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31 중어뢰 백상어

입력 2022. 08. 25   20:56
업데이트 2022. 08. 2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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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31 White Shark Heavy Weight Torpedo 

최초 국산 어뢰..세계 8번째 어뢰개발국 발돋움

발사 후 망각형 유도방식 채택

백상어(K731·White Shark)는 설계부터 시험평가까지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기술진의 힘으로 1998년 개발에 성공한 국산 중어뢰(Heavy Weight Torpedo 重魚雷)이다. 백상어 개발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 이어 세계 여덟 번째로 어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랐다.


백상어는 잠수함에 탑재해 적의 수상 및 수중전력을 공격하는 중어뢰로서 전기추진에 의해 작동되며 잠수함에서 발사한 뒤에는 함에서 목표물을 계속 추적/유도할 필요 없이 어뢰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 호밍 타격하는 발사 후 망각형(fire and forget)의 유도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파괴력은 TNT 200kg 이하인 하픈의 두 배에 가까운 370kg이다.


설계기술에서 전자제어 기술, 탐지기술, 고성능 모터생산기술 등 대부분을 국내에서 개발해 국산화율이 94.3%에 달했다. 특히 개발 및 시험평가 단계에서 방식을 채택해 개발소요기간(8년)과 개발비(300억 원)를 크게 줄였다.


중어뢰는 대체로 직경이 533mm이지만 백상어의 직경은 483mm로서 소형 잠수함(정)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길이 6m, 중량 1,100kg.


백상어 시제.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백상어 시제. 사진=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가 중어뢰 ‘백상어’의 연구개발에 나선 것은 1990년이다. 해군의 소형 잠수함인 ‘돌고래’ 국내 개발에 이어 독일 209급 잠수함의 확보 계획에 따라 해군에서는 중어뢰 국내개발을 의욕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해군에서는 미국의 Mk 37 중어뢰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판매불가 통보를 보내왔다. 이를 계기로 국방과학연구소는 Mk 37의 성능을 기본 요구성능으로 한 중어뢰 연구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해군은 독일의 SUT 중어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개발할 어뢰와 병행 탑재하여 표적에 따라 선별 공격을 하기 위해서였다.


1980년대는 전자공학, 특히 컴퓨터가 급속히 발전했던 시기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컴퓨터를 어뢰에 접목함으로써 백상어가 Mk 37 이상의 성능을 갖도록 설계에 착수하면서 독자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내 유수 대학의 관련 분야 교수진과 여타 연구기관 및 업계의 유사 분야 연구 인력을 총결집하는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백상어의 개념 설계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이뤄진 것은 군 요구 사양을 분석하고 기본적인 제원 설계를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개발과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이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현실 속에서의 실시간 육상 실험이 가능한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백상어의 성능을 육상에서 테스트하는 HILS장비.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백상어의 성능을 육상에서 테스트하는 HILS장비.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유도무기 개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성능검증 시스템인 HILS 시스템을 이용한 가상 발사를 수없이 많이 수행하여 설계 제작 과정에서의 오류를 확인·수정함으로써 발사에 따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는데 1993년 9월 21일 실시한 최초의 해상발사시험에서 HILS 시스템을 이용한 가상발사시험과 유사한 결과를 얻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백상어 연구개발의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4년 2월 3일 2차 발사시험을 할 때였다. 시험선에서 발사된 ‘백상어’가 예정된 주행시간 4분20초를 채우지 못하고 3분 8초 만에 해수면 위로 솟구쳤다. 그때부터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내달리더니 22노트의 속도로 달리는 시험선의 추격을 물리치고 끝내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마도 앞쪽 일본 영해 가까이에서 찾아내어 이른바 ‘백상어의 대마도 원정사건’으로도 불린다.


이때의 원인은 발생할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인터페이스 오류 탓이었다. 이 같은 실패를 딛고 수차에 걸친 해상발사시험을 통해 연구팀은 군이 요구한 작전운용성능보다 성능이 우수한 개발 결과를 얻음으로써 백상어의 개발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다.


여기에 209급 잠수함의 전투체계인 독일의 ISUS-83 시스템에 백상어를 연동시키는 문제도 해군(조함단)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백상어가 수상의 표적을 격파하는 연속 장면.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잠수함에서 발사된 백상어가 수상의 표적을 격파하는 연속 장면. 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1998년 봄, 잠수함 이종무함과 돌고래를 이용한 백상어의 운용시험(발사시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됨으로써 한국 최초의 독자적인 어뢰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어뢰 개발 가능성 검토 후 25년 만에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 이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어뢰 독자개발 국가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양산에 이어 실전배치 후 백상어는 해군에서 실시한 실탄사격훈련에서 크나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2003년 8월 동해 해역에서 실시된 퇴역 함정을 표적함으로 한 사격훈련에서 표적함 전방 약 200m에서 조기 폭발하는 등의 불명중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관련 기관과 함께 원인을 분석하면서 해군이 보유한 전체 중어뢰 물량에 대한 정밀 재점검에 나섰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질문 공세를 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어뢰 자체에 불신을 보이는 등 문제는 심각했다.


어뢰 연구팀은 근접자기센서의 수면감지에 의한 오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발사 시 백상어가 수면에서 그리 깊지 않게 항주(航走)했기 때문인데, 본래 백상어는 흘수(吃水)가 깊은 대형 함정을 주 목표물로 삼아 수면 깊이 주행하게 되어 있다. 연구팀은 해군의 지원을 받아 백상어가 수면 근처로 주행할 때 근접신관의 작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분석하고, 이 경우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약 9개월에 걸쳐 분석과 실험을 실시한 결과, 수면 근처에서의 백상어 주행 로직(logic)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근접신관의 작동 범위를 조절하면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소프트웨어의 수정만으로도 백상어의 성능 보완과 개선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백상어 성능 개선 전.후의 수면 근처 주행 비교 그림이다. 백상어가 잠수함 발사 후 최종 주행 수심 이상으로 솟아오르는 오버슈트 현상은 최초 실사격에서 불명중의 원인으로 판단됐다.
백상어 성능 개선 전.후의 수면 근처 주행 비교 그림이다. 백상어가 잠수함 발사 후 최종 주행 수심 이상으로 솟아오르는 오버슈트 현상은 최초 실사격에서 불명중의 원인으로 판단됐다.

2004년 5월, 동해에서 실시된 2발의 실탄 사격에서 백상어는 표적함인 소형 퇴역함을 모두 명중시켰다. 이 사격은 단지 백상어의 성능개선 확인뿐만 아니라 흘수가 깊은 대형 함정은 물론 흘수가 낮은 소형 선박까지도 공격해 격침시킬 수 있도록 성능을 향상시켰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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