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무인체계 개념 정의와 분류방안
『국방논단』 1919호 (한국국방연구원)
김성진
sjkim@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신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 기술 기반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에 관한 국가적 관심이 더욱 커졌다. 정책이행의 기본은 대상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일관된 기준의 적용이나, 각 군 간 무인체계 개념 정의 및 분류체계가 달라 애로를 겪고 있다. 본고에서는 무인체계 용어 및 개념 정의에 대한 각 군의 현재 상황을 기술하고 제한사항을 논하였다.
하나의 표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국방 무인체계’를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이에 근거한 분류방안을 제안하였다. 개념 정의와 더불어 국방 무인체계 정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논의사항을 세 가지 관점에서 기술하였다.
첫째, ‘시스템 복잡도’ 측면에서 각 군이 추구하는 무인체계 복잡도 수준을 정의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둘째, 각각의 무인체계에 적용되는 ‘기계지능(AI)’의 양적·질적 특성을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무인체계 도입에 맞추어 각 군의 조직 및 운영개념이 어떻게 변화·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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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체계가 국방분야 국정과제에 전면 등장한 데에는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기인한다. 빠르게 감소하는 인구, 복무기간 단축, 인명 중시 사상의 확대, 장병들의 복지요구 증대 등 대응을 위해서는 지능형 무인체계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의 배경에는 미래전 패러다임의 변화도 깔려있다. 초지능(빅데이터, 인공지능), 초연결(클라우드, 사물인터넷) 기반으로 인간과 무인 전투체계 간의 협업을 통해 정규전, 비정규전, 사이버전, 정보전, 심리전, 테러 등 全 전장 영역에서 유·무인 복합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5G/6G, 사물인터넷 등을 다종의 플랫폼 및 모빌리티 기술과 융합한 무인체계의 전력화’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국정과제 채택은 군이 정부조직 가운데 유일하게 대규모 소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안보기술에 기반한 무인체계를 획득·운영하며 국가 산업구조 혁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과제의 달성, 사회환경 및 미래전 패러다임 변화 대응, 기술발전 및 산업구조 혁신과 관련하여 군 내외에서 기대하는 바가 커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무인체계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각 군별로 달라 국방 차원의 총괄적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 정책 수립의 기초는 공통된 개념의 설정과 일관된 기준을 공유하는 일인데, 4차산업 관련 기술에 관해서는 그 기준 부재로 애로를 겪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먼저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각자가 주장하는 바의 제한사항을 살펴본 후, 국방 무인체계 개념 정의 및 분류방안을 서술하였다. 이후 국방 무인체계 정책발전을 위해 군이 반드시 논의해야 할 사항을 ‘시스템 복잡도’, ‘기계지능’, ‘조직 및 운영개념’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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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드론과 로봇의 분류는 육군의 드론봇 전투체계라는 세계관에 부여된 개념적 실체다. 해군의 분류체계는 해양군사작전을 직접 수행하는가, 이를 지원하는가에 기준한다. 공군의 ‘소형급 무인항공기’는 무인항공기 가운데 특정 성능(최대이륙중량) 이하를 따로 분류하기 위함이다. 항공 연합작전을 고려하자면 기 확립된 국제기준과 현저히 다른 용어를 선뜻 채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군이 모여 소통하기란 매우 어렵다. 공통의 소요가 얼마나 되는지 종합하기도 어려우며, 공통 플랫폼에 기반한 기술기획을 수행하기도 쉽지 않다. 국방부 차원의 총괄적 정책수립 마련을 위해서는 개념과 용어를 명확히 하고 이에 기초한 분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유래를 보자면 로봇은 노동을 의미하는 체코어 ‘Robota’에서 비롯된 것으로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트의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최초로 대중화되었다. 이후 1942년 미국의 공상과학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공상과학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로봇의 세 가지 원칙을 언급하며 이를 충족하는 경우 로봇으로 정의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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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영문 위키피디아의 Robot 페이지를 보면 미군이 운용 중인 MQ-1 프레데터와 Swarming UAV 등이 flying robot의 일종으로 포함된다. 선체(船體) 작업 또는 해양탐사를 위해 고안된 ‘diving robot’, ‘swimming robot’ 등은 어떻게 볼 것인지 역시 모호하다. 이는 드론, 로봇의 분류만으로는 무인체계의 모든 세계를 충돌 없이 일관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이 아닌 것을 드론으로 분류하려는 방식 역시 제한사항이 있다. 육군에서의 드론은 공중 무인체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해군은 이미 수상드론, 수중드론 등 공중이 아닌 ‘해양환경에서 작전을 지원하는 드론’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드론’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종의 의성어인 ‘수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자면 이 정도까지 용어를 확장해가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무기체계, 전력지원체계 등 체계분류를 기초로 정의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예를 들어 해군은 무기체계면 ‘무인항공기’, 전력지원체계면 ‘공중드론’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분류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인위적인 상황에서 분류·명명 기준으로까지 활용되는 것은 향후 더 문제를 복잡하게 할 소지가 있다.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성은 플랫폼, 확장모듈, 소프트웨어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이 중 어떤 것도 무기체계/전력지원체계 분류가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 최근 전쟁 사례는 상용 플랫폼에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센서, SW 등 상용 구성품과 확장모듈을 장착한 드론으로도 무기체계 수준의 성능 구현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동일 성능의 플랫폼을 용도에 따라 무기체계/전력지원체계로 구분하고, 명칭 결정 후의 획득업무 수행방식까지 차이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일이다.
더 상황이 심각한 쪽은 인공지능 분야다. 인공지능은 자율성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성을 좌우한다. 그러나 국방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고 관련 기술을 기획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국정과제 ‘「국방혁신 4.0」을 통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 추진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관해 전군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총괄적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그런 것 없이 군별로 ‘AI 적용 GOP 경계 시스템’, ‘AI 해안경계시스템’, ‘AI 기반의 무인전투기를 결합한 유·무인복합체계’ 등 개별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계획 중이다. 특정 알고리즘과 같은 일부 기술요소는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거나, 타 사업으로 연계·확장도 가능하다.
소요종합 및 기술기획을 위해서는 총괄적 차원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AI가 무인체계의 양적·질적 무인화 정도(레벨)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를 제외하고 무인체계를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AI를 포함하여 ‘국방 무인체계’에 대한 국방 차원의 개념정의 및 분류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각 군이 저마다의 세계관과 논리를 근거로 용어를 정의하고, 분류체계를 마련한 시점에 하나의 공통된 표준안을 마련하여 강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는 조작적 정의를 통해 각 용어가 가진 저마다의 인식을 하나의 큰 그릇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는 해볼 수 있다. 이에 본고는 ‘국방 무인체계’를 다음과 같이 조작적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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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에 관한 논의는 드론, 로봇, 센싱&모빌리티 등의 기술을 시스템(체계)의 형태로 전장에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전장 환경은 공중, 지상, 수상, 수중 등이 될 수 있다. 단, 논의의 무한한 확장을 피하고자 사이버, 우주 등의 전장 환경은 제외하였다. 기존 조직의 업무수행체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4차산업 기술을 최대한 포괄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체계의 유형은 포함하되, 전장 환경은 제한함으로써 총괄분류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둘째, 인공지능(AI) 역시 논의에 포함하도록 하였다. 현재 대부분의 무인체계는 근·원거리 인간의 조종·통제에 의해 작동한다. 그러나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부분적, 전면적 자율화가 필수적이다. 실제 민수 부처의 무인이동체 기술기획은 인공지능에 의한 부분, 반자율화가 정책의 기초를 이룬다. 병력자원 감소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AI는 국방 무인체계정책 논의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셋째, 개별체계뿐 아니라 개별체계들의 복합구성 일체까지를 포괄하여 국방 무인체계로 정의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군이 추진 중인 상당수의 사업은 개별 플랫폼의 획득과 운용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다종·다량의 플랫폼들이 복잡하게 조합된 복합체계로서의 무인체계 사업이 주를 이룰 것이다. 군이 생각하는 무인체계의 미래는 낱개의 드론, 개별작동(standalone)하는 무인차량 수준을 넘어서기에 이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이 필요하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국방 무인체계가 지칭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국방 무인체계의 범주는 AI(例. 음원활용 AI경계시스템), 드론(例. 자폭형 무인기), 로봇(例. 취사 로봇), 센싱&모빌리티(例. 무인 구조차량) 등을 포함한다. 이들 중 일부는 서로 겹치는 영역이 있을 것이다. 공통 기술요소가 폭넓게 활용되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전통적 방위산업만으로는
‘국방 무인체계’의 범주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를 포함한 ICT 산업, 기계/자동차/항공산업에서 비롯된 기반기술 등이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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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이와 같은 성격의 무인체계 확대는 명약관화하다. 현재의 어떠한 분류법도 4차산업 기술이 뻗어가는 양상을 담아낼 수 없기에 포괄적 분류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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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무인체계 정책발전 로드맵은 기존 조직이 원래 하던 임무를 기술(드론, 로봇, 센서, 무인이동체 등)이 대체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기술에 부응하도록 프로세스가 변화하는 것인지, 나아가서 프로세스 변화에 따라 조직/인력이 재편되는 것인지 등을 담아야 한다. 국방 무인체계를 조직 및 운영개념 혁신 즉, People-Process-Technology 통합의 관점에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정책발전을 위해 필요한 세 번째 논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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