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종교와 삶] 안 하기가 쉽지 않아

입력 2022. 08. 30   15:27
업데이트 2022. 08.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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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육군7사단 신부 대위
김상기 육군7사단 신부 대위

지난 18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극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 to the 영 to the 우’는 고래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고래 이야기 듣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고래 이야기 금지”를 요청합니다. 그러자 우영우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안 하기가 쉽지 않아.”

필요한 일은 안 하기기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이상 군 생활은 ‘안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영우 역할을 맡은 배우 박은빈은 한 인터뷰에서 “그 많은 대사량을 어떻게 외우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로 대답합니다. 위로는 안 되겠지만 군생활도 해내야 하는 겁니다.

극 중 우영우는 사건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사건을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라는 정신으로 잘 마무리해냅니다. 결국 우리도 군생활을 해내야합니다.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해낼 것인가가 중요해집니다. 우영우에게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매일 아침 우영우 김밥을 만들어주는 아버지가 있었고, 학창시절 왕따를 해결해준 동그라미가 있었고, 로스쿨에서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있었고, 로펌 한바다에는 ‘서브 아빠’ 정명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곁에도 이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옆자리에서 함께 자는 전우가 있고, 간부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해코지나 잔소리하는 존재가 아닌 성장시켜주는 존재입니다.

물론 군대에 끌려왔다는 느낌 때문에 하기가 싫고, 만사가 귀찮습니다. 이런 분노 가득 찬 마음을 ‘워~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군생활을 잘하고 계십니다. 힘들다는 약해빠진 소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중에 보면 분명 군생활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군대는 고래와 같습니다. 고래는 새끼를 버리지 않습니다. 군대도 여러분을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미 고래 같은 군대가 여러분을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이 말에 고래에게 수족관이 감옥이듯, 군대가 감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좁은 막사에서 급식만 먹으며 근무 때문에 1년 6개월 내내 휴일이 없기에 노예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영우가 낸 고래퀴즈처럼 핵심을 봐야 합니다. 군생활은 노예제도가 아니라 새로운 체험의 장입니다.

여러분은 극 중 ‘방구뽕’ 씨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하고,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합니다’. 군대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비 시간에는 놀면 됩니다. 또한, 운동을 통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취미생활을 하며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지금 당장 놀 수 없고, 돈 번다고 건강 챙기기고 쉽지 않으며,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군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이 최고의 기회입니다. 지금 당장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극 중 황지사 주지 스님의 말처럼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마시고, 그 너머의 본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힘든 군생활이 여러분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전역 후에 더 멋지고 행복한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혹시 군생활도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면,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도 좋습니다.

우영우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우리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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