주기적으로 도입하고, 장병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시청각자료를 비치해 운영 활성화와 독서문화 진흥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김해령 기자 < mer0625@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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