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이 땅의 노래

입력 2022. 09. 29   17:15
업데이트 2022. 09. 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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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용 시인
엄원용 시인

푸른 들 푸른 산하에 곱게 자라고 있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만이 우리의 것이 아니다



저 버려진 들판에 널브러진 이름도 없는 돌멩이 하나도

누구에게 빼앗길 수 없는 모두 우리의 것이라는 걸



거친 비바람에 아픈 가슴 쥐어짜며

이름도 모르게 독하게 독하게 자라나는 저 풀꽃도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사랑하는 우리의 것이라는 걸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거친 땅을 맨발로 맨발로 일구며

숨 쉬고 통곡하며 독하게 살아온 땅이 아니더냐

노래하며 춤을 추며 살아온 고마운 땅이 아니더냐



죽어 흰 뼛가루를 뿌리며

거름이 되어라

거름이 되어라 아픈 노래를 하며

아버지의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들이 살아온 땅이 아니더냐



지금도 푸른 하늘 머리에 이고 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그리운 사람들이 아니더냐.



<시 감상>

시인은 이 땅의 시원과 영속,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실체의 연대와 통합의 뿌리를 노래한다. 이 땅은 “우리 아버지의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들이” 뿌리를 내리고 고난으로 일구며 살아온 땅이며, 후손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소중한 땅이기에 “누구에게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어서 반드시 지켜서 유전할 당위성을 담고 있다. 시인이 ‘땅’과 ‘우리’라는 메타포(metaphor)를 통해 전하는 서정은 교훈적이기도 하지만, 이 땅에서 침탈과 전쟁의 현대사를 견디며 살아낸 세대의 간절한 소망의 울림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소망의 울림은 세대 단절이 없다. 이 땅에 평화를 지키는 수고로움이 어찌 한 세대의 몫이겠는가. 소망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하였으니, 간절한 소망의 울림은 지극한 사랑의 서정과 크게 다를 바 없을 듯하다. 제74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늠름하게 성장한 국군 장병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원로 시인의 지극한 사랑 노래로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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