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 국방광장] 죄수의 딜레마 = 전력의 딜레마

입력 2022. 09. 20   15:55
업데이트 2022. 09. 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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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중령(진). 육군방공학교
조소영 중령(진). 육군방공학교

경제학에서, 약방의 감초와도 같이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는 수학자 존 내시(John F. Nash)가 고안한 게임이론의 사례로 자주 소개되곤 한다. 두 사람의 협력적인 선택이 둘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이다. 또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다는 가정하에 비(非)제로섬 게임(non zero-sum game)이라 불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각 군이 무기체계를 전력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자군 이기주의’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접했다.

필자는 2년 가까이 전력업무를 수행하며 무기체계 전력화 과정을 지켜봤다. 군의 무기체계 전력화는 야전부대, 교육기관 등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돼 소요를 제안하면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필요성과 운영개념 및 중복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에 의한 수차례 토의와 검토가 이루어진다. 또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사전개념연구를 통해 불필요한 마찰요소를 제거하고 군에 꼭 필요한 무기체계인지 다시 한 번 판단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만 비로소 그 소요가 결정된다. 현재도 북한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각 군의 수많은 무기체계가 그 필요성에 의해 소요가 결정되고 전력화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는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에 발맞춰 우리 군도 더욱더 첨단기술이 접목된 무기체계가 전력화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첨단기술로는 인공지능, 양자, 지향성에너지, 무인화 등이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접목된 무기체계가 전력화될수록 각 군별 작전영역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기(드론)의 개발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인기 운용은 과거 여러 전쟁을 통해 검증됐다. 이런 이유로 각 군별, 병과별 무인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무인기의 개발은 육·공군 및 병과별 작전영역에서 충돌이 가능하다. 이런 때일수록 자군의 이익을 좇아, 소요가 결정되고 무기체계가 전력화될 우려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전력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각 군의 무기체계 전력화가 협력적인 선택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군의 무기체계 전력화만을 강조한 나머지 타군이 전력화시키는 무기체계를 불신한다면, 불필요한 논쟁과 자원의 소모 및 이기주의에 빠져 모두가 패배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국방예산 속에서 각 군의 무기체계 전력화는 제로섬 게임 같아 보인다. 자군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는 비(非)제로섬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의 군사위협을 압도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전력화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뒷받침하는 운명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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